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 김세의.
피고 : MBC.
사건 : 손해배상 및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
주문 : 法 “MBC는 김세의에게 위자료 200만 원 지급하라”
선고일 : 2023년 4월14일. 
재판부 : 서울중앙지법 류일건 판사.

명예와 인격권이 침해됐다며 MBC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김세의 전 MBC 기자가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MBC가 2017년 12월 김 전 기자에게 내린 인사발령이 부당하다고 판단, MBC가 김 전 기자에게 위자료 2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004년 12월 MBC에 입사한 김 전 기자는 2018년 8월1일 MBC를 퇴사했다. 퇴사 후 그는 무책임한 폭로로 물의를 빚어온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대표로 활동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2단독 류일건 판사는 지난달 14일 김 전 기자가 MBC 상대로 낸 2000만 원의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소송비는 김 전 기자가 90%, MBC가 10%를 부담하라고 했다. 양측 모두 항소하지 않아 재판은 지난 9일 확정됐다.

김 전 기자는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해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먼저 ①자신이 퇴사한 후 MBC 정상화위원회가 허위 내용을 공표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MBC 정상화위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MBC에서 벌어진 언론자유 침해와 공정방송 파괴 사태의 진상규명을 목적으로 2018년 1월 출범한 노사 합의 기구다.

2018년 10월 MBC 정상화위는 김 전 기자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취재한 방송 기사 5건에 사용된 인터뷰 13개 중 7개가 조작됐다고 발표했다. 김 전 기자 측은 재판에서 “허위의 감사 결과를 부정한 목적 하에 공표해 국민들로 하여금 원고(김세의)를 부정적인 자로 인식하게 만드는 등 원고 명예를 훼손했고, 이는 어떠한 공익적 이득도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류 판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 김세의 전 MBC 기자. 사진=유튜브 세이엔터 화면 갈무리.
▲ 김세의 전 MBC 기자. 사진=유튜브 세이엔터 화면 갈무리.

류 판사는 “MBC는 문제가 된 (김 전 기자의) 인터뷰에서 원고와 함께 취재에 관여한 MBC 소속 직원들과 기자들의 직접 목격한 진술들을 증거 자료로 채택·조사하여 원고의 인터뷰 조작 행위의 존재를 판단했다”면서 “이에 대해 원고는 이 사건 변론 과정에서 MBC가 제시한 자료들의 신빙성에 대해 별다른 탄핵을 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류 판사는 김 전 기자에 대한 MBC의 감사 활동과 결과 공표에 “지상파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자율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고양시키기 위한 공익적 목적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며 “방송 기사의 인터뷰 조작 의혹은 심각한 언론보도 비윤리행위이자 사회적으로도 큰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는 오랫동안 MBC에 재직해 왔던 언론인으로서 공인으로 볼 수 있고, 그 재직 기간 동안 자신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합리적 의혹이 있으면 어느 정도 문제 제기를 허용하고 공개 토론을 감수해야 할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로 김 전 기자는 ②MBC가 2017년 12월11일 자신을 보도국 취재센터 경제부에서 보도본부로 전보 인사발령을 내린 건 ‘불법’이라며 그로 인해 인격권이 침해됐다고 호소했다. 류 판사는 김 전 기자 주장 일부를 받아들였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는 2017년 11월 방송 공정성·공익성 훼손 등 이유로 김장겸 MBC 사장을 해임했고 그해 12월 보수 정권 시절 해고됐던 최승호 MBC 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임명했다. 최 사장은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대대적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김 전 기자 측은 재판에서 “원고(김세의)는 보도본부 전보 인사발령이 있은 2017년 12월11일부터 2018년 1월24일까지는 근무 장소를 지정 받지 못했고, 2018년 1월25일부터 5월22일까지는 사실상 창고와 다르지 않은 보도본부 사무실에서 ‘면벽수행’을 강요 당했다”며 “이는 정상적 근로 활동이 불가능한 장소를 근무 장소로 제공한 불법적 인사발령으로서 원고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새 경영진으로 교체된 MBC는 2017년 12월11일 김 전 기자를 포함한 인사들을 보도본부로 전보 발령하면서 근무 장소를 지정해주지 않았는데 2018년 1월25일에야 보도본부 근무 장소를 ‘미디어센터 6층 사무실’로 지정하고 통보했다. 판결문을 보면, 이 사무실은 종래 조명UPS(Uninterruptible Power Supply·무정전 전원 공급 장치)실로 사용되던 곳으로 당시 사무실 내부 한 쪽에 비상용 발전 시설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냉난방이나 환기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는 등 MBC 건물 내 다른 사무실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했다. MBC 뉴스데스크 앵커 출신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도 2018년 3월 이 공간을 지칭하며 “나는 모든 업무에서 배제된 채로 회사 모처의 조명기구 창고에서 업무 발령을 기다리며 대기 상태로 지내왔다”고 말한 바 있다.

▲ 서울 상암동 MBC사옥.
▲ 서울 상암동 MBC사옥.

류 판사는 MBC가 김 전 기자를 보도본부로 전보한 뒤 공식적으로 대기발령하기까지의 기간(2017년 12월11일~2018년 4월17일)을 문제 삼으며 “MBC가 원고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정상적 근로 활동이 불가능한 장소를 근무 장소로 제공하는 방법으로 원고의 근로 제공을 계속적으로 거부함으로써 원고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힌 뒤 “이로 인해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다. MBC는 원고에게 정신적 손해 배상으로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류 판사는 MBC가 김 전 기자를 보도국 취재센터 경제부에서 보도본부로 전보한 인사를 통상적 인사발령이라고 보지 않고 사실상 대기발령이라고 판단했다. 대기발령을 위해서는 직무수행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근무 성적이 극히 불량한 자 등의 사유가 필요한데, 김 전 기자에 대한 인사발령 당시에는 이런 대기발령 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류 판사는 “(김 전 기자에 대한) 보도본부 발령은 실질적으로 대기발령에 해당하는데도 MBC는 그런 인사발령의 형식을 취하는 과정에서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아니했을 뿐 아니라 MBC 취업규칙상 대기발령의 최대 기간인 3개월을 초과해 원고에 대한 대기발령 시까지 약 4개월여 동안 지속되게 했다”면서 “원고에게 장기간 아무런 직위나 직무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에게 상당한 불이익을 가하는 것인데도 MBC는 원고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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