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YTN 시청자위원회의 의견진술 요청 공문을 받은 후 한 달 넘게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시청자위원회 임기가 끝나기 전 의견진술이 개최돼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11기 YTN 시청자위원회 임기는 올해 9월 종료된다.

YTN 시청자위원회는 회의록 삭제 사태, ‘방통위 유권해석’ 허위 보고 논란에 대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면서 지난 6월28일 방통위에 의견진술을 요청한 바 있다. 방송법에 따르면 시청자위원회는 방통위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방통위는 현재까지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내부에서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시청자위원회가 의견진술 요청을 한 것이) 첫 사례고, 요건이 되는지 어떤 형태로 할건지 다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YTN 사옥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YTN 사옥

방통위가 일정을 계속 연기한다면 시청자위원회 임기 내 의견진술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11기 YTN 시청자위원회 임기는 올해 9월까지다. 이와 관련해 시청자위원 A 씨는 “의견진술을 한다고 YTN에 엄청난 타격이 가해지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무슨 절차적인 문제가 있는 건지 의문이 있다. (정치적인 이유로)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청자위원 B 씨는 “민원을 계속 검토만 하면 어떻게 하는가”라며 “정확히 처리하고, 시청자위원회에 회신을 줘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다. 아무런 답도 없는 건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시청자위원 C 씨는 “의견진술을 개최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다”며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방통위가 답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시청자위원회의 법적 권한과 현실 사이에 거리감이 존재한다”며 “시청자위원회에 대한 방송사, 방통위의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 방통위가 의견진술 요청에 대응하는 게 맞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는 2일 방통위에 공개 질의서를 보내고 의견진술 개최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YTN 사측은 관련 공문을 접수하지 않겠다며 절차협조를 거부했고, 이에 따라 시청자위원회가 직접 국민신문고를 통해 방통위에 의견진술을 요청하게 되었다”며 “방통위는 민원처리법 시행령이 정한 14일의 업무처리 기간이 지났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들 단체는 “실제로 시청자위원회의 의견진술이 지금까지 행사된 선례가 없고, 명확한 절차와 범위가 규정되지 않았다”며 “시청자위원회가 형식적인 기구에서 실질적인 시청자권익보호 기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방통위의 적극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아직 답변을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절차를 통해 의견진술을 진행할 계획인가 △의견진술 후 어떤 조치를 진행할 계획인가 △후속조치, 시청자위원회 의결 실질화 계획이 존재하는가 등의 내용이 담긴 공개질의서를 방통위에 보냈다.

YTN은 시청자위원회 회의록 중 민감한 내용을 수차례 삭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YTN은 1월 시청자위원회가 우장균 사장의 회의 불참에 항의하는 내용을 회의록에서 제외했다. 시청자위원회는 3월 회의에서 1월 회의록에 사장과 관련된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YTN은 이 발언을 회의록에 담지 않았다.

또한 신웅진 전 YTN 시청자센터장은 4월 회의에서 "방통위에 회의록 비공개와 관련한 유권해석을 의뢰한 결과 홈페이지에 올릴 일은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는데, 관련 보도가 나오자 이 발언을 회의록에서 삭제했다. 이후 시청자위원회는 방통위 의견진술을 통해 회의록 삭제, 유권해석에 대한 내용을 밝히기로 했다.

▲YTN 시청자위원회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8월 2일 현재 6월 회의록이 올라와있지 않다.
▲YTN 시청자위원회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8월 2일 현재 6월 회의록이 올라와있지 않다.

한편 YTN 시청자위원회 내부에서는 회의록 삭제 사태의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다. 신웅진 전 센터장은 6월 임시회의 때 회의록 삭제 이유를 설명하면서 회사가 제2 노동조합,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신 전 센터장은 내·외부로부터 흠결을 만들지 않기 위해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을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시청자위원 A 씨는 “YTN의 입장을 고려하면 무슨 말인지는 알겠으나, 시청자위원회에 와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게 이해가 안 갔다”고 했다.

임태훈 위원(군인권센터 소장)은 6월 정기회의 때 신웅진 전 센터장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YTN 시청자센터장은 임태훈 위원에게 연락해 관련 발언을 수정할 수 있는지 물어봤고, 임 소장은 이를 거부했다. A 씨는 "회의록 삭제 때문에 민망한 갈등을 벌였는데, 바뀐 시청자센터가 위원에게 회의록을 수정해도 되겠냐고 물어보는 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임태훈 위원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회의록 수정 문제는 개인적으로 논의할 일이 아니며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또한 임 위원은 “(수정을 거부한 것은) YTN 사측이 시청자위원회를 얼마나 잘못 보고 있는지 회의록에 남겨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YTN 관계자는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기 전 위원들과 의견을 조율한다”며 “(임태훈 위원 발언의 경우) 원용진 위원장에게 먼저 말을 했고, ‘임태훈 위원 본인과 이야기를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통화를 한 것이다. 임 위원이 반대했기 때문에 그대로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 센터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한 이야기를 가지고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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