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일, 한 편의 보고서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사를 진행한 주체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다. 2003년에 출범한 이 연구소는 근육통이나 허리, 어깨 통증을 비롯하여 다수의 현장 노동자가 일상적으로 시달리는 ‘근골격계 작업병’ 투쟁 참여를 시작으로 다양한 노동 현장의 안전보건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와 조사를 수행했던 기관이다. 특히 근래 들어서는 방송 노동 현장 같이 일반적인 제조업과는 거리가 멀지만, 지속적으로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인한 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노동 영역에 대한 조사를 시행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 곳에서 2023년 신년을 맞이한지 얼마 안 돼서 어떤 노동 현장에 대한 건강 실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조사 보고서를 공개한 것이다. 과연 어떤 현장에 대한 보고서였을까. 바로 ‘웹툰 창작’의 영역이다.
[관련 링크 : '웹툰 작가들의 정신건강 및 신체건강과 불안정 노동 수준 실태 조사']

웹툰을 비롯한 만화 창작은 이전부터 심심치 않게 창작자의 건강 문제에 대한 이슈가 제기되었던 영역이다. 작업 특성상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이 길 수 밖에 없으며, 컬러 웹툰의 보편화로 인한 작업량의 증가와 주간 연재 이외의 연재 주기가 거의 존재 하지 않는 상황에서 작럽량의 상한이 명확히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조합되어 현재의 한국 웹툰은 이전의 출판 만화를 능가하는 작업 강도를 초래했다. 이미 필자는 이전에도 본 연재 코너를 통해 몇 차례나 만화 영역의 노동 문제에 대한 칼럼을 쓴 바가 있었다.
[관련 기사 : ‘만화가, 죽거나 혹은 아프거나’
‘‘좋아하면 울리는’ 완결, 만화의 건강한 지속은 어떻게 가능한가’
‘지속 가능한 만화’를 고민하기 위하여’]

▲사진=gettyimages.
▲사진=gettyimages.

만화가들 역시도 스스로 자신들이 겪는 가혹한 작업 강도를 호소해왔다. 여기에 잊을만 하면 발생하는 유명 만화가들의 심각한 부상 또는 죽음에 대한 소식은 결코 만화가라는 직업이 노동 안전과 보건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그러기에 이전부터 한국콘텐츠진흥원이나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등 유관기관에서 시행하는 만화 작업에 대한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만화가 자신이 인식하는 건강 상태에 대한 문항이 꼭 삽입되어 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작가 자신이 인식하는’ 건강 상태 응답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존재했다. 허나 지금까지 집중적으로 만화가들의 노동 안전 문제에 대해 조사하는 보고서는 극히 드물었다. 어떤 의미에서 이 보고서는 집중적으로 웹툰 작가의 ‘정신과 신체 건강’를 다룬 거의 최초나 다름 없는 연구 자료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이 보고서가 지니는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보고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보고서가 대중에 공개된지 약 한 달이 되는 1월27일 현재, 해당 보고서를 조금이라도 기사에서 언급한 매체는 단 4곳(매일노동뉴스, 경향신문, 헬스조선, 아시아경제)에 지나지 않는다. 무수한 매체들이 한국 웹툰를 연일 잘 나간다고 띄웠지만, 정작 해당 산업 영역의 질적인 흐름을 조사하는 연구에는 일부 언론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관심조차도 보내지 않은 것이다.

해당 보고서는 2022년 2월부터 8월까지 웹툰작가노동조합, 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창작자지회, 한국만화가협회에 속한 웹툰 작가 15명을 대상으로 1명 당 2시간 내외로 진행한 ‘심층 면접’과 최근 1년간 웹툰 작가 활동으로 50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는 전업 작가 3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결코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상당히 많은 표집 인원을 선정하여 최대한 연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고심한 것이다. 이렇게 공들여 작성된 보고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출판 만화에서 웹툰으로 바뀌어도, 작업 환경은 변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보고서가 지적하는 부분은 흔히 ‘출판 만화’에서 ‘웹툰’으로의 변화를 말할 때 언급되는 ‘아날로그 작업이 디지털로 전환되며 전체적인 강도가 줄었다’는 인식이다. 분명 출판 만화 작업은 아날로그의 특성상 한 번 실수를 내면 수정 작업이 결코 쉽지 않으며, 지금은 제법 간편해진 무늬나 톤을 입히는 작업도 출판 만화 시절에서는 일종의 스티커인 ‘스크린톤’을 일일이 칼로 깎아 붙이는 등으로 높은 작업 난이도를 요구하는 일이었다. 분명 어떤 점에서는 한국 만화의 중심이 출판 만화에서 웹툰으로 전환될 때, 작업 환경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되며 분명 좋아진 점이 있었다.

그러나 조사에 참여한 작가들은 결코 그렇지 않음을 강조했다. 디지털 작업이 가지는 용이함이 있어도, 컬러 기분의 웹툰에서 강조되는 채색과 배경 작업을 이전보다 훨씬 공을 들여야 하기에 실제 체감하는 작업량은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작가들은 출판 만화 시절보다 훨씬 파편화된 계약 방식에서 혼란을 겪어 불공정한 계약을 맺기도 하며, 출판 만화 시절에는 주간-격주간-월간 등 만화 잡지의 발행 간격에 따라 다양한 마감의 존재했던 것에 비해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주간’ 연재만이 살아남은 것에 실질적인 노동 강도를 높였음을 언급했다. 만화 작업을 비롯한 생활 리듬도 더욱 짧아지며, 잠도 최소한만 자야하는 등 규칙적이거나 건강한 생활를 유지하기 어려움을 호소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작업 컷수 제한’에 대해서는 만화의 스토리 진행 상황에 따라 컷수가 유동적으로 조정될 수 있는 만큼,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대신 다른 해결책이 필요함을 언급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12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18 서울진로직업박람회 진로직업체험관에서 한 학생이 웹툰 그리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12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18 서울진로직업박람회 진로직업체험관에서 한 학생이 웹툰 그리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오히려 조사에 참여한 작가들은 ‘플랫폼’과의 관계에서 더욱 문제가 증폭됨을 이야기했다. 다수의 작가는 ‘근로 계약’(노동 계약)이 아닌 작가 개개인이 한 명의 개인 사업자로서 게약을 맺는 ‘프리랜서’의 지위지만, 작가들은 플랫폼과의 관계가 불균형함을 토로했다. 수많은 웹툰 플랫폼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한 개의 플랫폼이 취급하는 작품의 수가 무척이나 많은 상황에서 플랫폼이 메인 화면 등에 홍보하는 ‘프로모션’에 선정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가 무척이나 중요하다. 그러나 어떤 작품이 프로모션의 대상이 되는지의 기준은 그렇게 명확하지가 않다. 자연스레 플랫폼이 지니는 실질적인 힘이 무척이나 많지만 이 힘의 작동 구조를 알 수 없는 가운데, 플랫폼의 의사나 지시는 쉽게 이견을 제시할 수 없는 강력한 요구가 되고 만다.

그러나 정작 플랫폼이 정산이나 저작권, 계약 등에 있어서 실수를 저질러도 문제는 쉽게 개선되기 어렵다. ‘댓글 공간’에 대해서도 댓글이 지니는 몇몇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각종 악플을 직접적으로 작가에게 전달되는 문제로 인해 댓글 공간의 운영 중단이나 지속적인 관리를 요구해도 댓글 관리자 자체가 없는 플랫폼이 많아 거의 방치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물론 웹툰 작가 및 단체의 요구 등으로 2010년대 이후로는 플랫폼과 ‘표준계약서’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고, 서면 계약의 비율이 상승했다. 정작 표준계약서가 제시한 대로 계약을 하는 이는 10%에 불과했다. 일부 작가는 웹툰 플랫폼이 제공한 계약서가 표준계약서의 내용과 다름을 지적했지만, 이 조항을 수정하고 싶다면 계약 역시도 불가능하다는 응답이 돌아와음을 밝혔다. 표면적으로 플랫폼과 작가는 ‘사업자와 사업자’지만, 그 관계는 마냥 동등하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관계였다. 오히려 실질적으로는 ‘노사 관계’에 가깝지만, 근로계약서를 쓰는 것이기 아니기에 근로기준법에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기 어렵게 된다. 특히 작가들은 갑작스러운 건강 문제나 개인 사정이 발생해도 유급 휴가(휴재)조차 어려운 것이 문제임을 지적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몸도 마음도 지쳐간다

이렇게 웹툰 작가들이 놓인 고강도의 작업 환경, 플랫폼과 결코 동등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계약 상황은 곧 웹툰 작가들의 신체와 정신의 건강 상태 악화로 이어지기 쉽게 된다. 조사에 참여한 작가들 다수는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창작자로서 당연히 작업의 높은 완성도를 추구하고자 하는 압박감도 있지만, 주간 단위의 짧은 마감 주기는 그 압박감에서 쉽게 벗어날 틈을 주지 못한다. 마감을 위해 에너지 드링크나 고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를 마시는 것은 일상이 된다. 어떤 작가는 정신과에서 ADHD 환자에게 주로 처방되는 집중력 향상을 위한 약품을 복용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연히 식이습관 같은 일상 생활에서도 영향을 미치고, 인적 교류가 부족해지며 사회적으로 고립되며 더더욱 악순환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이러한 환경은 신체적인 영향으로도 이어진다. 조사에 참여한 웹툰 작가들은 추간판 탈출증, 손목터널증후군, 손가락관절염 등의 근골격계 질환, 그리고 방광염, 위장 질환, 안과 질환 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응답했다. 모두 한 자리에서 고정된 자세로 오랫동안 작품을 그리면서 발생하기 쉬운 질병들이다. 그러나 몸과 정신이 아파도 제대로 치료를 받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대로 ‘유급 휴재권’은 보편적으로 보장되기 어려우며, 질병 치료를 위해 작품을 쉬는 순간 그 시기의 수입을 모두 포기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플랫폼에서는 휴재 일수를 기준으로 작가의 성실도를 평가해, 차기작의 계약에 반영하기 때문에 더더욱 플랫폼과의 원활한 관계 유지를 위해 아프고 병든 것을 참으며 일하는 경우도 많았다.

▲사진출처=웹툰작가정신건강실태조사 보고서 가운데.
▲사진출처=웹툰작가정신건강실태조사 보고서 가운데.

수치로 통해 드러나는 노동 실태도 결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조사에 참여한 작가들의 1일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9.9시간, 특히 마감 직전일의 경우에는 하루 평균 11.8시간이었다. 주당 5.7일 근무하며,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51시간이었다.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잔업, 연장 근로를 제외한 1일 근무시간이 하루 8시간임을 생각하면 매일, 특히 마감이 가까워지면 더욱 작업 강도가 높아짐을 드러내는 지표이다. 소위 말하는 ‘주 52시간제’가 1주 기본 노동시간 40시간에 더해, 법적으로 허용된 야근‧특근 시간을 모두 포함하여 52시간임을 고려하면 웹툰 작가들은 매주 52시간을 꽉 채워 일하는 제조업 등의 노동자와 큰 차이가 없는 노동 시간을 보내는 셈이다.

이런 노동 환경이 일상적인 상황에서 조사에 참여한 웹툰 작가 중 29.4%가 육체적 지침이, 31.6%는 정신적 지침이 ‘항상 있음’을 호소했다. 그러나 건강 문제로 쉰 경험은 단 25.7%, 건강 문제가 있지만 참고 일한 경험은 40.7%를 기록하며 지속적인 건강 문제가 있음에도 제대로 된 휴식과 치료가 어려움이 드러났다.

이에 덧붙여 보고서 작성자들은 양적, 질적으로 조사된 웹툰 작가의 건강 지표가 일반 인구보다 주관적인 건강을 나쁘게 자기 인식하고 있으며, 일반 인구 집단에 비해 자살 생각‧계획‧시도를 경험한 비율도 높았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건강정신센터에서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에서는 한국 인구 평균의 자살 생각‧계획‧시도를 경험한 비율은 각각 10.5%, 2.5%, 1.7%였으나 해당 보고서를 통해 조사된 웹툰 작가의 응답은 17.35%, 8.5%, 4.08%였다.

이렇게 고생하면서 작품을 그리지만 보수의 수준은 대다수의 작가들이 ‘평균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조사 참여 웹툰 작가 중 51.4%가 월 최대 소득을 200-400만원 미만으로 응답했는데, 이는 2010년대 초반 이후로 정착된 웹툰 플랫폼 다수의 평균적인 MG 지급액에 해당하는 액수이기 때문이다. (MG는 Minimum guarantee의 줄임말으로 본래는 흥행 여부에 상관없이 지급하는 ‘최소 지급액’을 의미하는 용어였으나, 웹툰에서는 작품별 결제액을 배분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액수로 통용된다. 웹툰 자가의 보수 지급이 고료에서 MG로의 전환은 일률적인 비용 계산을 이끌어내 여러 자본이나 펀드의 웹툰 플랫폼의 투자를 이끌어낸 효과를 만들었으나, 동시에 작가들의 명확한 합의를 거치지 않은 이러한 변화는 2023년 현재까지도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조사에 참여한 작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노력-보상 불균형’에 대한 설문에서도 직업의 안정성, 일의 전망, 수입에 대한 적절성은 모두 ‘그렇지 않다’고 응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진출처=웹툰작가정신건강실태조사 보고서 가운데.
▲사진출처=웹툰작가정신건강실태조사 보고서 가운데.

‘명확한’ 기준과 지속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보고서는 결론부에서 웹툰 작가의 신체와 정신 건강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웹툰 작가의 ‘불안정성’으로 지목했다. ‘예술 노동자’의 특성상 마감에 대한 중압감이나, 예술가이자 노동자이자 사업자의 역할을 모두 수행해야만 하는 상황도 있지만 웹툰 플랫폼과의 관계가 평등하지 않고 불투명한 문제가 다시 웹툰 작가가 놓인 노동의 문제를 악화시키는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이에 연구 참여진들은 ‘1회당 기본 70컷 이상, 주 1회 연재’라는 기본적인 업무 강도를 낮추는 것이 시급하며, 웹툰 플랫폼이 책임있는 역할을 지녀야 함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는 웹툰 플랫폼의 단순한 선의로 진행되기에는 사라질 위험도 크기에, 제도적인 변화의 정착을 위하여 웹툰 작가들의 불안정성을 낮추는 최소한의 표준이 필요함을 개선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기준 마련’의 필요성은 작년 12월 16일 웹툰 창작자, 제작사, 플랫폼, 법조계, 학계, 정부 관계자 12명이 참여한 ‘웹툰 상생협의체’가 2022년 2월 발족 이후 처음으로 발표한 ‘웹툰 생태계 상생 환경 조성을 위한 협약’에서도 드러난 것이기도 하다. 해당 협약은 비록 강제성은 없지만, 웹툰 플랫폼이 매출 관련 정보 공개와 수익 배분 규정 명료화로 웹툰 창작자 및 기업과 플랫폼 사이의 정보 불균등을 해소하고 ‘적정 일수의 휴재권 명문 보장’, ‘회당 최소 최대 컷 기준 합의’를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아내며 노동권 개선의 필요성을 함께 드러내었다. 한국 문화계, 문화 노동이 2005년 창립 이래 10년 이상 투쟁을 이어나가며 겨우 법 개정과 지속적인 노사 협상을 이끌어낸 한국영화산업노조를 제외하면 ‘협상’과 ‘합의’ 대신 일방적인 자본의 지시가 보편적이었음을 생각하면 작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한 걸음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협약이 발표된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 11일 웹툰 상생협의체에 참여한 문화체육관광부는 웹툰 표준계약서 개정안을 작가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휴재권이나 작품의 저작권에 있어서도 ‘창작자-플랫폼/CP’ 사이의 합의로 처리한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처리하며 큰 반발을 초래한 상황이다. 쉽지 않은 한 걸음을 뗀 것은 분명 의의가 있지만, 이 한 걸음이 잠시 뒤에 멈춰 사라질 한 걸음이 아니라 계속 뻗어나갈 한 걸음이 되야 비로소 의미가 있는 법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만화/웹툰의 유관 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이나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과연 얼마나 진정성 있고 장기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가.

분명 이 보고서에서는 한계도 없지 않다. 특히 웹툰 계약의 상황이 창작자-플랫폼만이 아니라 중간에 에이전시를 낀 3자 이상의 계약, 그리고 직접적으로 에이전시나 스튜디오에 소속되어 작품을 분업적으로 창작하는 경우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 늘어난 가운데 이에 대한 접근은 거의 없었던 점이 아쉽다. 웹툰 작가 밑에서 일하는 어시스턴트, ‘웹툰 PD’ 같이 플랫폼이나 에이전시, 스튜디오 산하 노동자에 대한 접근도 같이 진행되어야 할 필요성을 언급하지 못한 것도 또 다른 아쉬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고서는 그간 정부 기관이 시급히 진행해도 모자랄, 이미 오랜 시간 작가 개개인이 호소했던 웹툰 작가 건강의 문제를 이제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조사를 진행한 보고서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웹툰 상생협의체’를 비롯해 정부 기관, 그리고 웹툰 플랫폼이나 에이전시/스튜디오는 이 보고서가 지니는 의미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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