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4개월 만에 방송을 재개한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시청자게시판이 사라졌다. 첫 방송부터 여성과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개그소재로 이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시청자들이 의견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KBS 측은 뒤늦게 ‘출연자를 향한 부적절한 발언을 이유로 게시판을 닫았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개콘 첫 방송 중 ‘니퉁의 인간극장’ 코너에서 “결혼기념일 그게 뭐 대수야? 우리 아들 돈 빨아먹으려고 아주 그냥. 나 때 결혼기념일은 별거 없었다. ‘어? 서방님이 그 여자 집 안 가고 우리 집으로 오셨지. 왜 서방님이 밥상을 안 엎으시지’ 하면 그게 결혼기념일이고 동네 축하받았다”는 대사가 있었다. 

▲ 지난 12일 KBS 개그콘서트 '니퉁의 인간극장' 코너 화면 갈무리
▲ 지난 12일 KBS 개그콘서트 '니퉁의 인간극장' 코너 화면 갈무리

또한 이날 방송 ‘대한결혼만세’ 코너에선 “여러분 결혼하세요. 결혼하면 진짜 좋습니다. 나만의 내조의 여왕이 생겨요. 얼마 전에 와이프랑 같이 백화점에 갔는데 와이프가 옷도 사주고 신발도 사주고 넥타이도 사주고... 그거 내 돈이야! 내 돈을 꺼내서 자기가 계산하고 왜 생색을 내는 거야? 내조의 여왕이 아니라 내 돈의 여왕이야” 등이 대사가 나와 논란이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와 KBS 시청자 소감 게시판에는 ‘불쾌하다’, ‘다시 폐지하라’ 등의 비판이 나왔고, 오마이뉴스는 지난 13일 <“혐오·차별 담긴 ‘개콘’... KBS 수신료 가치 아니길”>에서 개콘의 첫 방송의 문제점을 보도했다. 

이후 KBS는 돌연 시청자들이 의견을 남길 수 있는 개콘 시청자게시판이 사라졌다. 

KBS 누리집 ‘시청자상담실’이 공개한 ‘일일 시청자 주요의견’ 보고서를 보면, 지난 19일 익명의 시청자가 “개콘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시청자 의견을 받는 곳이 없다”며 “시청자가 소감을 남길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 KBS 일일 시청자 주요의견. 자료=KBS 누리집
▲ KBS 일일 시청자 주요의견. 자료=KBS 누리집

앞서 개콘 방송 전,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KBS 개콘 제작진에게 공문을 보낸 뒤 시청자게시판에도 “누구도 상처받지 않은 웃음을 선보여야 한다”는 의견을 보낸 바 있다. 과거 사회적 소수자들을 차별하거나 조롱하는 식으로 웃음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개콘 시청자 A씨는 지난 22일 KBS 고객센터에 “지난주까지만 해도 개콘 시청자 소감 게시판이 있었는데 현재는 ‘방청신청’만 있다”며 게시판 폐쇄 경위를 문의했다. 이에 ‘KBS 홈페이지 상담실’에선 “프로그램 출연자분들의 욕설, 비방, 악성 댓글에서 보호하고자 숨김처리 된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A씨는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해 재차 문의했다.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사전공지나 설명 없이 시청자 소감 게시판을 없앤 구체적인 이유와 시청자 의견을 듣지 않겠다는 의미인지 등에 대해 물으며 개선안을 요청했다.

시청자 문의가 이어지고, 미디어오늘도 관련 취재를 시작하자 KBS는 24일 오후 KBS 개콘 누리집에 “[개그콘서트] 시청자 게시판 비공개 전환 안내”란 글을 올렸다. KBS는 “시청자 게시판은 프로그램 출연자를 향한 욕설, 비방, 성희롱성 발언 등으로 인해 출연자가 큰 고통을 받아 닫게 됐다”며 “시청자 여러분의 많은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KBS 측은 시청자 A씨에게 이날 오후 “미리 관련해 공지를 드리지 못한 점 죄송하다”며 개콘 누리집에 올라온 공지 내용을 첨부해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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