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을 뜨겁게 달군 클럽 버닝썬 사건에 연루됐던 경찰이 MBC와 소속 기자 3명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1심 재판부는 MBC와 기자 1명이 공동하여 원고에게 위자료 300만 원을 지급하고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고 판결했다. 양쪽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했다.

MBC는 2019년 4월9일 ①<‘버닝썬’ 유착 의혹 현직 경찰 간부 추가 입건>, ②<27년 전 ‘비리’ 순경의 소나타…‘아우디’ 되기까지>, ③<‘버닝썬 유착’ 의혹 경찰 간부…과거에도 뇌물로 ‘감봉’>, 4월10일 ④<‘소나타’ 비리 경찰이 ‘버닝썬 아우디’ 산 이유는?>을 보도했다.

▲ MBC 뉴스데스크 2019년 4월9일자 보도 갈무리.
▲ MBC 뉴스데스크 2019년 4월9일자 보도 갈무리.

첫 보도인 ① 기사는 클럽 버닝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전직 경찰관 출신 브로커 B씨로부터 고급 외제 승용차인 아우디를 싸게 구입한 현직 경찰관 A 경정을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는 내용이다.

① 보도에 따르면 강남경찰서 지능수사과장으로 근무했던 A 경정은 2017년 5월 중고 자동차 매매업을 하고 있는 전직 경찰 B씨로부터 시세보다 저렴하게 고급 수입차를 구입했는데, B씨는 클럽 버닝썬의 미성년자 출입 사건 무마를 위해 2000만 원을 받고 브로커로 활동했다는 의혹(알선수재)을 산 인물이다.

이번 A 경정과 MBC 재판의 1심 판결문을 보면, B씨는 2018년 7월 A 경정과의 통화를 통해 버닝썬의 미성년자 출입 사건 수사 진행 상황과 담당자에 관해 알아본 사실이 있다. 

MBC는 ② 보도를 통해 A 경정이 27년 전 순경 시절에도 유흥업소 심야 영업을 묵인하고 업주로부터 소나타를 받아 물의를 빚었다며 1992년 5월25일자 자사 뉴스데스크 보도를 소개하기도 했다. <27년 전 ‘비리’ 순경의 소나타…‘아우디’ 되기까지>, <‘소나타’ 비리 경찰이 ‘버닝썬 아우디’ 산 이유는?>라는 제목이 나온 이유다. A 경정은 소나타와 아우디 모두 “정상적인 중고차 거래였다”는 입장.

▲ MBC 뉴스투데이 2019년 4월10일자 보도 갈무리.
▲ MBC 뉴스투데이 2019년 4월10일자 보도 갈무리.

A 경정은 소나타에 관해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아 형사 입건 및 기소되지 않았고 단지 MBC에 보도돼 물의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1992년 6월 감봉 1개월을 받았다가 1995년 12월 사면됐다. 아우디를 B씨로부터 싸게 구입해 김영란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도 지난 2020년 1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아우디와 관련해 저가 거래가 이뤄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A 경정과 B씨에게 금품 수수 의사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B씨의 알선수재 혐의도 2020년 6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됐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A 경정은 2021년 3월 “MBC가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MBC와 기자 3명을 상대로 3억 원의 손해배상과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제25민사부(재판장 송승우)는 지난달 14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MBC가 영상 리포트로 보도한 ①, ②, ④ 기사에 대해 재판부는 “보도가 적시한 사실이 허위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A 경정 혐의를 단정하지 않고 해명과 함께 보도한 점이 고려된 판단이다.

▲ 2019년 4월9일자 MBC 인터넷 기사 화면 갈무리.
▲ 2019년 4월9일자 MBC 인터넷 기사 화면 갈무리.

문제가 된 보도는 방송 리포트가 아닌 인터넷 기사로 처리된 3문단짜리 2019년 4월9일자 ③<‘버닝썬 유착’ 의혹 경찰 간부…과거에도 뇌물로 ‘감봉’>이었다. 소나타에 관한 A 경정의 27년 전 징계 사유를 ‘뇌물’로 단정한 게 ‘허위사실 적시’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 기사는 징계 사유를 뇌물로 단정하면서 소나타 차량에 관한 혐의의 대가성에 대해서도 단정적 표현을 사용했다”며 “이 기사는 나머지 보도와 달리 원고(A 경정) 해명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인터넷 기사가) 나머지 방송 보도와 일련의 것이래도 인터넷 기사만 접한 독자 입장에서는 소나타 차량 혐의에 관해 원고가 뇌물을 받은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MBC와 기자로서는 이와 같이 (뇌물이라고) 단정하기 전에 27년 전 소나타 차량 혐의 처리에 관한 취재를 통해 당시 대가성이 인정됐는지 여부 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아우디 차량 혐의가 사실일 것이라는 논거를 제시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취재를 게을리 했으므로 적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A 경정에 관해 “단속 대상과 금품 거래를 하는 것은 경찰관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고, 오래 전 사안으로서 원고의 정신적 피해가 그리 중하다고 볼 수 없으며 보도 경위에 비춰 볼 때 MBC와 기자의 과실 정도 역시 무겁지 않기 때문에 위자료 액수는 30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MBC에 “A 경정이 1992년 중형 승용차를 받은 것은 관내 술집 뒤를 봐준 대가가 아니고, 감봉 1개월 징계 처분을 받은 사유는 뇌물 수수가 아니라 MBC 보도로 물의를 일으켰다는 것인 사실이 밝혀졌다. 본지 기사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으므로 이를 바로 잡는다”는 취지의 정정 보도를 게재하라고도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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