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언론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를 다룬 주요 언론 기사 제목
▲ 한국언론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를 다룬 주요 언론 기사 제목

<“종편 재승인 심사 기준과 방식 예측 가능해야”>(조선일보)
<한국언론학회 “정치적 독립 위해 민영화는 견강부회”>(YTN)
<“수신료 분리징수, 공영방송 존립 위기 초래”>(KBS)

지난 19일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를 다룬 언론 기사 제목이다. 언론학회 학술대회는 학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언론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다. 언론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언론 제도와 정책에 관한 다방면의 논의가 이뤄졌다. 

주요 언론의 언론학회 학술대회 보도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자사와 관련 있는 내용만 다뤘다. 

종합편성채널과 모기업 신문사들은 종편 재승인에 적용되는 방송 평가를 비판하는 발표와 토론에만 주목했다. 20일 조선일보는 지면에 <“종편 재승인 심사 기준과 방식 예측 가능해야”> 기사를 냈다. 같은 날 동아일보도 지면에 대동소이한 내용을 다뤘다. MBN, 채널A, TV조선은 포털 기사를 통해 다뤘다. 재승인에 적용되는 방송 평가 기준이 자주 바뀌고 심사위원의 전문성 부족과 자의적 판단이 이뤄질 문제가 있고, 근본적으로 재승인 제도가 ‘과잉 규제’ 소지가 있다는 내용이다.

KBS와 제주MBC는 자사 사장 발언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김의철 KBS사장은 수신료 분리 징수안이 현실화될 경우 약 7000억 원이던 재원이 2000억 원 안팎으로 감소해 공영방송 존립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KBS) “안형준 MBC사장은 오랜 기간 축적해온 콘텐츠 제작 역량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공영방송에서 공공미디어로 전환을 시도하겠다고 말했다”(제주MBC). YTN은 유튜브에선 주요 발표를 중계했지만 뉴스에선 YTN 민영화를 주제로 한 발표와 토론 내용만을 다뤘다.

이들 사안이 보도 가치가 없는 건 아니다. 특히 YTN 민영화 추진에는 여러 우려가 제기됐고 학회가 나서 논의를 한 점은 의미가 있다. TV수신료 분리 징수 역시 정부가 비판 언론 길들이기를 위한 방편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방송 평가와 재승인 제도 역시 개선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자사에 유리한 사안만을 골라 선택적 보도가 이뤄진다는 점에선 의문이 든다. 그동안 언론 3대 학회 학술대회에선 종편의 저널리즘 문제를 진단하는 세션이 여러차례 열렸다. 그러나 종편과 모기업 신문은 보도하지 않았다. 공영방송 역시 현 경영진 체제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보도는 드물었다.

일부 언론의 경우 자사 관련 사안을 유리한 내용 중심으로 보도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그나마 MBN은 방송 평가 및 재승인 제도와 관련 “다수의 심사위원들이 토의를 하는 등 보완 노력도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현행 제도 폐지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는 최용준 전북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발언을 언급했다. 반면 이 소식을 다룬 다른 종편과 모기업 신문에선 방통위가 ‘보완 노력’을 하고 있다는 내용은 없이 부정적 견해만 담았다.

특히 언론이 후원하고 학계 발표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유리한 내용만 담고 후원 사실을 언급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취지와 달리 결과적으로 학술 논의가 특정 언론을 위한 ‘주문 제작 상품’이 된 느낌마저 든다.

이날 주요 언론이 보도하지 않은 내용 가운데 중요한 논의가 많았다. 이나연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한국 언론인의 역할 인식과 윤리 의식을 조명했다. 그는 “대장동 사태에 국내 주요 언론사 임원들이 연루됐고 가짜 수산업자 파동, SG 파동에도 언론인이 연루돼 있다”며 운을 뗐다.

조사 결과 한국 언론인들은 미국 언론인에 비해 위장 취업과 돈을 주고 정보를 사는 것 등을 문제로 보지 않는 비중이 높았다. 이익충돌, 혜택, 표절 등에도 인식 차가 있었다. 이나연 교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매우 문제라고 생각하는 정치부 기자가 정부 대변인으로 간다든가, 대가성 있는 홍보 기사를 작성하는 데 50% 이상이 정당화 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며 “무료 혜택이나 향응, 표절에 대해 다소 허용적 경향이 있었다. 온라인 게재만 하는 경우 표절에 대해 좀더 허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적대적 역할을 인식할수록 이익 충돌과 취재원 보호에 덜 허용적이었다”고 했다. 

▲ 한국언론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 이나연 연세대 교수 발표 중계영상 갈무리.
▲ 한국언론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 이나연 연세대 교수 발표 중계영상 갈무리.
▲ 한국언론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 발표 중계영상 갈무리.
▲ 한국언론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 발표 중계영상 갈무리.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초상권과 관련한 ‘기준 설정’과 ‘이성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어떤 언론은 ‘인권 프렌들리하니 얼굴을 안 쓸거야’라고 하다 보니 얼굴 공개가 인권침해라는 일반적 인식이 세팅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사실 보도와 실명 보도와도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예민한 부분을 많이 설정해 있는 그대로 보는 부분을 자꾸 좁히면 불가피하게 사회적 사실을 인식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지켜야 하는 영역을 엄격하게 설정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풀어주는 선을 학계에서든 판례에서든 제시해줄 수 있다. 시민단체를 포함해 이성적인 논의를 하면 좋겠다”고 했다. 

주요 언론이 다뤘다면 사회적으로 환기할 수 있는 언론 이슈들이었다. 그러나 주요 언론사들의 학술대회 보도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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