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들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 인기를 끈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하나의 장르로서 자리를 잡았고, 수많은 연애 프로그램들이 등장하며 다양한 설정도 추가돼 왔다. 과거 연인들이 함께 출연하며 ‘환승’할 새 연인을 찾기도 하고 이혼한 남녀가 짝을 찾으러 출연하기도 한다.

이제는 반려견이 정해주는 상대와 데이트를 한다거나 손에 체인을 묶고 생활하기도 하는 연애 프로그램까지 등장하고 있다.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거나 남성 잡지 ‘맥심’의 여성 모델로만 꾸려진 출연진 등 자극적 설정의 연애 프로그램도 우후죽순 시청자를 찾는다. 전문가들은 연애 프로그램의 자극적 설정이 다른 종류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선정성까지 높일 것이라 우려한다.

▲웨이브 '잠만 자는 사이' 티저 가운데 갈무리. 
▲웨이브 '잠만 자는 사이' 티저 가운데 갈무리. 

코로나19 완화돼도 식지 않는 연애 프로그램 인기

코로나19가 사그라들면 연애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잦아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으나 관련 프로그램들의 인기는 지속되고 있다. 몇몇 매니아층에게만 소비되는 것은 아니었다. 

한국갤럽이 매월 조사해 발표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10월 발표를 보면, SBS플러스와 ENA의 ‘나는 SOLO’가 7위를 차지했으며 티빙의 ‘환승연애2’도 20위를 차지했다.(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표본오차: ±3.1%포인트, 95% 신뢰수준, 응답률 11%)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2’의 경우 지난 21일 19화까지 공개됐는데, 15주 연속 티빙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했다. 주간 시청UV(순 방문자수)도 티빙 역대 1위를 달성하면서 화제성을 입증했다. 이같은 인기에 따라 오는 28일 환승연애2 최종화는 CGV연남에서 단체 대관을 하는 관람 이벤트까지 진행된다.

SBS플러스와 ENA의 나는 SOLO 역시 이혼 남녀들을 불러모은 10기의 화제성이 높아지며 ‘과몰입’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MBN은 ‘돌싱글즈’ 시즌1과 시즌2 인기에 힘입어 ‘돌싱글즈3’을 내놓고, 채널A는 원조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하트시그널’ 시즌4를 선보인다고 알려졌다.

반려견이 ‘썸’ 골라주고 ‘체인’ 묶는 프로까지

연애 리얼리티 인기가 계속 되면서 다소 무리한 설정의 프로그램도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선정적 설정으로 화제성을 모은 웨이브의 ‘잠만 자는 사이’가 대표적이다. 지난 14일 첫 공개된 잠만 자는 사이는 밤에 하는 데이트나 스킨십 데이트를 통해 진행되는 데이팅 프로그램.

▲웨이브 '잠만 자는 사이'. 
▲웨이브 '잠만 자는 사이'. 

이와 더불어 IHQ ‘사랑하시개’는 반려견을 키우는 남녀가 강아지와 함께 러브라인을 만들어가는 커플 매칭 프로그램이다. IHQ의 OTT 플랫폼 ‘바바요’는 지난 23일 ‘사랑하시개’ 1편을 공개했다. 각자 반려견을 데려온 남녀 4명이 모두 모여 첫 만남을 갖고 각자 키우는 반려견을 계기로 우정을 쌓는다. 지금까지의 연애 프로그램이 남녀간 만남과 그 관계로 러브라인을 구성했다면 사랑하시개의 경우는 반려견과의 관계까지도 고려하며 짝을 이루게 된다.

IHQ가 내놓은 또 다른 연애 리얼리티 ‘맥시멈 러브’는 더 선정적이다. 남성 잡지 ‘맥심’과 IHQ가 합작한 이 프로그램은 여성 출연진 모두가 남성 잡지 ‘맥심’의 모델이며 한 명의 남성을 두고 경쟁하는 프로그램이다. 남성 출연자가 1명의 여성 출연자를 선택해 캠핑카 안에서 밤을 보낸다는 설정까지 넣었다.

▲IHQ '맥시멈 러브'. 
▲IHQ '맥시멈 러브'. 

쿠팡플레이의 ‘체인 리액션’은 쿠팡이 선보인 첫 데이팅 예능 콘텐츠로 지난달 16일 첫 공개됐다. 사이판으로 떠난 10명의 남녀가 체인에 묶여 낮밤을 보내는 수위 높은 데이팅 예능이다.

쿠팡플레이 측은 “몸이 먼저 가까워지면 마음도 가까워질까?”라는 문구로 홍보 중이다. 쿠팡플레이는 체인 리액션의 관전포인트로 “생전 처음보는 남녀가 체인에 묶여 밤낮을 보낸다는 화끈하고 신선한 설정”으로 꼽으며 “체인 연결 후에는 해제음이 울릴 때까지 절대 해제할 수 없다는 룰이 있어 재미를 더한다”고 밝혔다.

체인 리액션의 경우 지난 21일 7화를 공개했는데 체인을 통해 가까워진 인연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체인을 풀고 자유로운 데이트를 즐기는 설정을 추가하기도 했다. 극이 진행되면서 한 번도 체인으로 묶인 적 없지만 마음이 통하는 커플, 마음이 없었지만 체인으로 묶인 후 마음이 흔들리는 커플, 출연자 한 명을 다른 이성 출연자 3명이 선택해 무려 4명이 체인에 묶이는 사례 등이 나왔다. 

▲쿠팡플레이 '체인 리액션'. 
▲쿠팡플레이 '체인 리액션'. 

“포화된 연애 리얼리티, 타 프로 수위도 높일 것”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26일 통화에서 “코로나19 시국에 연애 프로그램이 많이 나왔던 이유는 한정된 공간에서 선별된 인원으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런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코로나가 한풀 꺾인 현재는 해외에서 연애 프로그램 등을 촬영하기도 한다. 이제는 연애 프로그램, 크게 봐서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트렌드가 됐기 때문에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평론가는 “이제는 시청자들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원하며 이전처럼 ‘캐릭터’들이 나와서 미션을 수행하는 등 인위적 느낌을 선호하지 않는다. 예능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보고 싶어한다”며 “이 가운데 연애 리얼리티는 가장 대중적 코드이며 이미 포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반려견과 함께 나온다거나 체인을 묶는다는 설정까지 나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애 리얼리티 쇼의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고 앞으로 더 자극적인 것들을 실험하면서 타 리얼리티 쇼의 자극성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이런 영향에 따라 연애 리얼리티가 아닌 생활 리얼리티, 부부 관찰 리얼리티 등도 모두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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