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의 광장 사용 신청을 두 달이 지나서야 조건부 허가했지만 반쪽 승인에 대한 비판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외면하거나 가치판단을 미뤄둔 보도가 다수인 가운데, 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기독교계 매체의 혐오성 보도도 늘고 있다.

퀴어문화축제 조직위가 광장 사용신고서를 제출한 건 지난 4월13일, 이를 열린광장운영시민위로 넘긴 서울시는 6월15일 일부 단서를 달아 사용신고를 받아들였다. 조직위가 신청한 7월 12일~17일 중 하루인 16일만 광장 사용을 허가하면서, 과도한 신체 노출이나 음란물 전시·판매 행위는 제한한다고 밝힌 것이다.

서울시의 이런 결정은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서울광장 사용 조례에 따르면 시장은 광장사용신고 수리 여부를 48시간 안에 통지하는 것이 원칙이다. 2019년에도 서울시는 퀴어문화축제를 위한 광장사용신고 수리를 3개월간 미루면서, 서울시 인권위원회로부터 “차별적 조치”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같은 양상이 또다시 반복된 것이다.

▲지난 13일~15일 서울시청 앞에서 진행된 서울퀴어퍼레이드(서울퀴어문화축제) 광장사용신고 수리 촉구 1인 시위. 사진=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SNS
▲지난 13일~15일 서울시청 앞에서 진행된 서울퀴어퍼레이드(서울퀴어문화축제) 광장사용신고 수리 촉구 1인 시위. 사진=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SNS

광장사용 조건으로 내건 단서 조항도 논란이다. 조례에 따라 사용신고가 불허되는 사유는 △광장 조성 목적에 위배되거나 다른 법령에 따라 이용이 제한되거나 △시민의 신체·생명 등에 침해를 가할 우려가 있거나 △동일 목적 행사를 위해 7일 이상 연속 사용 또는 다른 행사와 중복되는 경우 등이다. 성소수자 관련 축제에 ‘신체노출’, ‘음란물’ 등을 운운하며 조건을 둔 것은 ‘시장이 광장 사용신고자의 성별·장애·정치적 이념·종교 등을 이유로 광장 사용에 차별을 둬선 안 된다’는 서울광장 조례에 반한다. 

그러나 이 사안을 조명한 언론은 절대적으로 소수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를 기준으로 올해 1월1일부터 6월20일까지 6개월간 퀴어문화축제를 보도한 언론은 54개 중 17개 매체, 기사량은 38건이다.

매체별 보도량은 서울신문(7건), 경향신문(5건), 국민일보(4건), 한국일보·한겨레(3건), 머니투데이·아시아경제·전남일보·YTN(2건), 동아일보·세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서울경제·헤럴드경제·부산일보, KBS(1건) 순이다. 소위 중도·진보 성향의 신문이나, 퀴어문화축제에 비판적인 기독교계의 국민일보를 제외하면 6개월간 퀴어문화 축제를 다룬 기사가 3건 이상인 매체가 전무하다.

‘조중동’으로 불리는 3개 매체 중에서는 조선일보가 중립적 보도 형태의 기사 속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목소리를 전했다. 15일자 ‘서울광장 퀴어축제 조건부 승인… 서울시 “행사는 하루만, 과다노출 금지”’ 기사는 축제 주최측과 반대 측의 비판의 목소리를 각각 전한 뒤,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 준비위원회의 주장으로 마지막 단락을 채웠다. 마지막 단락에 성소수자 행사만 허가제로 집행한다는 조직위 기자회견 발언을 담은 동아일보와도 대비된다.

▲개신교계 매체들의 퀴어문화축제 관련 보도 갈무리. 사진=다음뉴스 검색결과
▲개신교계 매체들의 퀴어문화축제 관련 보도 갈무리. 사진=다음뉴스 검색결과

더 많은 기사들이 유통되는 포털에서는 서울시 대응의 문제점을 짚은 기사가 기독교계 목소리에 짓눌리는 양상이 확연하게 나타났다. 다음뉴스에서 지난 15일~20일 ‘서울퀴어문화축제’ 키워드로 검색되는 기사는 총 97건, 서울시 승인 논란의 문제점과 맥락을 짚은 기사는 연합뉴스, 프레시안, 한겨레, 여성신문, JTBC, 서울신문 등에서 작성한 9건에 그쳤다. 

반면 기독교계 목소리를 담은 기사는 27건이었다. 주로 기독교계로 분류되는 매체들로, 서울시가 퀴어축제로 인한 광장사용 허가를 취소하라는 교계 성명이나 비판을 담은 기사들이 이어지고 있다. 종합일간지 중에선 개신교 순복음교회 계열의 국민일보가 ‘‘퀴어축제’ 서울광장서 하루만… 교계 “음란 중심지로 변질” 반발’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한국교회연합은 이 기사를 통해 “서울시민 모두의 건전한 여가 공간을 음란·퇴폐의 중심지로 변질시키는 데 서울시가 앞장섰다는 점에서 규탄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퀴어문화축제를 ‘음란’ ‘퇴폐’와 연관 짓거나, 반대하는 행위가 사회적으로 용인돼선 안 된다는 판단은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앞서 서울시의 광장사용 수리 지연을 비판했던 서울시 인권위원회도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각종의 혐오·차별 등의 현상은 사회적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기반해 일정한 소수자집단의 인권을 부정하며 그들을 공적 영역으로부터 배제하는 반인권적·반민주적 행태”라 밝힌 바 있다. 이를 반대하는 종교단체 시위는 “성소수자에 반대하면서 질서를 교란하는 대항집회”라 규정됐다. 2018년 대구, 인천 지역 퀴어문화축제에서의 반대 집회와 관련해서도 국가인권위원회가 각각 집회 자유가 제한되지 않기 위한 경찰의 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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