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화제인 ENA 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자폐인이자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가진 우영우의 이야기에 환호와 애정이 많은 만큼 지적이나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26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열린 ‘우영우’ 유인식 감독과 문지원 작가가 참석한 기자간담회에서도 수십 명의 기자들이 참석해 ‘우영우’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드라마에 대한 칭찬뿐 아니라 비판과 우려를 담은 질문에도 감독과 작가는 “우려에 공감한다”, “드라마가 가진 한계”라고 인정하고 “다양한 논의가 세상을 나아가게 만든다”며 성실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1시간으로 예정됐던 기자간담회는 2시간이 지나서야 마무리 됐다.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문지원 작가(왼쪽)와 유인식 감독. 사진출처=ENA.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문지원 작가(왼쪽)와 유인식 감독. 사진출처=ENA. 

문지원 작가는 ‘우영우’를 만든 계기에 대해 “3년 전 에이스토리(제작사) PD들이 영화 ‘증인’을 잘 봤다며, ‘증인’의 자폐인 주인공 지우가 성인이 돼 변호사가 되는 것이 가능하다 보냐고 주신 질문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영화 ‘증인’ 역시 문지원 작가가 쓴 이야기로, 자폐인이 사고 현장을 보고 법정에서 증인이 되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에는 “내가 변호사가 될 순 없어도 증인이 될 순 있다”는 대사가 나온다.

문 작가는 “‘증인’을 쓰면서 자폐인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공부하게 됐는데, 자폐인이 가지고 있는 (원칙을 중시하는) 올곧음, 관심 분야에 지나칠 정도의 해박함, 뛰어난 기억력, 시각과 패턴으로 사고하는 방식 등에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또한 우영우 같은 사람에게 붙는 ‘이상한’이라는 수식어는 낯설고 이질적이고 피하고 싶다는 특징도 있지만 동시에 이러한 이상함과 이상할 수 있기에 할 수 있는 생각 때문에 우리 사회를 더 나아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 간담회 현장에서는 사실상 ‘사고 수준’이라는 ‘시청률 대박’에 대한 이야기나 해외에서의 뜨거운 반응, 많은 이들이 감탄하는 박은빈 배우의 연기에 대한 칭찬, 아름다운 ‘고래’에 대한 연출 등 긍정적 평가를 담은 질문들도 줄줄이 나왔지만 우려를 담은 질문들도 나왔다.

무해하고 사랑스러운 장애인 캐릭터…
“장점 중심의 접근, 불편한 부분은 드라마가 가진 한계”

드라마 ‘우영우’가 자폐인이 가진 뛰어난 기억력 등 여러 장점을 부각했지만, 결국 ‘무해하고 사랑스러운 장애인’을 보여주면서 현실과는 거리감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한 결국 매우 뛰어난 능력을 가져야 사람들이 ‘소수자’에 대해 호감을 갖게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문지원 작가는 “우영우 캐릭터는 다른 드라마의 주인공이 그렇듯 드라마를 위해 창작한 캐릭터”라며 “다만 해당 캐릭터가 아주 개연성이 없거나 부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디자인된 캐릭터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우영우 같은 자폐인이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문 교수님에게 대본을 들고 갔을 때 ‘장점 중심 접근을 하는 것이 마음에 든다. 전공자로서 자폐인이 가진 특성 중 매력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부분을 지지한다’고 하셨는데 힘을 받았다”며 “다만 드라마와 관련해 불편하다고 하시는 분들의 의견에도 역시 깊이 공감하며 그 지적들에는 작품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26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열린 ‘우영우’ 유인식 감독과 문지원 작가가 참석한 기자간담회에서도 수십명의 기자들이 참석해 ‘우영우’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사진=정민경 기자. 
▲26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열린 ‘우영우’ 유인식 감독과 문지원 작가가 참석한 기자간담회에서도 수십명의 기자들이 참석해 ‘우영우’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사진=정민경 기자. 

유인식 감독도 “드라마가 자폐인의 고통 등 다른 이야기들을 모두 받아 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나아가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연기한 부분에 문제의식과 아쉬움에 대한 지적도 접했는데 여러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장차 자폐인이 자폐인을 연기하고 장애인이 장애인을 연기해, 더 감동적이고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길이 앞당겨 진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지원 작가는 “솔직하게 제가 자폐인이거나 지인이 자폐인이라면 드라마 ‘우영우’를 보는게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며 “우영우라는 캐릭터는 극단적인 강점과 극단적인 약점을 한몸에 가진 설정이며, 자폐로 인한 어려움이나 어두움을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작가는 “저는 사람들이 우영우를 응원하는 게 불쌍하고 안쓰러워서가 아니라 사랑스럽고 멋있고 씩씩해서이길 바랬다”라며 “시청자분들이 지적하신 부분들을 어쩔 수 없이, 다루지 못한 ‘잔여’로 남아있고 작품이 가진 한계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역차별’ 외치는 ‘권모술수’ 캐릭터…“현실적 시뮬레이션 결과”

극중 ‘권모술수’라는 별명을 가진 권민우 캐릭터와 관련, “권민우는 ‘우영우가 어차피 일등이다. 우영우는 약자가 아니다’라는 대사를 하는데 권민우를 통해 시청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문지원 작가는 “영우는 배려와 양보가 필요한 약자이지만 아무리 기를 쓰려고 해도 따라갈 수 없는 강자이기도 하다”며 “영우 주변 사람의 심정이 굉장히 복잡할 것이다. 그래서 최수연처럼 ‘봄날의 햇살’ 같은 사람도 있고 권민우 같이 ‘역차별 아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들 캐릭터를 통해 현실적으로 나올 수 있는, 우영우를 대하는 가능한 입장들을 보여주려고 했다”며 “그러나 ‘최수연처럼 살자’, ‘권민우처럼 살지 말자’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공동체에 이질적 존재가 들어왔을 때 어떤 마음으로 바라봐야 할지 생각하는 과정에서 나온 현실적 시뮬레이션”이라고 답했다.

수많은 지적과 우려가 전달된 기자간담회였지만 문지원 작가는 “만약에 우리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살만한 곳,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있다면 우리 드라마 자체보다는 이 드라마를 계기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이야기들”이라 답했다. 그는 “저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그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겸허하게 경청하려고 한다. 드라마에 대해 불편함을 표현하시는 분들과 우려에 대해서도 대체로 공감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논의 자체가 세상을 나아가게 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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