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시청자위원회가 회의록 공개 범위와 수정 절차를 명문화한 ‘운영세칙’을 이달 말 제정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방송사 시청자위원회가 회의록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만드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YTN 시청자위원회가 운영세칙 제정에 나선 것은 올해 초 불거진 ‘회의록 삭제’ 사건 때문이다. 시청자위원회는 올해 1월과 3월 사측이 시청자위원회 회의록 일부를 수정·삭제한 것이 드러나자 운영세칙을 만들어 회의록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만들기로 했다. 시청자위원회는 5월 전체회의 때 운영세칙 초안을 사측에 전달했고, 사측은 6월 수정안을 제시했다.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YTN 사옥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YTN 사옥

시청자위원회는 이달 2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수정안에 대한 재검토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사측은 운영세칙 초안에 대해 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시청자위원회과 사측은 회의록 수정을 시도할 때 시청자위원장에게 우선 보고하고, 이후 시청자위원회 의결로 수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회의록은 속기록 수준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다만 회의록 작성 방법은 운영세칙에 적시되지 않는다. 사측이 구체적인 회의록 작성 방법을 운영세칙에 남기기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청자위원 A씨는 “(운영세칙에 회의록 작성 방법을 넣는 것은) 방송국 입장에서 난감한 부분”이라며 “회의록을 속기록 수준으로 올리는 것에 합의를 봤다. 다만 걸러낼 부분은 사측과 시청자위원회가 논의해서 수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쟁점은 회의록 공개 범위다. 운영세칙 초안에 따르면 시청자위원회는 △YTN 영업비밀 △YTN에 해악이 될 수 있는 내용 △국가 안전보장을 해할 우려가 있는 내용 △개인·법인 및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정당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내용 △위원회가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내용을 비공개할 수 있다. 사측은 비공개 대상을 추가하길 원했으나 시청자위원회가 이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자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말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운영세칙 최종안을 확정할 수도 있다. 운영세칙 결정 권한은 시청자위원회에 있다. 원용진 시청자위원회 위원장(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은 2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9월 중 운영세칙을 확정하자'고 제안했지만 위원들이 '11기 시청자위원회 임기 내 해결해야 한다'며 8월 전체회의에서 확정할 것을 요구했다. 11기 시청자위원회 임기는 9월에 끝난다. YTN 관계자는 "(시청자위원회 검토안에 대한) 내부 검토 과정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운영세칙 제정과 관련해 시청자위원 A씨는 “(회의록 수정·비공개에 대한) 결정권이 시청자위원회에 왔다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시청자위원 B씨는 "시청자위원회는 방송법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법적 기구로의 독립성이나 실효성을 담보 받지 못했었다. 이를 확보하는 과정을 YTN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씨는 “(운영세칙은) 다음 기수 위원들이 방송의 질을 높이고 YTN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발자국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운영세칙 초안을 마련한 김보라미 법무법인 디케 변호사는 “이번에 운영세칙을 만들게 되면서 시청자위원회의 권한과 자율성을 현실화시키는 것에 대해 의미가 있다”며 “사측이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을 함부로 삭제할 수 없는 근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운영세칙을 기반으로 시청자위원회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YTN 시청자위원이었던 김 변호사는 사측의 '회의록 삭제' 사건에 항의하며 6월 28일 사의를 표했다.

*기사 일부 수정 : 2022년 8월4일 오후 5시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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