▲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지난 16일 일본 도쿄 한일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지난 16일 일본 도쿄 한일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올해 일본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통과한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는 과거보다 후퇴했다. JTBC는 28일 <뉴스룸>에서 “일본이 발표한 내년도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는 왜곡이 더 심해졌다. 독도에 대해서는 일본 땅인데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문구가 추가됐으며 징병도 ‘지원’으로 둔갑시키며 강제성을 희석시켰다”고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같은 날 “조선인을 강제 징용했다는 표현이 빠졌다. 독도를 ‘일본의 영토’라고 기술한 교과서마저 ‘일본의 고유한 영토’로 고치라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KBS <뉴스9>도 같은 날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더 선명하게 못 박았고, 조선인 징병이나 강제 동원 문제에선 강제의 뜻을 흐리고, 자발적이었다는 의미를 살렸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대한민국 외교부의 대응은 실망스러웠다. 외교부는 지난 28일 일본 교과서 검정 결과에 관한 대변인 성명에서 “일본 정부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어온 무리한 주장을 그대로 답습한 초등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외교부 표현대로 “그대로 답습”이 아니다. 이번 움직임은 왜곡을 강화한 ‘퇴보’다. 외교부는 과거보다 톤을 높여 퇴보에 대해 강한 비판 입장을 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왜곡의 정도가 높아졌는데, 어떻게 “그대로 답습”인가. 답습이라고 해버리면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상황의 심각성이 흐려질 수 있다. 

외교부는 지난해도 일본 교과서 검정 결과에 관한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다. 형식‧내용‧분량 면에서 비슷해 보였지만 주요한 표현에서 달랐다. 2022년 3월29일자 대변인 성명에선 일본 교과서를 가리켜 “자국 중심의 역사관에 따라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엊그제 성명에선 “지난 수십년 동안 이어온 무리한 주장을 그대로 답습한”이라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독도 관련 대목을 보면 지난해 외교부 성명에선 “허황된 주장”이라는 표현을 썼으나, 올해 성명에선 “부당한 주장”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성명에 담겼던 “강제징용문제”라는 표현이 올해엔 “강제동원 관련”으로 그 표현이 누그러진 모습이었다. 1년 사이 상황은 더 나빠졌는데, 성명은 오히려 ‘순한 맛’이 된 듯한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오늘(31일)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언론플레이’에 왜 적극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냐”며 “독도, ‘위안부’ 합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오염수 방류까지 대통령실은 일본발 보도에 대해 부인만 할 뿐 일본 정부에 적극적으로 항의하거나 일본 언론에 오보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중하게 단어 하나하나를 결정했을 이번 외교부 성명을 떠올려 보면 이런 야당 성명을 반박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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