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기독교발 ‘가짜뉴스’ 비중이 보수 정권이 들어선 후 양적으로 줄었고, 그 이유가 기독교발 ‘가짜뉴스’ 목적이 정치적이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기성 언론이 취재하지 않은 내용을 ‘유튜브에서 이런 주장이 나왔다’는 식으로 보도하지 않아야 ‘가짜뉴스’가 힘을 잃게 된다는 조언도 나왔다. 

지난 10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청어람홀에서 주최한 ‘탈진실 시대, 종교와 가짜뉴스’ 대중포럼에서 변상욱 전 YTN 앵커이자 기자는 ‘기독교 가짜뉴스의 동향과 분석’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보수 기독교발 가짜뉴스 양 줄어…정치 지형 변화했기 때문”

변상욱 기자는 “최근 기독교발 가짜뉴스가 양적으로 많이 줄었고, 허위 정보를 만들고 주장하는 주요 보수 기독교 유튜브 채널 활동도 많이 줄었다”며 “기성 언론들이 보수 유튜버 주장을 그저 전달하는 기사를 이전보다 많이 줄이기도 했고, 정권이 바뀐 이유도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보수 기독교발 가짜뉴스는 정지 지형을 바꾸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10일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청어람홀에서 열린 ‘탈진실 시대 종교와 가짜뉴스’ 대중포럼에서 변상욱 기자가 ‘기독교 가짜뉴스의 동향과 분석’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유튜브.
▲10일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청어람홀에서 열린 ‘탈진실 시대 종교와 가짜뉴스’ 대중포럼에서 변상욱 기자가 ‘기독교 가짜뉴스의 동향과 분석’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유튜브.

변 기자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가짜뉴스’ 진원지가 수많은 보수 기독교 채널임을 찾아낸 한겨레의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라는 기사를 소개했다.

이 기사는 2018년 9월 발행된 것으로 당시 한겨레는 두 달 동안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세력을 추적해 보도했다.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유튜브 채널 100여개와 카카오톡 채팅방 50여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극우 기독교 세력의 유튜브 채널이 그 진원지였다는 보도다. 다만 변 기자는 이 기사에서 가짜뉴스 진원지로 꼽힌 ‘에스더 기도운동’에 대해 “에스더 기도운동은 가짜뉴스의 유통 ‘허브’이지 직접 생산한 곳은 아니라는 반론이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 기사: 한겨레: 동성애, 난민 혐오 ‘가짜뉴스 공장’의 이름 에스더]

▲가짜뉴스 유통 진원지가 ‘에스더 기도운동’ 등 보수 기독교 세력이었다는 사실을 취재한 한겨레 기사를 소개하는 변상욱 기자. 
▲가짜뉴스 유통 진원지가 ‘에스더 기도운동’ 등 보수 기독교 세력이었다는 사실을 취재한 한겨레 기사를 소개하는 변상욱 기자. 

최근 ‘극우 기독교발 가짜뉴스’가 줄었다는 주장 근거에 대해서는, 실제 주요 극우 기독교 유튜브 채널을 들어가보면 과거에 비해 활동이 줄었고 채널 자체를 운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태극기 집회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정보를 올려왔던 ‘Jesus Only’ 채널이나 허위정보 등을 올렸다고 지목 받았던 마라나타TV, ‘여호와 로이’ 등 채널이 최근에는 영상을 올리지 않고 있다는 것. 또 수많은 구독자를 갖고 있던 전광훈 목사 채널 등도 여러 분파로 나뉘면서 그 세력이 약해졌다고 한다. 

변 기자는 ‘보수 기독교 채널’ 외에도 진보 진영에서도 역시 성급한 추론을 곁들인 폄하와 폄훼를 전달하는 유튜브 채널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변 기자는 “예를 들어 (대통령이나 영부인에 대해) 머리에 흑채를 발랐는데 그것이 무속인이 시켜서 바른 것이다, 무속인이 바지를 거꾸로 입으라고 해서 거꾸로 입었다, 술에 관한 폄하와 폄훼, 속단 등의 영상들이 있다”며 “충분한 취재 없이 무리한 추론을 사용하는 채널들이 많다”고 짚었다.

▲태극기 집회나 보수 정치와 관련한 정보들을 올렸던 보수 기독교 채널들이 최근에는 영상을 올리지않거나 채널을 운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태극기 집회나 보수 정치와 관련한 정보들을 올렸던 보수 기독교 채널들이 최근에는 영상을 올리지않거나 채널을 운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짜뉴스 전달않는 언론의 노력도 필요

변 기자는 무리한 주장, 허위 정보를 만드는 유튜브 채널들을 기성언론과 인터넷 매체들이 ‘받아쓰기’ 때문에 품질 낮은 주장이 계속 전파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최근 인터넷 매체 위키트리는 전광훈 목사가 ‘황당한 주장’을 했다며 “이태원 참사는 북한 공작, ‘밀어’라고 말한 사람은 북한 간첩일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송고했다.

변 기자는 “‘황당한 주장’이라며 그 주장을 따옴표로 제목에 쓰고 전달하는 행태 때문에 가짜뉴스가 더 번지고 있다”며 “다행히 위키트리 외 다른 언론사는 이런 주장을 전달하지 않았다. 최근 언론들이 이런 행태를 자제하고 있기 때문에 가짜뉴스 유튜브들이 힘을 잃은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11월4일 위키트리는 전광훈 목사의 주장이라며 이태원 참사가 북한 간첩의 행위라는 말을 전달했다. 
▲11월4일 위키트리는 전광훈 목사의 주장이라며 이태원 참사가 북한 간첩의 행위라는 말을 전달했다. 

변 기자의 발제가 끝난 후 이용필 뉴스앤조이 편집국장은 “물론 황당무계한 주장들이 많지만 누군가는 팩트체크를 해야 하고 기독교발 가짜뉴스가 뻗어나가는 생태계를 지적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언급하는 경우도 있다”며 “균형을 맞추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지윤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박사는 “변 기자 발제를 듣고 정권이 바뀌면서 보수 개신교발 가짜뉴스가 줄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고, 그런 현상 뒤에 보수 개신교의 정보전달 목적보다 정치적 목적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며 “이런 의미에서 ‘미디어 리터러시’가 중요하고 기독교 문화 안에서도 ‘성경 리터러시’ 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계몽적 방식에서 벗어나야

변상욱 기자는 “가짜뉴스나 허위 정보에 대한 대안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자주 말하는데, 어떤 방식의 ‘미디어 리터러시’인지 중요하다”며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리터러시 방식에서 ‘당신이 알고 있는 정보는 틀렸다’라고 교정하는 자세가 아닌,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믿고 있는 사람에게 스스로 왜 그렇게 믿고 있는지 설명해보라 하고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면서 질문을 던지는 등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식의 소통이 유효했다고 한다. ‘넌 틀렸어’라는 방식의 리터러시 교육이 아니라 토론 등의 방식으로 변화해야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변 기자는 “뉴스 리터러시는 평생 교육 차원으로 넘어가고 있으며 교회도 이런 교육을 함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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