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라이프 계열사인 스카이TV(ENA채널)가 독점 방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스카이라이프 구성원들은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스카이라이프의 스카이TV가 KT 미디어지니에 합병될 가능성이 언론에 보도됐기 때문이다. 스카이TV 합병이 공식화되면 KT와 스카이라이프 구성원들 간의 ‘갈등’이 표면화될 전망이다.

발단은 머니투데이의 ‘단독’ 기사다. 머니투데이는 ‘KT, 우영우 띄운 스카이TV·미디어지니 합병추진…콘텐츠 시너지↑’ 기사를 통해 “KT는 최근 스카이TV와 미디어지니 합병 프로세스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KT의 미디어지니와 스카이라이프의 스카이TV가 합병 절차에 돌입했다는 내용이다. 

▲ 스카이TV가 제작하고 스카이TV 계열 채널에서 방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스카이TV 계열 채널에서 방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전부터 KT가 스카이TV를 흡수하려 한다는 얘기가 나온 상황에서 기사까지 나오자 구성원들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정태천 언론노조 스카이라이프지부장은 “스카이TV는 스카이라이프의 미래 비전”이라며 “2003년 자회사로 설립해 18년 동안 공을 들였다. KT가 스카이라이프 1대 주주로 올라선 이후에도 독자 노선을 갖고 경영했는데 최근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고 콘텐츠 사업의 가능성이 커지면서 KT가 지난해부터 개입을 시작했다. 결국 KT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를 해서 손자회사인 스카이TV를 실질적으로 장악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일권 스카이라이프 우리사주조합장은 “‘우영우’ 방영 이후 주가가 크게 올랐는데,합병 추진 기사가 나오자 스카이TV라는 핵심 자회사를 뺏긴다는 소문이 돌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며 “스카이라이프 경영진은 스카이TV 경영권을 방어해야 한다. 조합은 주주가치의 훼손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며, 필요하다면 노조와 연대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위성방송 플랫폼인 스카이라이프는 KT그룹의 일원이지만 독립 경영을 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는 2011년 경쟁 관계인 KT의 자회사로 편입돼 ‘KT스카이라이프’가 됐다. 스카이라이프는 인수 이후에도 독자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사업을 추진해왔으나 KT의 ‘가입자 빼내기’와 KT 주도의 사업 재편으로 스카이라이프 구성원들의 반발이 수차례 이어졌다. 

스카이TV는 2003년 스카이라이프가 만든 콘텐츠 제작 자회사로 ‘강철부대’ ‘나는 솔로’ 등을 제작하고 계열 채널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독점 방영해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3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경영 성과도 뚜렷했다. 위성방송이 IPTV에 밀려 사양 산업이 돼가는 상황에서 스카이라이프 구성원들은 스카이TV를 중요한 자산으로 여기고 있다.

▲ KT스카이라이프 상암 사옥. 사진=금준경 기자
▲ KT스카이라이프 상암 사옥. 사진=금준경 기자

스카이라이프 노조는 성명을 통해 “KT의 강탈이 도를 넘어섰다”며 “KT 구현모 사장과 스카이라이프 김철수 사장은 노동조합과 300명 조합원을 너무나 만만히 보았다. OTS가입자 찬탈과 DCS를 위시한 거의 모든 분야의 망 대가 착취로도 모자라 금지옥엽으로 키워낸 스카이TV마저 KT에서 검은 마수를 들이댄다면 우리 노동조합은 결단코 용서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우리사주조합 또한 성명에서 “일반주주와 우리사주조합원들이 스카이라이프 핵심 자회사의 경영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며 “우리사주조합은 더 이상 주주가치 훼손과 재산권 침해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카이TV 합병설에 관해 KT 홍보실 관계자는 “여러 안을 검토 중인 상황으로 합병과 관련해 결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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