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모럴센스’는 BDSM 성향의 연애가 소재다. BDSM이란 Bondage(구속)와 Discipline(훈육), Dominance(지배)와 Submission(굴복), Sadism(가학)과 Masochism(피학) 등 구속하고 지배 받는 것을 성적 취향으로 여기는 이들을 뜻한다. 

소녀시대 ‘서현’이 ‘정지우’라는 역할 맡았다. 극 중 정지우는 팀장 앞에서도 할 말은 참지 않으며 차가워 보이는 홍보팀 사원이다. 정지우와 이름이 비슷한 정지후라는 대리 역을 맡은 배우 이준영과 서현이 각각 피학적 성향(M)의 남성과 가학적 성향(S)을 가진 여성으로 연기를 펼친다. 평소 반듯한 이미지의 서현이 파격적 연기 변신을 했다는 점 때문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름이 비슷한 두 남녀의 택배가 엉키면서 정지우(서현)는 정지후(이준영)의 피학적 성향을 알게 된다. 지우는 BDSM에 관한 성향을 잘 알지 못했지만 지후에게 관심을 보이게 되면서 취향을 공부해나가고 둘은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둘만의 관계를 만들어나간다. 

▲넷플릭스 '모럴센스' 포스터. 
▲넷플릭스 '모럴센스' 포스터. 

‘6년째 연애 중’, ‘좋아해줘’ 등 로맨틱 코미디를 연출해온 박현진 감독은 8일 온라인 제작보고회에서 “성적 취향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 인간관계, 로맨스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보통의 기대되는 여성상에서 벗어난 주인공이 등장해 조금은 다른 구도의 로맨스를 보여줄 수 있겠다는 욕심이 들었다”며 웹툰 원작을 연출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주연배우 서현은 “다름이 특별함으로 완성되는 취향 존중 로맨스인 만큼 서로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지인이나 연인, 친구들과 함께 마음을 열고 즐겁게 관람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이준영 역시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점을 꼭 생각해 주시면서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모두 새로운 소재에 열린 마음으로 감상해달라는 부탁이었다. 

▲넷플릭스 '모럴센스' 지후 캐릭터 포스터. 
▲넷플릭스 '모럴센스' 지후 캐릭터 포스터. 

영화가 공개된 후 트위터 등 SNS에서는 BDSM 성향을 양지로 끌어올리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쟁이 시작됐다.

부정적 반응을 살펴보면, 한국과 같이 성에 폐쇄적인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BDSM을 소개하는 것은 안전하지 못하고, 자칫하다간 성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폭력적이거나 자해적 성향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비슷한 소재를 다룬 2015년 미국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흥행한 뒤 외국에 모방 성폭행이 있었다는 기사도 언급되면서 해당 소재가 영화로 다뤄지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긍정적 피드백을 살펴보면, 부정적 개념이래도 사람들이 이를 인지하고 있어야 대처할 수도 있다는 반박이 나왔다. 영화가 BDSM을 다루고 있대도 서로 간 합의 과정과 계약서를 쓰는 장면 등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들어 그저 자극적으로만 소비하지는 않았다는 평도 있다. 기존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여성 캐릭터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도 있다. 

▲넷플릭스 '모럴센스' 지우 캐릭터 포스터.
▲넷플릭스 '모럴센스' 지우 캐릭터 포스터.

소재는 다룰 수 있지만, 영화라는 장르의 특성상 원작 웹툰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는 깊이감으로 인해 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영화가 지금까지 다루지 않았던 도발적 소재를 다룬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극 중에서 예민하게 다뤄져야 할 부분은 오히려 피해 가는 것 아닌가 싶은 장면이 보이기도 했다. 오히려 논쟁이 될 수 있는 부분에서 좀더 과감하게 시청자 공감을 끌어낼 수 있었다면 더 많은 이들을 설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이런 소재를 선택했다면 여러 비판은 예상될 수밖에 없는데, 건강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기보다 소재만 가지고 왔다는 느낌을 준다”며 “최근에는 더 강하고 다양한 소재, 더 높은 수위의 콘텐츠들도 많기 때문에 이 소재를 다뤘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소재를 어떻게 풀어 갔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환영 받지 못하는 소재래도 해외 수출을 겨냥해 향후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도 있다. 

성상민 문화평론가는 “과거 BDSM 등 특이 성적 취향을 다룬 한국 영화로 2010년 이해영 감독의 ‘페스티발’과 같은 영화가 있었지만 큰 흥행을 하지 못했다”며 “반면 외국에서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소설과 영화로 다뤄지면서 일반적 취향은 아니래도 여러 취향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는 시선들이 점점 늘어났다”고 말했다. 

성 평론가는 “다만 BDSM 등의 소재는 성적으로 폐쇄적이고 엄숙주의 분위기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소재일 수 있다”며 “넷플릭스 입장에선 새로운 소재를 활용해 영화를 홍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환영받기 어려운 소재이기 때문에 SNS에서 비판이 나오는 것 같고, 수위가 높든 낮든 어떤 식으로든 비판은 받았을 것”이라며 “넷플릭스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환영받지 못했던 소재에 투자해 성공한 경험이 많다. ‘오징어게임’이나 ‘D.P’와 같은 히트작도 기존 한국 문화에서는 투자 받지 못할 콘텐츠라는 인식이 있었다. 이번 ‘모럴센스’ 역시 넷플릭스가 아닌 곳에서는 투자 받기 어려웠을 소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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