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플랫폼에 웹툰 등을 연재하는 창작자의 건강과 노동권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온 가운데, 카카오가 창작자 건강권 강화를 위한 계약서 개정안을 발표했다. 웹툰 작가가 최소 40화를 연재했을 때 2회 휴재를 계약서상 보장하고, 과도한 분량을 요구해 경쟁이 심화하는 현상을 근절키로 명문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대표 이진수·김성수)는 지난달 31일 웹툰, 웹소설 창작자의 복지 및 건강권 강화를 위한 계약서 개정안을 발표했다. 카카오에 정기적으로 작품을 연재하는 모든 작가를 대상으로 1일부터 창작자 복지 증진에 관한 권리를 계약서 내 명문화하는 것이 골자다. 카카오엔터는 계약서 개정 작업을 시작으로 창작자들을 위한 실질적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번 카카오엔터 계약서 개정안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웹툰 상생협의체에서 지난해 12월 발표한 상생 협약문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문체부는 지난해 12월15일 ‘웹툰 생태계 상생 환경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상생협의체는 그동안 창작자가 요구한 △매출 관련 정보 공개 △수익 배분 방식 개선 △창작자 저작권 보장 강화 △창작자 복지 증진 △웹툰 표준식별체계 도입 △다양성 만화 진흥 △웹툰 불법 유통 대응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 개정 등을 안건으로 다뤘다. 해당 협약문은 창작자, 제작사, 플랫폼 등 웹툰 생태계 구성원 모두가 합의한 최초 협약이다. 협약문은 문체부 홈페이지에서 살펴볼 수 있다. [링크]

▲2022년 12월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CKL 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웹툰 생태계 공정 환경 조성을 위한 상생 협약식’에서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과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등 상생협의체 위원들이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
▲2022년 12월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CKL 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웹툰 생태계 공정 환경 조성을 위한 상생 협약식’에서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과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등 상생협의체 위원들이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

카카오엔터는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카카오엔터는 창작자들의 건강, 복지에 대한 더 나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에 깊이 공감한다”며 “상생협약문 제7조 ‘창작자 복지 증진’ 조항을 충실히 반영해 계약서상에 ‘작가 복지 증진’ 조항을 신설하고 휴재권 및 분량 관련 조항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카카오엔터는 휴재권과 관련, 이전에도 창작자 개인 사정으로 인한 휴재 요청 시 논의 하에 창작자가 원하는 만큼 휴재가 가능하도록 했다며 별도 휴재 정책 운영 여부와 무관하게 공통으로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CP사(제작사 등) 계약 작품에 있어서 CP사와 작가 간 협의를 통해 작품별로 자율적 휴재가 가능하도록 안내 중이라고 전했다.

40화에 2회 휴재 ‘계약서 기재’가 핵심

카카오엔터는 “직계약 작가의 경우 건강 지원 정책으로 건강 검진을 실시하고 있으며 웹툰은 시즌 휴재, 단기 휴재, 경조사 휴재, 코로나 휴재 등 다양한 휴재 정책도 운영하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이번 개정안은 계약서상 창작자 휴재 권리를 보다 분명하게 기재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창작자 건강 및 복지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번에 개정된 계약서에는 웹툰과 웹소설 분야 모두 “창작자 복지를 위해 상호 협의 하에 추가로 휴재를 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명문화된다. 웹툰의 경우 “40화 기준으로 휴재권 2회를 보장한다”는 구체적 문구가 명시된다. 40화는 통상 주 1회 연재를 고려했을 때 1년 가량에 해당하는 기간으로, 상생협의체에서 논의된 ‘40~50화당 최소 2회 휴재권 보장’ 내용을 반영한데 따른 기준이다. 이 역시 기존 휴재 정책이 동일하게 운영되는 가운데 최소한으로 보장하는 휴재 일수를 명시하는 차원이다.

경쟁 심화에 따라 과도한 연재 분량…분량 요구 않키로

회차별 연재 분량에 관한 조항도 개정된다. 웹툰과 웹소설 모두 “작가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과도한 연재 분량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한다.

카카오엔터는 “기존에도 연재 분량에 대한 실질적 제한을 두지 않았으나 점차 높아지는 퀄리티에도 컷 수, 분량이 함께 늘어가는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창작자들이 느끼는 부담을 덜어내고, 보다 안정적 창작 환경을 조성하고자 이같은 내용을 명문화했다”고 밝혔다.

웹툰의 경우 계약서에 작품 연재 최소 컷 수를 기재할 시 한 화당 최소 컷 수를 기존 60컷에서 50컷으로 조정한다. 카카오엔터는 컷 수가 명시된 계약 건에 대해서도 실제 이를 관리하거나 제재 조치를 취한 사례가 없지만 부담을 보다 낮추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12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18 서울진로직업박람회 진로직업체험관에서 한 학생이 웹툰 그리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12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18 서울진로직업박람회 진로직업체험관에서 한 학생이 웹툰 그리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카카오엔터는 “계약서 개정 이후에도, 문체부에서 향후 표준계약서 발표 시 추가 반영이 필요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반영할 예정”이라며 “이번 계약서 개정 작업 외에도 상생협약문을 충실히 이행하는 한편, 창작자와 유관 관계자, 정부 등과 적극 논의하며 창작자 권리 개선안을 지속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황현수 카카오엔터 스토리부문 대표는 “카카오엔터는 콘텐츠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그동안 자체적으로 이행해온 창작 생태계 개선안과 더불어 문체부 웹툰상생협의체를 통해 개선 방안을 함께 고민해왔다”며 “이번 계약서 개정 작업을 시작으로, 올해도 창작자와 정부 및 유관 관계자들과 지속적 논의를 통해 창작자들을 위한 여러 실질적 개선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카카오엔터는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창작 생태계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는 △계약 투명성 강화를 위한 7개 자회사(CP) 계약서 전수 조사 및 개선안 권고 △선투자 작품 실질 정산율 60% 보장안 △뷰어엔드 광고 수익 배분을 통한 창작자 수익 확대 △‘기다리면 무료’ 수혜작 확대 및 검토 기간 단축 시행 △창작자들이 구체적 작품 정산 내역을 알 수 있는 ‘파트너 포털’ 구축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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