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미디어투사라는 분이 있다. 그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고위원에 출마하면서 자신을 “행동하는 미디어투사”라고 했다. 그의 출마의 변은 “좌파방송 등 미디어 개혁 없이 윤정부 성공도 총선승리도 없다”는 말로 시작된다. 그러면서 “좌파 언론과의 투쟁의 선봉에는 항상 제가 있었다. 과방위 간사, 미디어특위 위원장 등을 맡아 좌파 언론과의 투쟁에서 물불 가리지 않았다”며 “왜곡, 편파 보도를 자행하는 민노총 언론노조의 공영방송 영구장악을 막을 힘을 저에게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한 전력을 앞세워 미디어투사가 되기까지 그의 발자취를 소개한다.

지난 2019년 12월 보수와 진보 성향을 가릴 것 없이 기자들이 크게 반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자유한국당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삼진아웃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좌편향으로 심각하게 기울어진 미디어 환경을 바로세우고자 불공정 보도에 대한 삼진아웃제를 실시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자신들이 분류한 불공정 편파 보도를 한 기자와 언론사에 대해 1~2차 사전경고를 하고 3차 출입금지 등 삼진아웃제를 실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당시 위원회에 속한 미디어투사는 MBC 보도를 가리켜 사전 경고한다면서 삼진아웃제에 대해 “한쪽에만 팩트가 틀린 게 나오고 있어 ‘자제해달라’ ‘공정하게 보도해달라’는 절규에 가까운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개인 의원 자격이 아니라 당 차원에서 자의적 기준에 따라 매체 출입을 제한시키겠다라는 조치에 현장 취재기자에 대한 압박 등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 박성중 자유한국당 미디어특별위원장이 2019년 12월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 삼진아웃 제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박성중 자유한국당 미디어특별위원장이 2019년 12월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 삼진아웃 제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그는 드라마 제작도 문제삼았다. 2020년 12월 JTBC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된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를 방송할 예정이라고 알려지자 미디어투사를 포함한 국민의힘 의원 7명은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밀고 있는 공수처장을 미화한 드라마를 기획한 것은 정권의 입이 되겠다고 자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하고 방송 프로그램 기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법적 수단까지 강구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실상 공수처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보지도 않은 드라마에 강력 경고를 한 셈이다. 특정 정당 의원이 모여 방송사의 드라마 기획과 편성에 간섭한 일이다.

미디어투사라는 분은 언론사 매각 문제에 대해서도 오락가락한 행보를 벌였다. 2020년 10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그는 YTN 매각 문제에 대해 질의했다. 그는 “지금 시중에는 청와대와 방통위원장 여러 사람이 짜고 한겨레에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YTN을) 준다고 한다”며 “대선에서, 총선에서 이겼다고 방송이 전리품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 (매각은) 투명하게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는 2022년 11월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YTN 민노총 언론노조가 YTN 지분매각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는데 이것은 언론노조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행위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YTN에 간섭과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다, 근거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어느 역대 정권에서도 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2022년 1월 한 지역신문이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청년 화상회의 불참에 따른 참석자의 비판 목소리를 보도하자 그는 관련 보도에 대해 ‘완전 엉터리’라며 “시골이라서 전화번호를 안 가지고 있다”고 폄훼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대선기간 불공정 편파 보도를 했다며 YTN·MBC 등 방송사 항의 방문에 앞장섰다. 대통령인수위는 그를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로 임명하면서 날개를 달아줬다.

▲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1월30일 국회 소통관에서 최고위원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1월30일 국회 소통관에서 최고위원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의 전력을 보면 어떤 외압이나 압박으로부터 언론자유를 지키는 사람이라는 뜻의 미디어투사가 되기엔 한참 부족해보인다. 미디어투사가 되려면 적어도 최근 정권 차원에서 언론사 기자를 고발하는 일에 대해선 한마디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자신이 미디어투사라는 박성중 의원에게 걸맞은 이름을 돌려드리고 싶다. ‘돌격대장’ 혹은 ‘저격수’, 그에게 어울리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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