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 못해서 안달이다. 윤석열과 한동훈의 검찰만이 아니다. 언론, 특히 신문방송 복합체들이 도드라진다.

그런데 어떤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공안 수사1·2·3부가 죄다 수사에 나서고, 275차례나 압수수색해서 내놓은 영장청구서에는 정작 확실한 물증이 없다. 나는 지난 칼럼에서 검찰과 이재명의 주장이 전혀 다른 만큼 언론은 확인된 사실만 보도하고 그에 근거해 논평해야 옳다고 썼다(안철수가 적이라면 이재명은?). 그 뒤 나온 영장청구서를 보며 ‘이재명 죽이기’에 앞 다툰 언론들이 적어도 자중하길 기대했다. 하지만 신중은커녕 물증도 없이 제1야당 대표를 체포하겠다는 검찰에 아무런 비판도 없다. 불구속수사의 원칙도 실종됐다. 한동훈은 대기업 회장을 예로 들었지만, 그들과 달리 물증도 없고 증거인멸 가능성도 없다. ‘단군이래 최대 손해’라는 부르대기는 영장청구서의 ‘내로남불’과 함께 검찰이 정치적 수사를 했다는 판단을 굳혀준다.

지금 이 시점까지 검찰 수사로만 본다면, ‘해석의 다툼’ 여지가 너무 크다. 이재명의 정치적 비중도 큰 만큼 불구속 기소가 마땅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떳떳하다면 영장심사 받으라는 권력의 언어를 고스란히 사설로 받아쓰는 언론들을 보라. 검찰공화국의 먹구름이 짙은 상황에서 곽상도 아들의 50억 수수가 무죄라는 사법부의 영장 심사를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월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 연합뉴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월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 연합뉴스

신방복합체들은 심지어 여론 왜곡도 서슴지 않는다. 체포동의안 투표를 앞두고 조선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 겸 데이터저널리즘팀장’은 이재명 탓에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도 흔들린다고 주장했다. 한국갤럽을 비롯한 “대다수 조사는 여당 지지율이 높았지만 민주당은 ‘예외적으로 유리한’ 김어준표 조사를 믿고 싶은 듯하다”며 “그 대가는 내년 총선에서 혹독”할 수밖에 없다”고 훈계했다. 총선이 가장 큰 관심인 민주당 의원들을 흔드는 기사들이다. 투표 당일엔 “이낙연·정세균·김부겸… 文정부 3인방, 심상치 않은 움직임” 기사를 내보냈다.

중앙일보 ‘정치디렉터’도 도긴개긴이다. 여권이 진정으로 체포동의안 통과를 바랄까 묻고 천만의 말씀이라고 단언한다. 총선까지 “사법 리스크를 극대화하면서 재판 국면을 질질 끌고 가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것”이란다. 그때 “민주당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고 유능한 인재를 영입해 봐야 재판 이슈에 가리기 십상”이라며 민주당은 서서히 말라간다고 단정한다. “이미 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에 역전을 허용했다”며 당연한 결과란다. 도표까지 넣어 “한국갤럽 정기여론조사에서 지난해 가을부터 엎치락뒤치락 하던 여야의 지지율이 최근 들어 갑자기 확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라. 조선과 중앙이 인용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칼럼들이 나온 그날 오히려 민주당 지지율이 껑충 뛴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절도 지나지 않아 잘못된 예측임이 드러난 셈이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중앙일보 주필이던 이하경은 투표 당일 아침 “이재명의 마지막 승부수” 칼럼에서 민주당에 “민심은 썰물처럼 떠나고 있다”면서 여론조사 결과 ‘정당 지지율은 곤두박질쳐서 국민의 힘과 두 자릿수 차이로 벌어졌다고 썼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지 못한 걸까? 아니면 모르쇠를 놓은 걸까.

조선과 중앙이 민주당의 총선 참패를 걱정하는 모습은 기막히다. 정말 그들이 그것을 우려할까. 그야말로 천만의 말씀이다. 투표를 앞두고 그런 기사를 내보내는 까닭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민주당 의원들을 흔들거나 그들의 ‘이탈’에 명분을 주기 위해서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2월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무효표 논란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2월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무효표 논란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결국 민주당에서 이반표가 무더기 나왔다. 나로선 예상했던 일이다. 투표 다음날 두 신문은 ‘민주당 이탈’을 대서특필했다. 검찰에게 영장재청구를 부추기기도 했다. 새삼 냉철히 자문해볼 때다. 왜 ‘이재명 죽이기’에 저토록 안달일까. 그의 기본사회론과 민생정책이 권력과 자본의 이해관계에 현실적으로 가장 위협적이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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