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위원회는 3일 ‘쿠팡 노조가 술판을 벌였다’고 보도한 한국경제,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6개 언론사를 상대로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이 정정보도 등 조정신청한 사건의 1차 조정기일을 열었다. 공공운수노조는 ‘노조라면 무조건 비난하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보도하는 보수언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라고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3일 오전 서울 중구 언론중재위원회 앞에서 ‘진실보도 외면하고 노조혐오, 가짜뉴스 생산하는 언론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6개 보수언론 오보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가 제대로 된 조정과 판정을 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노조혐오 부추기는 언론기관 규탄한다’, ‘사실관계 확인없이 받아쓰는 찌라시언론 해체하라’, ‘진실보도 외면하는 보수언론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 3일 기자회견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
▲ 3일 기자회견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조합원들은 6월23일부터 물류센터의 폭염 대책을 마련하고, 생활 임금보장과 괴롭힘 문제 해결 등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본사 로비에서 점거 농성에 나섰다. 

한국경제는 지난 6월30일 ‘[단독] 쿠팡 노조, 본사 점거하고 대낮부터 술판 벌였다’ 기사에서 쿠팡 본사를 점거한 노조원들이 대낮부터 술판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불투명하게 찍힌 농성장 사진의 출처는 ‘독자 제공’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후 조선일보 또한 ‘술판 벌이며 쿠팡 본사 점거한 민주노총…강제진입 시도하다 보안요원 2명 병원 이송’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고, 중앙일보, 뉴스1 등도 ‘일부 노조원들은 맥주를 놓고 대화를 나눴다’며 해당 사진을 인용했다.

▲ 한국경제 기사 갈무리.
▲ 한국경제 기사 갈무리.
▲ 한국경제 기사 갈무리.
▲ 한국경제 기사 갈무리.

문화일보는 다음날 사설에서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 조합원들이) 로비에 돗자리를 펼치고 술판을 벌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쿠팡 직원들 사이에 경찰의 엄정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보도들은 오보로 확인됐다. 쿠팡물류센터지회는 6월30일 입장문을 통해 “사진에 나와 있는 캔에 담긴 음료는 맥주가 아니라 커피”라며 “노조를 응원하는 사람(최효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부분회장의 친구 A씨)이 27일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 츄러스를 구매해 쿠팡 잠실 본사 농성장으로 갖다 준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사진 자료로 해당 보도가 거짓임을 증명했다. 

▲ 6월27일 당시 농성장 사진. 사진=공공운수노조 제공.
▲ 6월27일 당시 농성장 사진. 사진=공공운수노조 제공.

A씨는 “친척 가게에서 미리 전화로 주문을 해놓고, 27일 오후 1시 15분께 커피와 추러스를 구매해 친구를 응원하러 갔다”며 “좋은 뜻으로 전달했는데, 저 때문에 그런 기사가 나간 것 같아, 누를 끼친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달 3일 노조가 각 언론사에 기사 정정보도 및 사과 요구 공문을 보냈지만, 한국경제는 현재까지 해당 기사를 삭제하지 않았으며, 정정보도도 내보내지 않았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뉴스1, 문화일보는 ‘맥주’와 ‘술판’과 관련한 내용을 삭제했지만 오보였음을 명시하지 않았고, 정정보도 또한 내보내지 않고 있다. 

추가로 세계비즈는 지난달 6일 ‘<데스크 해시태그> #야만(野蠻)’ 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쿠팡 본사 사옥을 점거한 노조 관계자들이 농성장에 돗자리를 깔고 술을 마셨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해당 기사도 수정·삭제되지 않았다.

▲ 세계비즈 기사 갈무리.
▲ 세계비즈 기사 갈무리.

최효 인천부분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마치 눈 뜨고 벼락 맞는 기분이었다. 친구는 자신 때문에 농성 투쟁이 사방에서 공격받고 저까지 곤란하게 했다는 생각에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며 “한국경제는 노조의 정당한 단체행동권이 도덕적 흠결을 내려고 했을 뿐 아니라 연대의 손길 또한 차단하려고 했다. 최소한의 객관성도 상실한 가짜뉴스를 퍼뜨려서 노조에 대한 혐오감을 부추기고 투쟁을 음해한 언론들의 책임을 묻는다”고 했다. 

▲ 3일 기자회견 현장에서 발언하는 최효 인천부분회장. 사진=윤유경 기자.
▲ 3일 기자회견 현장에서 발언하는 최효 인천부분회장. 사진=윤유경 기자.

박상길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삭제, 정정보도, 사과를 왜 하지 않느냐”며 “노동자들의 정당한 활동을 왜곡하고 명예를 훼손하고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언론들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역할 또한 지켜보겠다”고 했다.

▲ 3일 기자회견 현장에서 발언하는 박상길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사진=윤유경 기자.
▲ 3일 기자회견 현장에서 발언하는 박상길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사진=윤유경 기자.

장혜진 쿠팡대책위 법률팀장은 “이번 가짜뉴스로 쿠팡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왜곡하고 혐오를 조장한 6개 언론사는 언론을 가장한 쿠팡 자본 기관지와 다를바 없다”며 “미디어의 임무는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혐오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다. 혐오를 조장할 때 미디어는 흉기가 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오늘 언론중재 조정신청을 필두로 6개 언론사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법적 대응과 사회적으로 여론을 만들고 규탄하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도 했다. 

공공운수노조법률원 정병민, 김민경 변호사와 최효 부분회장은 기자회견 직후 언론중재위원회 1차 조정기일 조정심리에 출석했다.

이에 미디어오늘은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을 듣기 위해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 정종태 편집국장에 3일 오후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고, 문자메시지 질의에도 오후 2시30분 현재 답변을 얻지 못했다.

▲ 3일 기자회견 현장에서 발언하는 장혜진 쿠팡대책위 법률팀장. 사진=윤유경 기자.
▲ 3일 기자회견 현장에서 발언하는 장혜진 쿠팡대책위 법률팀장. 사진=윤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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