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장용진 전 아주경제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2심 소송에서 패소했다. 재판부는 공인인 한 위원장이 언론의 의혹 제기에 소송으로 대응해 언론감시와 비판을 제한하려 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항소 10-2부(김동현 부장판사)는 한 위원장이 장 전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1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1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장 전 기자가 한 위원장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결과가 뒤집혔다.

▲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검사 시절 모습. ©연합뉴스
▲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검사 시절 모습. ©연합뉴스

장 전 기자는 아주경제 논설위원을 맡았던 2021년 3월 자신의 SNS에 <“LH 투기 수사는 망했다, 한동훈이 했다면”… 검찰 수사관의 한탄>이라는 머니투데이 기사를 공유하고 “그렇게 수사 잘한다는 한동훈이가 해운대 엘시티 수사는 왜 그 모양으로 했대? 초반에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그렇게 잘 아는 윤석열이는 왜 엘시티에선 아무것도 안했대?”라고 했다. 당시 검사였던 한 위원장 측은 ‘부산지검이 진행한 해운대 엘시티 수사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반박했고, 장 전 기자를 고소했다.

뉴스1·뉴시스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2심 재판부는 1일 “엘시티 사건은 부실수사 의혹이 제기된 공적 관심 사항이다. 수사 진행 시기 한 위원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았는데 그 관할은 전국에 걸쳤고 외관상으로 (수사) 권한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장 전 기자 SNS 게시글의) 전후 문맥을 종합하면 한 위원장이 수사에 관여하지 않았음을 전제로 그 이유를 묻는 것이다. 대검 지휘부서 업무 분담 등은 내부 정보로 법조기자라고 해도 모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 위원장이 고위공직자인 만큼, 소송이 아닌 다른 방식의 해결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한 위원장이) 엘시티 수사에 있어 구체적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의혹 제기로 억울함과 분노를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 있다”면서 “다만 언론으로서는 수사에 대해 추상적 권한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주요 수사기관 고위공직자에게 충분히 의혹 제기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공직자인 한 위원장은 대법 판례에 따라 비판에 대해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 극복해야 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언론 감시와 비판을 제한하려고 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