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중 360일을 싸웠다.”

“연애 때 장점이었던 것이 결혼을 하고 보니 모두 단점이 됐다.”

MBN의 ‘돌싱글즈2’에 출연한 이혼 경험자들이 말하는 속마음이다. 수많은 연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쏟아지는 가운데, ‘돌싱글즈’는 이혼한 남녀들이 다시 사랑을 찾으려는 연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았다. 

‘돌싱글즈’는 MBN 방영과 함께 넷플릭스나 티빙에서도 볼 수 있다. 첫 방송 후 넷플릭스 ‘한국의 TOP 10 콘텐츠’ 8위로 진입하며 지속적으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넷플릭스 한국 TOP10 2위를 기록한 적도 있다. 티빙의 실시간 스트리밍에서도 최대 64%의 점유율을 기록한 적 있다.

쏟아지는 연애 프로그램 속에서 어떤 요소가 ‘돌싱글즈’에 주목하게 하는 것일까. 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삼송 MBN 미디어센터에서 ‘돌싱글즈’의 박선혜 MBN 제작본부 PD, 정선영 작가를 만났다. 

▲3일 경기도 고양시 삼송 MBN 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돌싱글즈2' 정선영 작가(왼쪽), 박선혜 PD(오른쪽). 사진=정민경 기자. 
▲3일 경기도 고양시 삼송 MBN 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돌싱글즈2' 정선영 작가(왼쪽), 박선혜 PD(오른쪽). 사진=정민경 기자. 

-‘돌싱글즈’의 기획 의도는 무엇이었나.

박선혜 PD: “우선 연애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다. ‘지금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의 연애가 보고싶을까?’를 궁리했고, 정선영 작가님의 이전 프로그램(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도 인기가 있었다. 이혼한 사람들의 연애는 어떨지 생각했다. 준비 과정 중 이혼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는데, 굉장히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러면서 확신이 왔다.”

정선영 작가: “인간의 인생을 크게 바꾸는 계기로, 직업과 결혼이 있다고 생각한다. 직업과 결혼은 스스로 선택하는데 이혼은 스스로 선택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혼한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로 세계관이 깨지는 경험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이혼한 사람의 이야기는 단순히 흥밋거리를 넘어 인생의 큰 일을 겪어본 사람의, 깊이 있는 ‘인간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PD님과 함께 이혼한 사람들 100명 가까이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오면서 든 생각이다.”

▲MBN '돌싱글즈2'의 정선영 작가와 박선혜 PD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는 도중 서로 이야기를 하는 장면. 사진=정민경 기자. 
▲MBN '돌싱글즈2'의 정선영 작가와 박선혜 PD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는 도중 서로 이야기를 하는 장면. 사진=정민경 기자. 

이혼한 사람들 연애 이야기, ‘찐’일 수 밖에 없는 이유

-사람들이 ‘돌싱’의 연애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도 방금 짚은 ‘깊이 있는 인간 이야기’라는 포인트가 있는 것 같다.

정선영 작가: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진짜’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없다. 우선 ‘돌싱글즈’ 출연자들은 일반 매칭 프로그램보다 더 많은 사적인 영역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언제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고, 결혼 생활에서 어떤 힘든 점이 있었고 왜 이혼을 하게 되었는지. 이런 건 지어내기가 힘들다. 나이, 학벌, 직업 정도만 이야기하는 일반 연애 프로그램과는 깊이가 다른 진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MBN '돌싱글즈2'의 한 장면. 남기-다은 커플의 모습. 
▲MBN '돌싱글즈2'의 한 장면. 남기-다은 커플의 모습. 

-‘이혼한 사람들의 연애’를 다룬 것과, 매칭 이후의 커플 이야기를 ‘동거’ 형식으로 보여주는 것이 타 연애 프로그램과 차별점으로 보인다.

정선영 작가: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을 때, 타 연애 프로그램들이 나온다는 것을 들었고 확실한 차별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시청자들은 연애 프로그램에서 매칭 이후 실제로 이 커플들이 잘 지내는지 궁금해한다. 그래서 ‘동거’ 시스템을 넣자고 아이템을 냈다. 선혜 PD가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해서 확정됐다.”

박선혜 PD: “‘동거’가 프로그램의 키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섭외를 할 때 많은 분들에게 ‘일주일 안에 사랑에 빠지실 수 있으세요?’라고 물어보면 ‘사랑에 빠질 수는 있다. 그런데 사랑을 지속하는 것은 또 다르다’는 답이 돌아왔다. 몇 년을 연애해도 하루 만에 이혼한 사례자도 있다. 이를 보면서 ‘도대체 같이 산다는 게 뭐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동거를 보여주는 것이 ‘진짜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MBN '돌싱글즈2'에서 창수-은영 커플(오른쪽)의 모습. 
▲MBN '돌싱글즈2'에서 창수-은영 커플(오른쪽)의 모습. 

-동거 시스템이 타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이긴 하지만,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아직 ‘썸’ 단계인 커플들이 갑자기 동거를 하게 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박선혜 PD: “물론 현실 연애에서는 각자의 속도가 있을 것이다. 다만 많은 출연자들이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한번 갔다 왔잖아요’라는 말을 했다. 또 많이 들은 말이 ‘아닌 사람과의 관계는 빨리 그만 둬야 한다’라는 말이었다. 갑자기 동거를 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출연자분들에게 미리 설명을 드리면서 이야기를 나눈 결과, 빠른 속도로 프로그램을 끌고 가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정선영 작가: “섭외 때 ‘이 프로그램을 출연하시면 동거를 해야 하는데 괜찮으시겠느냐’고 체크했다.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재밌을 것 같다’고 하셔서 의외였다. 그러면서 ‘살아봐야 안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셨다.”

쏟아지는 연애 프로그램, 시청자들 관심 받는 이유 뭘까

-‘환승 연애’, ‘체인지 데이즈’, ‘나는 솔로’ 등 최근 연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다. 왜 이렇게 연애 프로그램이 많이 나오는 걸까?

정선영 작가: “예능 프로그램의 흐름 중 하나인 것 같기도 하고, 코로나19 시기가 길어지면서 옛날만큼 찐하게 연애를 못해서 대리만족을 하시는 것인지도 생각해본 적 있다.”

박선혜 PD: “‘진짜’를 보고 싶은 니즈가 아닐까. 요즘 너무 볼 것도 많고 양질의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온다. 일반인들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사랑에 빠지는 것은 연출이 어렵다. 실제로 촬영을 하면서도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흐르는 긴장 같은 것들이 ‘찐이다’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 특히 최근 인기를 얻은 ‘환승 연애’의 설정(전 연인과 함께 연애 버라이어티에 출연하는 설정)을 보면 ‘나의 진짜 이야기’를 피할 수 없게 만드는 장치들이 추가돼있다.”

▲MBN '돌싱글즈2'에서 덕연-소민 커플의 모습. 
▲MBN '돌싱글즈2'에서 덕연-소민 커플의 모습. 

-일반인을 상대로 한 연애 버라이어티라고 해도 ‘대본이 있는 것 아니냐’ 같은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돌싱글즈2’ 장면 가운데 보면서도 ‘진짜’였던 순간을 꼽는다면.

박선혜 PD: 출연진에게 드리는 대본도 없고, 진행을 보는 MC들에게도 출연자들의 상황을 알려주지 않는다.

정선영 작가: “창수-은영 커플이 만난 날 베란다 ‘쌈싸라’ 춤을 추는 장면. 보면서도 ‘어떻게 저러지?’ 싶은 장면이었다. 굉장히 유쾌하게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는 장면이었고 제작진들도 ‘빵터진’ 장면이었다. 종종 남기-다은 커플의 대화를 두고 ‘대본 아니야?’ 이런 반응도 간혹 있는데, ‘이걸 내가 대본으로 썼다면, 드라마 쪽에서 스카우트가 올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

박선혜 PD: “케이블카 안에서 커플이 최종 매칭되는 장면을 좋아한다. 정말 극도의 긴장감이 전해져온다. ‘당연히 나는 너랑 커플이 될 거야’라고 확신하던 사람들도 긴장하더라. 케이블카 선택 장치 역시 ‘돌싱글즈’의 상징과 같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MBN '돌싱글즈2'의 한 장면. 
▲MBN '돌싱글즈2'의 한 장면. 

-지금까지 성사된 커플과 그렇지 않은 출연진들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커플이 되는지 깨달은 점들이 있나.

정선영 작가: “솔직하게 마음을 보여야 한다. 계속 재는 사람들은 커플이 되기 어렵다. 연애 버라이어티에서, 카메라를 의식하거나 방송 이후 반응을 의식하는 순간 사랑에 빠지기 어려운 것 같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걱정이 너무 많으면 커플이 되기 어려운 것 같다.”

박선혜 PD: “어떻게 해야 커플이 되느냐는 질문인데, 나의 현실에서 적용을 못해 깨달은 점을 말하기가 어렵다. (웃음) 다만 한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커플 성사가 안되는 출연진들을 보면서도 시청자들은 공감을 한다. ‘아, 내 안에도 저런 모습이 있지’ 같은 것. 이성 관계에서 약자가 될 때 나오는 좋지 않은 모습들. 꼭 커플이 성사되는 사람들만 보면서 공감하는 것 같지는 않다.

▲MBN '돌싱글즈'. 출연자들의 연애를 관찰하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4명의 연예인 MC들. 
▲MBN '돌싱글즈'. 출연자들의 연애를 관찰하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4명의 연예인 MC들. 

-연애를 하려는 돌싱 출연진들을 관찰하는 게 프로그램의 중심 재미이지만, 4명의 MC(이혜영, 정겨운, 유세윤, 이지혜)들의 이야기도 재미 포인트다. 특히 이혜영, 정겨운처럼 이혼 경험이 있는 MC들을 섭외했고 이들이 출연진의 연애를 관찰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다.

박선혜 PD: “솔직히 처음에 MC를 부탁드리는 것도 어려운 면이 있었다. 프로그램을 설명하면서 조심스레 여쭸는데 이혜영 언니의 경우 ‘이것들이?’하면서도 ‘재밌겠다. 내 자리인 것 같다’고 느꼈다고 말한 적 있다. 그리고 ‘이혼을 하고 나서 연차별로 이런 단계가 있다’면서 본인의 경험도 잘 공유해주시고, 홍보에 있어 1등 공신이다.”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선영 작가: 좋은 반응 덕분에 열심히 한 보상을 받는 느낌이다. 다만 출연자들에 대해 상처를 줄 수 있는 발언들은 제작진으로서 출연자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박선혜 PD: “보통 송출 전에 편집을 마치고 던지고 나면 홀가분해서 쓰러져 버린다. ‘돌싱글즈’는 던지고 나면 오히려 불안하다. 아무리 촬영본을 몇 번씩이나 보고 생각해봐도 ‘이 장면으로 인해 혹시나 출연자가 오해를 받거나 욕을 먹으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들 때문이다. 시즌1에서는 유튜버나 연예인 활동을 하신 분들도 있었지만 시즌2는 그런 활동을 하지 않으시는 일반인들이라 더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늘 걱정이 된다. 물론 프로그램을 좋아하시고, 반응해주시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지만 출연자들에 대한 비판은 늘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정선영 작가: “‘돌싱글즈2’가 1월 중순 마무리될 것이다. 커플들 동거 막바지 촬영을 했는데 정말 드라마 같은 장면이 나왔다. 모든 시즌을 통틀어서 가장 애정이 가는 장면이다. 해당 장면이 12월26일에 방영될 예정이니 많은 시청자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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