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고위간부들의 ‘치열함’은 남다르다. 여기서 ‘고위간부들’ 표현은 의도적이다. 그 신문에 생각이 다른 기자가 있으리라 믿고 싶다. 더러는 조선일보 영향력을 과대평가한다고 눈 흘길 수 있다. 하지만 대선정국부터 지금까지 TV조선과 함께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이재명 의혹’을 부풀려왔다. 그를 좇아 유튜브와 자극적 댓글이 홍수처럼 쏟아졌다.

오월의 민중을 ‘총을 든 난동자’로 기사 쓰고도 여태 진솔한 사과 없는 김대중에 이어 그 신문의 고문을 맡은 강천석은 “이재명 대표 ‘기소’와 ‘불기소’ 사이 중간은 없다” 칼럼(2월11일)에서 “좌파 지식인, 좌파 언론”이 ‘협치’라는 단어를 꺼낸다고 비아냥댔다. “문 정부 시절 그들이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던 말”이란다. 케케묵은 색깔공세는 접어두자. 이재명 수사에서 “업무상 배임·부패방지법·제3자 뇌물수수라는 혐의의 얼개가 드러나는 순간 ‘중도 정치’와 ‘협치’는 물 건너”갔단다. 윤 집권 직후부터 협치는 안 된다고 부르댄 김대중과 난형난제다. 

문과 달리 윤에게 협치를 권한 까닭은 자명하다. 여소야대에 더해 0.7퍼센트 차이 때문이다. 국정에 유권자 절반을 의식하지 않으면, 국제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분열로 국력을 소모할 수밖에 없다. 혐의를 기정사실화한 대목은 윤석열, 한동훈 행태와 도긴개긴이다. 

▲ 2월10일 윤석열 대통령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를 방문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2월10일 윤석열 대통령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를 방문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검찰과 손잡은 언론이 재탕 삼탕 보도한 의혹들에 입증된 사실은 아직 없다. 당사자가 결백을 장담하며 공언하기에 물증은 관건이다. 이재명이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도 기자라면 전문을 정독해야 마땅하다. 독자들도 인터넷 검색으로 일독을 권한다. 최소한의 균형감을 위해서다. 

모름지기 언론인의 칼럼은 확인된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 기자 경력이 전혀 없는 이런 저런 논객들이야 그렇더라도 ‘전설’이나 ‘원로’로 행세하는 언론인들까지 의혹에 근거해 독선적인 권력과 장단 맞추는 풍경은 남우세스럽다. 거듭 명토 박는다. 나는 지금 이재명의 결백을 단언하고 있지 않다. 윤석열의 검찰과 이재명의 주장이 확연히 다르거니와 누가 맞는지 아직 입증되지 않아 사실 확인을 할 수 없는 상황임을 지적할 뿐이다.  

‘이재명 죽이기’에 눈 벌건 언론들은 정작 본령인 권력 감시에 나 몰라라하고 있다. 비례해서 대통령의 반민주적 언행은 무장 심각하다. 안철수까지 “적”이란다. 대통령실은 ‘안윤연대’라는 말을 콕 집어 “국군 통수권자이자 국정 책임자”에 무례라고 경고했다. 안철수는 “윤안연대라고는 했지만, 안윤연대는 쓴 적이 없다”고 했는데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 대통령과 참모들이 ‘안윤연대’라는 ‘언어 조작’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통령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언구럭에 이르러선 이들이 얼마나 제 멋대로인지 확인할 수 있다. 당 대표 선거에 다름 아닌 윤석열이 먼저 개입하지 않았던가. 오죽하면 검사 출신인 국힘당 김웅마저 ‘전교 꼴등 윤핵관이 1등 되는 법’이란 글을 올려 “1등을 죽인다. 다음 1등을 죽인다. 다다음 1등을 죽인다” “시험 치지 말고 담임 보고 1등 정해달라고 해”라 자조했겠는가. 

▲ 2월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힘내라 대한민국! 제3차 전당대회 - 더 나은 미래 서약식'에서 김기현(오른쪽부터), 안철수, 천하람, 황교안 당 대표 후보가 공정경쟁 및 선거결과 승복 서약서에 서명한 뒤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안철수 의원 페이스북
▲ 2월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힘내라 대한민국! 제3차 전당대회 - 더 나은 미래 서약식'에서 김기현(오른쪽부터), 안철수, 천하람, 황교안 당 대표 후보가 공정경쟁 및 선거결과 승복 서약서에 서명한 뒤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안철수 의원 페이스북

집권의 ‘은인’ 안철수마저 적으로 살천스레 몰아치는 윤석열이 이재명을 어찌 볼지는 헤아릴 수 있다. 한동훈과 검찰은 대선에서 윤석열을 내놓고 지지한 언론들이 선거운동 하듯 앞 다퉈 보도한 의혹들을 ‘부패범죄’로 단정 짓고 내내 잡아들일 궁리하고 있다. 대선에서 살얼음 차이 후보이자 민생에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는 제1야당 대표를 물증도 없이 마구 소환하는 권력의 행태에 대다수 기자가 침묵한다. ‘방탄 타령’만 불러댄다. 행여 혐의가 사실로 나타날 때의 ‘위험’을 의식해서일까. 하지만 그럴 일은 아니다. 무릇 사건은 언제나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에 있고, 각 국면마다 확인된 사실 공유와 그에 근거한 여론 형성이 언론의 철학적 기초다. 

반민주적 언행을 일삼는 권력과 야합한 조선 신방복합체와 그 닮은꼴들로 언론은 바닥없이 추락하고 있다. 제1야당 대표가 내놓은 ‘기본사회’ 비전과 민생 예산 긴급편성 호소는 깊숙이 파묻히고 있다. 민중의 고통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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