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 김장겸 전 MBC 사장, 오정환 MBC노동조합 위원장 등 전·현직 MBC 인사 5명.
피고 :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최성혁 전 언론노조 MBC본부장, 강연섭 전 언론노조 MBC본부 보도민실위 간사.
사건 :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
주문 : 法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는 원고들이 부담한다.”
선고일 : 2023년 5월31일.
1심 재판부 :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 재판장 서보민, 신정수, 박진수.

김장겸 전 MBC 사장, 오정환 MBC노동조합(제3노조) 위원장 등 전·현직 MBC 관계자들이 노보를 통해 자신들을 비판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를 상대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들을 “편파 왜곡 보도를 주도한 간부”라고 비판하거나 “공영방송 MBC 파괴 주범” 등 표현으로 비판했는데 법원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서보민)는 지난달 31일 김 전 사장, 오 위원장 등 전·현직 MBC 인사 5명이 언론노조 MBC본부, 최성혁 전 언론노조 MBC본부장, 강연섭 전 언론노조 MBC본부 보도민실위(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를 상대로 제기한 1억8000만 원의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소송비도 원고들이 부담하라고 했다. 김장겸 전 사장은 현재 국민의힘 포털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오 위원장은 현 MBC 경영진 및 언론노조 MBC본부와 적대적 관계에 있다.

▲ 김장겸 전 MBC 사장이 지난 4월2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김장겸 전 MBC 사장이 지난 4월2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전·현직 MBC 인사 5명이 문제 삼은 언론노조 MBC본부 노보는 2021년 9월27일 발간된 ‘MBC 정상화 4년, 그 진실의 기록과 미완의 청산’이라는 이름의 특별판이다. 특별판 노보는 2017년 김장겸 사장 체제에서 해직 언론인 출신 최승호·박성제 사장 체제로 교체된 MBC가 개혁 일환으로 진행해온 지난 4년의 방송 정상화 과정과 인적 청산 작업을 되살펴 보고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MBC의 방송 공정성 후퇴 사례를 기록하기 위해 발간됐다. 소송을 제기한 전·현직 MBC 인사 5명은 노보에서 비판 도마 위에 오른 인물들이다. 김 전 사장은 방송 공정성·공익성 훼손 등 이유로 2017년 11월 해임됐다.

대표적으로 노보는 김 전 사장에 대해 “김장겸을 비롯한 MBC 내 부역자들은 정권의 방송 장악에 협력해 MBC를 정권에 헌납했고 그 대가로 승승장구했다”, “김재철 사장 시절 정치부장으로 왜곡·편파 보도에 앞장섰던 그는 권력 입맛에 맞는 MBC 보도를 만든 대가로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사장까지 승진할 수 있었다”, “2017년 72일간의 파업 끝에 공영방송 MBC 파괴 주범이자 적폐 경영진 끝자락인 김장겸 퇴진으로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MBC 암흑사에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고 비판했다. 노보는 MBC 보도본부장을 지낸 오 위원장에 관해서도 편파 왜곡 보도를 주도하고 공정방송을 파괴한 인물이라는 취지로 비판했는데, 이런 표현 등이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게 김 전 사장과 오 위원장 측 주장이다.

김 전 사장 등은 이와 같이 노보에 적시된 내용이 허위이고, 노조가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표현에 다소 과장되거나 과격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 독자로서는 그 자체로써 원고들에 관한 어떤 명예훼손적 사실의 전달이라기보다 피고들(언론노조 MBC본부)의 비판적 의견 표명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들의 과거 행적에 관해 피고들 관점에서 비판적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원고들에 대한 명예훼손적 사실을 적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노보는 2014년 MBC 세월호 보도를 비판하며 “계획된 보도 참사”, “김장겸 보도국장은 보도국 공식 논의 기구인 ‘편집회의’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을 깡패에 비유하고 작전 세력이 붙었다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YTN의 긴급속보(오전 9시19분)로 세월호 사고 1보가 알려진 이후 김장겸 보도국장은 4시간 가까이 긴박한 상황에서 재난방송을 지휘하지 않았다”, “‘배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있다’라는 목포 MBC 기자의 현장 보고는 무시됐다”, “세월호 참사 당시 MBC는 세월호가 가라앉을 때 희생 학생이 찍은 선내 영상을 구하고도 사용할 수가 없었고, 정부를 비판하거나 희생자를 추모하는 글귀를 담은 영상조차 방송할 수 없었다”고 했는데, 김 전 사장은 이 역시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김장겸)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적시 사실이 허위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표현은 다소 과장되거나 과격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간행물(노보) 발간 목적이나 의도, 전체적 맥락에 비춰볼 때 원고의 과거 행적에 관해 피고들 관점에서 비판적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 김장겸 전 MBC 사장이 지난 2017년 11월10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에 자신에 대한 해임안 소명을 위해 출석하는 모습. 김 전 사장은 파업 중이던 MBC 기자들과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지만 답변하지 않고 퇴장했다.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이치열 기자)
▲ 김장겸 전 MBC 사장이 지난 2017년 11월10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에 자신에 대한 해임안 소명을 위해 출석하는 모습. 김 전 사장은 파업 중이던 MBC 기자들과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지만 답변하지 않고 퇴장했다.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이치열 기자)

재판부는 “피고들이 간행물을 통해 적시 사실을 공표한 것은 공영방송 MBC의 과거 잘못된 행태를 기록해 역사적 교훈으로 남기고, 이와 관련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이뤄졌는지,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적 완비 등 재발 방지책이 마련됐는지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공익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에 대해서도 “원고들은 모두 언론인으로 활동했던 사람들로서 공인으로 볼 수 있어 원고들에게 통상의 일반인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할 수는 없다”며 “그 재직 기간 동안 자신들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합리적 의혹이 있으면 어느 정도 문제 제기나 일정 범위 비판 등은 허용하고, 이에 대한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 극복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간행물 표현에 다소 과장되거나 과격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인격권 침해 등 부분이 피고들의 감시, 비판, 견제라는 언론 활동 범위를 벗어나 원고들에 대한 모욕적이고 경멸적 인신 공격에 해당한다거나 다소간의 과장을 넘어서 사실을 왜곡하는 공표 행위를 하는 등 의견 표명으로서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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