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선악과를 따먹었고, 원죄를 범했다”

“애국적 기독교인과 동성애 법제화에 반대하는 그리스도 군병들은 이단종파의 성체처럼 되어가는 MBC 변화에 동참해주길 바란다”

반동성애를 주창하는 보수 성향 기독교 단체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성소수자와 MBC를 비방하고 나섰다. 이들은 MBC가 성소수자 아이돌 그룹 라이오네시스 음악 <It’s OK to be me> 방송을 허가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 과정에서 “동성애는 유전이 아니다” 같은 증명되지 않은 발언이 나왔다.

기독교 단체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 수 있었던 이유는 대구광역시 서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상훈 의원이 협조를 해줬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에도 기독교 단체들이 소통관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할 수 있게 협조한 바 있다.

▲2월14일 보수 기독교 단체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2월14일 보수 기독교 단체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동성애 유전 아니다” 확인되지 않은 발언 이어져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건강한경기도만들기도민연합, 에스더기도운동 등 ‘1200개’ 시민단체는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영방송 MBC와 KBS, SBS의 기독교 모독, 동성애 선전 노래 방송 적합 판정 규탄 성명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김상훈 의원은 “여러 기독교 단체에서 기자회견 협조 요청을 했다”며 마이크를 넘겼다.

길원평 한동대 석좌교수는 “(라이오네시스 음악은) 동성애가 선천적인 것처럼 말해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동성애는 (유전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동성애자는 아기를 낳을 수 없고, 유전자 전달될 수 없기 때문에 자녀를 적게 낳는 행동양식은 유전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길원평 교수는 일란성 쌍둥이의 동성애 일치비율이 100%가 아니라면서 “(동성애가) 선천적으로 결정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길 교수는 2019년 영국 안드레아 가나 연구팀이 47만 명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를 언급하면서 동성애는 유전이 아니라고 했다. 당시 연구팀은 단일한 동성애 유전자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안드레아 가나 연구팀의 분석 결과를 가지고 동성애의 후천성을 입증할 순 없다. 안드레아 가나 박사는 2020년 뉴스앤조이와 인터뷰에서 ‘단일한 동성애 유전자’가 없다는 것이 동성애의 후천성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가나 박사는 “동성 간 성적 행동은 유전적 혹은 비유전적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동성애 성향이 유전에 의해서만 결정된다고 할 수도 없고, 사회적·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받아 결정된다고만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보수 기독교 단체 “MBC 선악과 따먹고, 원죄 범해”

서울기독교총연합회 전 회장인 원성웅 목사는 “MBC 사태는 성경을 왜곡하고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는 참담한 것”이라면서 “대한민국 기독교회의 이름으로 지적하겠다. MBC는 선악과를 따먹었고, 원죄를 범했다”고 했다. 이어 “(MBC는) 사회적 규탄을 받을 뿐 아니라 세상을 창조하고 관찰하는 하나님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지각 있는 지도자는 이를 명심해야 한다. MBC는 ‘성소수자 인권 보호’라는 미명 하에 대다수의 건강하고 상식적인 국민 윤리를 헤치고 가정을 헤치는 범죄에 가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성웅 목사는 MBC가 라이오네시스 음악에 방송 금지 처분을 내려야 한다면서 “권고를 무시하면 시청거부에 더해 광고 거부, 광고 상품 불매운동까지 하겠다. 애국적 기독교인과 동성애 법제화에 반대하는 그리스도 군병들은 이단종파의 성체처럼 되어가는 MBC 변화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기독교 단체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김상훈 의원 때문이다. ‘국회기자회견장 운영에 관한 내규’에 따르면 소통관 기자회견장은 국회의원이나 정당 대변인, 차관급 이상 국회 소속 공무원만 신청할 수 있다. 김상훈 의원이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해준 것이다.

김상훈 의원실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김상훈 의원이) 국민의힘에서 직능단체와 접점을 갖고 있는 중앙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해서 사회단체들의 민원을 듣고 접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독교 단체가) 소통관에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김상훈 의원 입장이 기독교 단체와 관하다고 봐야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경청해 볼 부분이 있다고 생각을 해서 장소를 마련해준 것 같다”고 밝혔다.

김상훈 의원은 지난해 5월 기독교 단체들과 함께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했다. 또 김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회 가톨릭 신도회 회장이고, 동성애를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보이그룹 라이오네시스. 현재는 3인조다. 사진=라이오네시스 제공
▲보이그룹 라이오네시스. 현재는 3인조다. 사진=라이오네시스 제공

라이오네시스 향한 압박 강도 높아져 

라이오네시스는 멤버 전원이 성소수자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이다. 라이오네시스는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응원·연대하는 노래 <It’s OK to be me>를 발매해 화두에 올랐다. MBC는 지난해 12월17일 이 노래에 대해 방송 불가 판정을 내렸다. 방송불가 사유는 ‘동성애’였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MBC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으며, MBC는 같은 달 20일 재심의를 거쳐 ‘방송 적합’ 판정을 내렸다.

이후 상황이 정리되는 듯 했으나 기독교 단체가 MBC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파장이 이어졌다. 한국교회총연합은 지난달 15일 성명을 내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는 기독교계 입장에서는 심각한 우려를 넘어 극도의 공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만일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면, 동성애를 찬양하고 신성모독하는 노래를 방송하는 언론에 대해 과연 제대로 비판이나 할 수 있었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3일 KBS 시청자센터 홈페이지에는 ‘기독교 폄훼하는 라이오네시스의 음원 적합과 방송을 절대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동성애는 각종 성병과 에이즈감염의 주원인”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하면서 “학교에서도 동성애미화교육을 시키려 하고 방송사까지 합세해 도대체 왜 이러는가”라고 했다. 청원 동의 수는 1000명을 넘었다.

기독교 단체들은 집회를 개최해 방송사를 압박하기도 했다.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등은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라이오네시스 노래에 대해 방송 불가 판정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3일에는 주최 측 추산 5천여 명이 집회에 참여했다. 기독교 단체들은 평일 점심시간 MBC 앞에서 소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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