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수지가 주연을 맡고 거짓 인생을 사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쿠팡플레이의 ‘안나’가 감독을 배제한 채 ‘일방 편집’을 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감독 측은 쿠팡플레이가 단순하게 작품의 길이뿐 아니라 작품의 의도까지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안나’의 이주영 감독측 법률대리인은 4일 미디어오늘에 “쿠팡플레이측의 일방적 편집으로 인해, 극 중 유미(배우 수지)가 느끼는 감정과 행동의 개연성, 전체 서사의 입체감이 훼손되었고, 후반부 사건을 받치고 있는 전반부의 개연성과 과정을 생략한 결과 ‘안나’가 단순하게 연민이 느껴지는 거짓말쟁이의 해프닝에 관한 드라마로 성급하게 종료되었다”고 밝혔다. 

2일 ‘안나’의 각본과 감독을 맡은 이주영 감독이 직접 쿠팡플레이가 작품을 훼손했다는 입장문을 공개하고, ‘안나’의 편집감독도 함께 나선 상황이다. 3일 쿠팡플레이 측이 짧은 입장문을 밝히고 ‘감독판’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주영 감독 측은 다른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도 이같은 일이 재발되면 안된다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쿠팡플레이 '안나'.
▲쿠팡플레이 '안나'.

‘안나’를 만든 이주영 감독은 2일 “쿠팡플레이가 감독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안나’를 편집해 공개했다”며 지난 6월24일 쿠팡플레이를 통해 최초 공개된 ‘안나’는 원래 8부작(회당 45~61분)이었으나, 쿠팡플레이 측에서 6부작(회당 45~63분)으로 일방적인 편집을 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6부작 ‘안나’에 대해 “단순히 분량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구조와 시점, 씬 기능과 상관없는 컷을 붙여 특정 캐릭터의 사건을 중심으로 조잡하게 짜깁기를 한 결과 촬영, 편집, 내러티브의 의도가 크게 훼손되었다”며 “한마디로, 도저히 제가 연출한 것과 같은 작품이라고 볼 수 없는 정도로 작품이 훼손되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2017년 11월8일부터 2021년 7월12일까지 3년 8개월에 걸쳐 ‘안나’를 집필하고 쿠팡플레이 측에서 이를 승인해 이 감독이 2021년 10월15일부터 올해 3월까지 촬영을 마쳤다고 주쟁했다. 쿠팡플레이는 4화까지의 가편집본에도 별다른 수정 의견을 제시하지 않다가, 지난 4월21일 편집본 회의에서 재편집을 요구했다고 이 감독은 전했다. 이후 쿠팡플레이가 ‘아카이빙 용도’라며 편집 파일을 요구했고 이 감독은 거절을 하다가 결국 5월30일 이 감독은 ‘안나’의 마스터 파일을 쿠팡 측에 전달했다. 이후 6월2일 음악감독에게 추가 작업 협조요청을 했으나 음악감독이 거절했고, 6월7일 쿠팡플레이는 다른 연출자와 다른 후반작업 업체를 통해 재편집을 하겠다고 통보했다고 이 감독은 밝혔다.

이 감독은 “쿠팡플레이가 한 것과 같이 감독을 완전히 배제하고 일방적인 편집을 강행하는 것은 업계에서 유사한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라며 “쿠팡플레이의 일방적이고도 고압적인 처사로 인해, 작품의 공개를 기다려온 현장 스탭들, 후반 스탭들, 조연 및 단역 배우들, 특별출연 배우들을 포함하여 ‘안나’를 함께 만든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았다. 제가 받은 상처는 둘째 치고, 감독으로서 그분들께 너무나도 미안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쿠팡플레이는 크레딧에서 제 이름을 빼달라는 여러 번의 요구조차 묵살하였고, 오히려 ‘안나’의 홍보에는 제 이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쿠팡플레이 '안나'.
▲쿠팡플레이 '안나'.

이주영 감독은 “서사가 있는 영상을 만든다는 것은, 작가가 의도를 가지고 집필한 이야기를 배우와 스탭들이 창의적인 의견과 아이디어로 감독과 함께 완성해가는 과정”이라며 “자본을 투자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모든 과정을 무시하고 일방적, 독단적으로 자르고 붙여 상품 내놓듯이 하는 것은 창작에 관여한 사람들의 인격을 부정하는 창작의 세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작품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감독은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한국영상업계가 발전하기 위해서, 그리고 시청자들이 무엇이 창작자에 의한 창작물인지조차 모른 채 엉뚱한 작품을 접하게 되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도 이러한 사태는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 측, 공개 사과와 감독판 릴리즈 요구 

이주영 감독의 법률대리인(법무법인 시우)은 “‘안나’에 대한 일방적 편집은 국내 영상 업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라며 “저작인격권의 하나인 감독의 동일성유지권 및 성명표시권을 침해해 감독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행위이며 한국영상산업의 발전과 창작자 보호를 위하여 재발 방지가 시급한 사안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쿠팡플레이의 공개사과와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쿠팡플레이가 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법적 수단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 감독 측은 △쿠팡플레이의 공개적인 사과 △6부작 ‘안나’에서 이주영 감독 이름 삭제 △8부작 ‘안나’를 감독판으로 릴리즈 △이번과 같은 일방 편집을 하지 않을 것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라고 요구했다.

2일 이주영 감독의 입장문이 나온 후 김정훈 ‘안나’ 편집감독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쿠팡이 편집 프로젝트 파일을 달라고 했을 때,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제작사로부터 받아간 것을 알고 나서는 그래도 설마 설마 했지만, 우리가 만든 8부작이 6부작으로 짜깁기되어 세상에 나온 것”이라며 “나는 편집과 관련된 쿠팡의 의견을 담은 페이퍼를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보통 편집 과정에서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된다. 그리고 그것은 문서로 기록된다. 안나는 그런 것이 없었다. 반나절 정도 쿠팡 관계자들이 와서 한 말들이 전부”라며 “내가 편집한 것이 아닌, 누가 편집했는지도 모르는 '안나'에 내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을 견디기 어렵다”고 밝혔다.

▲쿠팡플레이 '안나'.
▲쿠팡플레이 '안나'.

쿠팡플레이 “수정 요청했으나 감독이 거절, 감독판 공개할 것”

쿠팡플레이 측은 이 감독의 입장문이 나온 2일날 입장을 배포하겠다 밝혔으나, 3일 오후가 돼 입장을 밝혔다. 이 감독 측이 요구한 사과는 없었고 쿠팡플레이 측은 수정은 요구해왔다는 입장이다.

쿠팡플레이 측은 3일 입장문에서 “‘안나’의 촬영이 시작된 후부터 일선 현장의 이주영 감독과 제작진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보내왔지만 감독의 편집 방향은 당초 쿠팡플레이, 감독, 제작사(컨텐츠맵) 간에 상호 협의된 방향과 현저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지난 수개월에 걸쳐 쿠팡플레이는 감독에게 구체적인 수정 요청을 전달하였으나, 감독은 수정을 거부하였다”고 밝혔다.

쿠팡플레이 측은 “제작사의 동의를 얻어서, 그리고 계약에 명시된 우리의 권리에 의거, 쿠팡플레이는 원래의 제작 의도와 부합하도록 작품을 편집했고 그 결과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는 작품이 제작되었다”며 “감독의 편집 방향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지난 7월8일 이미 공식화한 것과 같이, 총 8부작 ‘안나’ 감독판은 8월 중 공개될 예정이다. 감독판은 영등위 심의가 완료되는 즉시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쿠팡플레이 측 입장에 3일 이주영 감독 측은 곧바로 반박했다. 이주영 감독의 법률대리인은 “쿠팡플레이가 감독에게 수정 요청을 전달했고, 감독이 수정을 거부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보통 편집본에 관한 제작사나 배급사의 의견은 협의를 거쳐 공식 문서로 제시되는 것이 보편적이나 이러한 문서를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 감독 측은 “감독의 편집본은 승인을 받은 시나리오 최종고와 동일했다”며 “쿠팡플레이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면서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입장문을 발표한 것에 유감을 표하며, 대한민국 영상산업의 발전과 창작자 보호를 위하여 이번과 같은 지극히 부적절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의 실행에 나설 예정”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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