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의 부활 소식이 들려왔다. 3년 전 ‘종영’ 대신 ‘휴식기’라는 표현을 쓰며 떠나기는 했지만, 정말 돌아올 줄 그 누가 상상했을까. (KBS의 현재 공식 입장은 '확정된 바 없다'다.) 

<개그콘서트> 잠정 제작 중단 소식이 전해졌던 2020년, 여러 희극인과 방송 관계자들은 저마다 이유를 분석했더랬다. 달라진 방송 환경과 코미디 트렌드의 변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계 등 여러 이유가 언급됐는데, 당시 개그맨들은 입을 모아 엄격한 심의와 개그를 개그로 보지 않는 대중의 시선이 개그의 소재를 제한하고 개그를 위축시켰다고 말했다. 

▲ 개그콘서트. 사진=KBS 홈페이지
▲ 개그콘서트. 사진=KBS 홈페이지

반대로 대중은 ‘그래서 개콘이 망한 것’이라고 했다. 대중의 윤리의식이 높아지고, 더 이상 사회적 약자를 조롱하는 개그에 함께 웃을 수 없도록 교육받은 이들이 늘었음에도 여전히 구시대의 코미디 공식만을 답습하고 있으니 도태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이다.

이 인식의 간극은 <개그콘서트> 부활이 언급되고 있는 2023년에도 건재하다. <개그콘서트> 주역 중 하나인 개그맨 황현희는 <스포츠월드>에 쓴 칼럼 ‘‘개콘’의 재부활… 희망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이유’에서 “지상파는 전 국민을 만족시키는 프로그램이 나와야 하다 보니 수위 조절을 해야 하고, 시청자가 표현에 있어 불편하다는 의견이 나오면 위축되기 마련”이라면서 “웃기지 않으면 코미디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가 있는지 묻고 싶다. 결국 웃음을 만드는 소재가 다양해야 웃길 수 있다. (중략)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는 소재 제한 없이 얼마나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나. 그 정도로 표현의 과감성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면 지상파에서 어떤 코미디 프로그램이 나올지 뻔하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2020년 <개그콘서트>를 불편해하던 대중이 2023년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됐을까? 방송 심의 기준이 둔화됐을까? 달라진 것은 없다. 표현의 과감성이 보장되었다는 <SNL 코리아>조차 말이다.

일례로 2022년 <SNL 코리아>는 인공지능 로봇 ‘기가후니’ 캐릭터를 맡은 정상훈이 과도한 동작과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수어 통역사를 연기해 수어를 비하하고 나아가 농인을 비하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당시 쿠팡플레이 인스타그램 계정에 달린 “농인들의 첫 번째 언어인 수어를 웃음으로, 엉터리로 쓰는 것은 수어의 언어권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는 댓글에서 촉발된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쿠팡플레이와 <SNL 코리아> 측은 사과문을 게시하고 해당 영상을 삭제조치 했다.

▲ SNL 코리아 ‘더 칼로리’ 유튜브 썸네일.
▲ SNL 코리아 ‘더 칼로리’ 유튜브 썸네일.

지난 1월28일 공개된 에피소드에는 학교폭력 피해자의 복수극을 다룬 넷플릭스 <더 글로리>를 패러디한 ‘더 칼로리’ 코너를 담았는데, 실화를 모티브로 한 극중 고데기 사건을 희화화하고, 학교 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를 살찌게 만들어 복수하기 위해 식욕을 자극한다는 내용이 문제가 됐다. 일부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는 학교 폭력 상황과 여성의 살찐 외모를 개그의 소재로 삼은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상황. 아직 쿠팡플레이와 <SNL 코리아>의 대응이 나오진 않았지만, 확실한 건 구독형 OTT조차 조롱과 혐오의 잣대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중 정서나 심의만을 탓한다면, <개그콘서트>는 천 번을 돌아와도 같은 결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대중은 개그계의 적이 아니다. 그저 더 이상 혐오와 조롱에 웃을 수 없게 됐을 뿐이다. 그리고 풍자와 조롱의 경계를 구분하는 일은 현대인에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 대상이 위를 향하는가 아래를 향하는가. 선택의 영역인가 아닌가. 여기에 지상파와 비지상파, 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경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공영방송은 물론이거니와, OTT에서도 안 될 일이다. 표현의 자유는 고작 조롱을 개그로 소비하는 사회를 보자고 얻어진 것이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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