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결산 관련 언론 보도를 퀴즈로 이해해 보자.

▲ ‘대한민국 국가 재정’ 관련 온라인 기사.
▲ ‘대한민국 국가 재정’ 관련 온라인 기사.

1번 문제 : 역대 최대 재정적자 117조 원 vs. 역대 최대 나랏빚 1000조 원, 둘 중 합당한 기사는 무엇일까?

정답 : ‘역대 최대 재정적자’라는 표현은 가능하다. 그러나 ‘역대 최대 나랏빚’, ‘나랏빚, 최초로 1000조 원 돌파’란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다. 국가부채는 매년 쌓이는 누적(stock) 개념이다. 그래서 역대 최대라는 표현은 쓰면 안 된다. 다만, 재정적자는 매년 달라지는 수치다. 흑자와 적자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그래서 적자 규모가 역대 최대라는 말은 쓸 수 있는 표현이다. 조금 더 설명을 해보자. 작년 국가부채가 처음으로 1000조 원을 초과했다는 것은 작년 발행 국채가 1000조 원이란 뜻이 아니다. 작년에 발행한 국채, 재작년에 발행한 국채 10년 전, 20년 전 발행한 국채가 켜켜이 쌓여서 1000조 원이 된 것이다. 그래서 국채 규모는 매년 늘어나는 것은 정상이다. 이는 마치 올해는 최초로 2023년이 되었다는 말처럼 어색하다.

다만, 재정적자는 누적되지 않는 유량(flow) 개념이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적자 폭과 흑자 폭의 한계가 늘어날 수는 있다. 그래도 어떤 해는 수입이 지출보다 많아서 흑자를 기록하기도 하고 어떤 해는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작년 적자 규모가 역대 최대라는 표현은 가능하다.

2번 문제 : 재정적자가 117조 원이면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빼면 117조 원 적자가 생겼다는 의미일까?

정답 : 아니다.  작년 총수입은 618조 원, 총지출은 682조 원이다. 그 차액은 -64조 원이다. -117조 원이 아니다. 그런데 왜 언론들은 적자 규모를 64조 원이라고 하지 않고 117조 원이라고 말할까? 이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 (-64.6조 원)을 말하지 않고 사회보장성기금에 적립되는 금액을 제외하고 추산한 관리재정수지(-117조 원)을 언급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기금 등에 저축해 놓는 돈이 꽤 많다. 우리나라 국가부채가 약 1천조 원이지만 국민연금 기금에 저축해 놓은 돈도 약 1천조 원에 달한다. 즉,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국민연금, 사학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에 저축해 놓는 돈을 빼고 기획재정부가 재정수지를 관리하기 위한 목적에 따른 재정수지가 바로 관리재정수지다.

▲ 표=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제공
▲ 표=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제공

3번 문제 : 그럼 언론은 항상 우리나라 적자 규모를 통합재정수지가 아니라 관리재정수지로 보도해 왔을까?

정답 : 아니다. 지난 문재인정부는 관리재정수지보다 통합재정수지를 선호했다. 그때 언론은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를 동시에 다뤘다. 윤석열정부는 관리재정수지를 선호한다. 현재 언론보도는 관리재정수지로 거의 일원화되었다. 통합재정수지는 우리나라 재정수지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실질 현금흐름에 부합한다. 문재인정부가 선호한 이유다. 다만, 국채발행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관리재정수지는 예산 당국이 재량지출을 관리하기에 실용적이다. 다만, 국제 비교가능성은 없다. 기재부가 자체적으로 만든 개념이니 국제 비교가능성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4번 문제 : 관리재정수지가 더 좋을까? 통합재정수지가 더 좋을까?

이 문제를 풀기 전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낸 문제를 풀어보자. “22t의 향고래가 0.5t의 대왕오징어를 먹고 1.5t의 알을 낳으면 몸무게는?” 21t은 아니다. 향고래는 알을 낳지 않는다가 정답이다.

마찬가지다.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 중에 하나를 선택 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 기재부 방식으로 국가재정규모를 파악하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하다. 관리재정수지가 기재부가 발명한 독특한 방법일 뿐만 아니라 통합재정수지도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는 우리나라 총지출에는 융자금 전액이 포함된다. 1조원을 빌려주고 이자를 쳐서 다시 받는 행동과 1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동일하게 인식하는 ‘갈라파고스 방법론’을 택한다.

물론 기재부는 국제기준으로도 우리나라 재정수지를 작성해서 IMF 등에 제출한다. IMF 통계(Fiscal monitor, Apr. 2023)를 보면 우리나라 재정수지는 2021년에 0%, 2022년에는 GDP 대비 -0.9%다. 즉, 2021년에는 적자재정이 아니라 균형재정을 펼쳤다. 2022년에는 재정수지 비율은 기재부 주장대로 GDP 대비 -5.4%가 아니라 -0.9%에 불과하다. 참고로 선진국 평균 재정수지 비율은 2021년 GDP 대비 -7.5%, 2022년 -4.3%다.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고 국제비교가 가능한 국제통계기준(GFS) 수치를 IMF에 이미 제출하면서 국제기준을 쓰지 않고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슬픈 현실이 안타깝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월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 규제혁신 TF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월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 규제혁신 TF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마지막 문제는 서술형이다. “문정부 퍼주기에 나라살림 117조원 구멍, 윤정부 긴축재정도 무색”이라는 제목을 평가하시오.

일단, 2022년도는 기재부 기준으로도, 국제기준으로도 2021년보다 재정수지가 악화한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그런데 2022년도 본예산과 1차추경은 문정부 책임이지만, 2차추경은 윤정부가 편성했다. 윤정부가 편성한 2차추경안 규모는 52조 원이다. 만약 윤정부가 2차 추경에서 52조 원의 추가지출을 편성하지 않았다면, 통합재정수지 규모는 -64조 원이 아니라 -12조 원에 불과했을 것이다. 국제기준으로는 흑자재정이다. 그래서 문재인정부는 확장재정, 윤석열정부는 긴축재정이라는 언론의 설명이 의아해 진다.

자 정리해보자. 문재인정부 100% 책임인 2021년도 재정수지는 0%, 균형재정이다. 2022년도 재정수지는 -0.9% 적자재정이다. 그러나 이는 윤석열정부의 역대 최대 규모(52조 원)의 2차추경 지출에 따른 적자다. 실제로 나를 비롯해 많은 자영업자는 윤정부의 2차 추경에서 손실보상금을 현금으로 600만 원을 받았다. 문정부에게는 재난지원금을 찔끔 받고 윤정부에서는 손실보상금을 600만 원을 받은 이상 내 감정에선 윤정부가 국가 재정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는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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