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성 소수자 남성그룹 ‘라이오네시스’의 신곡이 CBS 음원 심의 결과 금지곡 판정을 받았다. 여기에 더해 CBS가 그 사유로 ‘기독교정신에 위배되는 가수(팀)’라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CBS 측은 라이오네시스 신곡 ‘크리스마스 미라클’(Christmas Miracle) 가사 내용을 심의한 결과라며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만큼 홈페이지 게시물에 적시된 표현을 수정하겠다고 했다. 심의 대상이 된 것은 노래일 뿐 가수의 정체성은 아니라는 취지지만, CBS가 성 소수자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 지난달 데뷔한 4인조 신인 남성그룹 라이오네시스는 오는 16일 신곡 크리스마스 미라클을 발매할 예정이다. 사진=라이오네시스 제공
▲ 지난달 데뷔한 4인조 신인 남성그룹 라이오네시스는 오는 16일 신곡 크리스마스 미라클을 발매할 예정이다. 사진=라이오네시스 제공

지난달 데뷔한 4인조 신인 남성그룹 라이오네시스는 오는 16일 신곡 크리스마스 미라클을 발매할 예정이다. 이에 지난달 말 방송사 10여 곳에 신곡에 대한 음원 심의를 접수했다. 방송 음원심의는 주요 방송사들이 자체 규정과 판단에 따라 음원을 심의해 자사 방송에 내보낼지 결정하는 절차다. 

CBS가 지난 2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심의결과를 보면, 라이오네시스 신곡 크리스마스 미라클은 금지곡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그 사유는 ‘기독교 정신에 위배되는 가수(팀)/(성소수자그룹)’라는 것. 

라이오네시스는 CBS의 조치가 “명백한 차별”이라는 입장이다. 라이오네시스는 공식 입장을 통해 “이것은 명백한 차별이고,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팬 여러분께 이런 소식을 전해드려야 한다는 점에서 마음이 무겁고 속상하다”며 “하지만 이 현실의 벽 역시 반드시 깨뜨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힘만으로는 벅찰 수 있지만, 사랑하는 팬분들과 함께라면 능히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여러분의 응원과 관심이, 라이오네시스가 이 벽을 깨부술 수 있게 하는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 CBS가 지난 2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심의결과를 보면, 라이오네시스 신곡 크리스마스 미라클은 금지곡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기독교 정신에 위배되는 가수(팀)/(성소수자그룹)’라는 게 사유였다. 사진=CBS 홈페이지 자료 갈무리
▲ CBS가 지난 2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심의결과를 보면, 라이오네시스 신곡 크리스마스 미라클은 금지곡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기독교 정신에 위배되는 가수(팀)/(성소수자그룹)’라는 게 사유였다. 사진=CBS 홈페이지 자료 갈무리

CBS 측은 이번 금지곡 판정이 크리스마스 미라클 가사 내용을 심의한 결과라고 밝혔다. CBS 관계자는 14일 오후 통화에서 “성 소수자 그룹이어서 금지곡 판정을 내린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가사 내용이 우리 심의 규정에 위반이다”고 전했다. 

이를테면, “널 만난 뒤엔 하나님께 매일 감사해, 너라는 천사를 내 남자로 보내줬으니 그분이 우리를 미워한다는 말은 거짓말인 게 분명해 진 거네. 밝은 곳에서 사랑해도 되네”라는 대목이나 “나 이제 다른 연인들 하는 것, 지하철에서 널 와락 안는 것 여기서 네게 입맞춤 하는 것 주저하지 않을 거야”라는 가사 등이 동성애를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고 기독교를 희화화하고 있다는 게 CBS 측 판단이다. CBS 음악심의세칙 등 규정은 “기독교 정신에 위배되는 곡”은 금지하고 있다.

CBS 관계자는 “뮤지션들이 ‘성소수자 그룹’이라는 이유로 방송 부적합 판정이 내려진 것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알려드리며 오해가 없길 바란다”며 “지난 10월 같은 그룹의 다른 곡인 쇼미 유어 프라이드(Show Me Your Pride)는 가사 등에 문제가 없었으므로 CBS 내부 음악 심의 과정을 통과했다”고 했다. 이어 “CBS 음악심의세칙에 따라 부적합 판정을 받은 음악의 경우 재심을 요청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지난달 데뷔한 4인조 신인 남성그룹 라이오네시스. 사진=라이오네시스 제공
▲ 지난달 데뷔한 4인조 신인 남성그룹 라이오네시스. 사진=라이오네시스 제공

라이오네시스 리더 배담준(30)씨는 14일 통화에서 “2021년에 금지곡 판정이라는 사실도 어처구니 없지만 단지 성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방송 전파에 태울 수 없다고 밝힌 것은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겠다는 것과 같다. 멤버들이 큰 상처를 받았다”고 밝혔다. 

배씨는 “방송 전파는 사유재산이 아니지 않느냐. 공공재산 아닌가”라며 “CBS가 아무리 기독교방송이래도 공공기관에 준하는 곳인데, 그런 곳에서 성 소수자라서 안 된다는 식으로 공개적으로 모욕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고 밝혔다. 

배씨는 “우리 멤버들도 교회를 다닌다. 그렇다면 과연 기독교정신이라는 게 무엇인가”라며 분개하면서도 “다만 이 문제로 방송사와 다투며 에너지를 소모하기보다 가수다운 방법으로 우리 노래를 더 널리 부르고 알릴 생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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