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 한동훈.
피고 : 장용진.
사건 : 손해배상 청구소송.
주문 : 法 “장용진은 한동훈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하라. 소송비 중 10분의 9는 한동훈이, 나머지는 장용진이 부담한다”
선고일 : 2023년 5월11일.
재판부 : 서울중앙지법 민사71단독 김영수 판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사 시절 부산 해운대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엘시티(LCT) 관련 비리 수사를 덮었다’는 취지로 주장한 장용진 기자가 한 장관에게 손해배상액 1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1단독 김영수 판사는 지난 11일 한 장관이 장 기자를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장용진은 한동훈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하라. 소송비 중 10분의 9는 한동훈이, 나머지는 장용진이 부담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장 기자는 지난 22일 항소했다.

장 기자는 아주경제 논설위원 시절인 2021년 3월9일 자기 페이스북에 <“LH 투기 수사는 망했다, 한동훈이 했다면”… 검찰 수사관의 한탄>이라는 제목의 머니투데이 기사를 공유하고는 “그렇게 수사 잘한다는 한동훈이가 해운대 엘시티 수사는 왜 그 모양으로 했대? 초반에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그렇게 잘 아는 윤석열이는 왜 엘시티에선 아무것도 안했대?”라고 주장했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검사장 시절 모습. ©연합뉴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검사장 시절 모습. ©연합뉴스

머니투데이 기사는 대검찰청 수사관으로 추정되는 익명의 작성자 게시물을 인용 보도한 것으로 인용된 익명 글은 한동훈 검사장 지휘 아래 검찰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를 했다면 진상 파악이 더 빨랐을 거란 내용이다. 장 기자는 머니투데이를 겨냥해선 “머니투데이…이런 걸 용비어천가식 보도라고 하는 거야. 부끄럽지도 않니?”라고 비판했다.

한 장관 측은 같은 날 이 게시물에 공식 입장을 내어 “장용진 기자 주장과 달리 당시 서울에 근무 중이던 한동훈 검사장은 부산지검이 진행한 해운대 엘시티 수사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 당시 대구 및 대전고검 근무 중이던 윤석열 전 총장도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이에 장 기자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한 장관 반박을 담은 또 다른 머니투데이 기사를 공유한 뒤 “머투고 한동훈이고… 문해력 수준하곤… 내가 언제 한동훈이 뭔 수사를 했다고 꼬집었나? 두 달이면 수사를 끝낸다는, 그 잘난 놈이 엘시티는 왜 아무것도 안했느냐고 꼬집었지…” 등 게시물을 올렸다.

장 기자는 2021년 3월11일에는 아주경제 논설위원 자격으로 운영하던 유튜브에서 “한동훈 검사는 엘시티 수사할 수 있었다. 엘시티 사건은 2016년 4월경부터 2020년 10월경까지 계속된 사건”이라며 “한동훈 검사는 이때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 제2팀장을 했다. 전국에 있는 반부패수사를 다할 수 있는 곳”이라며 “부산지역 엘시티 사건, 부산지역 사건이지만 부산 출신의 중앙정부 관계 인사들이 모두 관련돼 있는 것이다. 당연히 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장 기자는 “그리고 그 다음에 (한동훈은)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을 했다. 역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검 반부패부장일 때는 말할 것도 없겠죠”라며 “그리고 무엇보다 (한동훈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도 했다. 당연히 한동훈 검사도 엘시티 수사를 할 수 있었겠죠. 그런데 아무것도 안 했다”고 주장하면서 “한동훈은 두 달이면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LH를 다 파헤친다고 그러는데 그렇게 잘하는 분이 왜 엘시티 사건은 안 했느냐는 말이다. 나는 그것이 묻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한 장관 측은 재판에서 “원고(한동훈)는 검찰에 재직하는 동안 엘시티 사건 수사를 한 적 없다”며 “수사에 개입할 수도 없었는데도 피고(장용진)는 게시글과 (유튜브) 발언으로 ‘원고가 엘시티 사건 수사에 개입할 수 있었는데도 정치적 의도에서 고의적으로 부실 수사를 주도했거나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허위 사실을 적시해 원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장 기자 측은 “게시글과 발언은 원고(한동훈)의 추상적 권한의 존재를 전제로 원고가 엘시티 사건 수사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공식적 사실을 인정한 채 게시되고 발언된 것”이라며 “피고(장용진)의 그간 법조 경력을 통해 충분히 파악한 사실을 근거로 수사 미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것일 뿐 원고 개인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다. 또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불법 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영수 판사는 장 기자 페이스북 게시물은 정당한 언론 활동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김 판사는 “(페이스북 게시물은) 원고가 엘시티 사건 수사에 관여하지 않았음을 전제로 관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에 그친다”며 “엘시티 사건은 언론 및 정치권에서 부실 수사 및 그 이유에 대한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던 공적 관심사항이고, 머니투데이 보도 태도에 대한 비판도 게시글의 주요 목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판사는 “게시글이 허위사실 적시로서 공직자에 대한 감시, 비판, 견제라는 정당한 언론 활동의 범위를 벗어나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 장용진 전 아주경제 논설위원. 사진=장용진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 장용진 전 아주경제 논설위원. 사진=장용진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그러나 장 기자의 유튜브 영상에 대한 김 판사의 판단은 180도 달랐다. 김 판사는 장 기자의 유튜브 발언에 대해 “정당한 언론 활동 범위를 벗어나 허위 사실을 적시해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다”며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불법 행위를 구성하고,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김 판사는 한 장관이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 제2팀장(2016년 1월~2017년 7월),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검사(2017년 8월~2019년 7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2019년 7월~2020년 1월) 등 각 지위에 재직하는 동안 “엘시티 사건 수사 또는 수사 지휘를 할 구체적 권한과 책임이 부여된 적 없었다”면서 “영상 목적이 게시글 의미를 오독한 원고(한동훈)의 문해력을 탓하고 이를 바로 잡는 것이라면 피고로서는 그 정확한 의미를 전달한 것으로 족하다고 보이는데, 영상에는 더 나아가 게시글에는 없었던 엘시티 사건 수사가 진행된 기간과 그 기간 중 원고의 각 지위를 대응시키면서 각 직위 재직 기간 내내 엘시티 사건 수사를 할 수 있었는데도 하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그 이유를 묻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판사는 “피고(장용진)의 오랜 법조기자 경력과 이를 신뢰해 영상을 시청하는 시청자 관점에서 볼 때 영상 발언의 의미는 원고가 직위에 따른 추상적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넘어 엘시티 사건에 대한 구체적 수사(지휘) 권한과 책임이 부여된 적 있는데도 계속 그 임무를 방기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며 “각 직위에 있을 당시 원고에게 엘시티 사건에 대한 구체적 수사(지휘)를 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된 적 있었는지에 대해 피고가 그 전에 작성 또는 검토한 기사만으로는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했던 것이라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조사, 확인 과정을 거쳤다고 볼 만한 주장 및 증명이 없다”고 판시했다.

김 판사는 “이 사건 발언이 공직자 수사 공정성에 관한 것으로 그 목적이 공공 이익을 위한 것이래도 피고가 영상 발언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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