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20일 “연합뉴스 구독료 납부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홍 시장이 갑작스럽게 이러한 입장을 밝힌 것은 하루 전 19일 연합뉴스가 작성한 “홍준표 대구시장, 구내식당 ‘별궁’ 등 과잉 의전 구설수”라는 기사에 대한 부적절한 반응이 아니냐는 지적이 곧바로 제기됐다.

홍 시장의 보도에 대한 반응은 부적절하더라도, 연합뉴스가 정부 부처에 단말기를 지급하고 구독료 명분으로 30억 원 규모의 뉴스 사용료를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20일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20일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홍준표 대구시장은 20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합뉴스 통신 구독료를 대구시에서는 1년에 1억원 가까이 낸다고 하는데 공무원들이 이를 컴퓨터로 찾아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오늘 부터 구독료 납부를 취소한다”며 “이건 아마 전국 지자체 모두 해당되는 사항일 것”이라고 썼다.

홍 시장은 “스마트폰 뉴스 시대에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늘 해오던 관성으로 전국 지자체가 구독료를 TV시청료처럼 강제 징수 당하는 느낌”이라며 “세금 낭비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고 썼다.

이어 “국가기간 통신망으로 그 기능이 회복 되면 그때 재구독 여부를 고려 할 생각”이라며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 제 19조를 보면 연합뉴스 의무구독은 중앙정부에 한정되고 지방정부는 관련이 없다. 오늘 시청에 설치된 연합뉴스 수신 단말기 반환한다”고 전했다.

“전날 연합뉴스 ‘과잉의전’ 보도 후 반응, 언론에 재갈 물리기”

홍 시장이 갑자기 이러한 이슈를 꺼낸 계기는 바로 전날 연합뉴스가 보도한 “홍준표 대구시장, 구내식당 ‘별궁’ 등 과잉 의전 구설수” 기사 때문이며 이는 부적절한 행태라는 비판이 곧바로 나왔다.

▲19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홍준표 시장의 '과잉의전'을 비판하는 기사.
▲19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홍준표 시장의 '과잉의전'을 비판하는 기사.

정의당 대구광역시당 김성년 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에서 “홍준표 시장이 연합뉴스 통신 구독료 납부를 취소하겠다고 했다. 그 이유를 ‘세금 낭비’라고 했는데, 그걸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며 “전날 연합뉴스의 ‘구내식당 전용석 등 과잉의전 구설수’ 기사에 대해 홍시장이 ‘참 못된 기사’라고 비난하고 나서 16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라고 짚었다.

정의당 대구광역시당 논평은 이같은 행위가 “언론에 재갈 물리기”라며 “홍 시장은 전날 연합뉴스 기사에 대해 ‘시정개혁에 불만이 있으면 그걸 정면으로 비판해야지’라며 ‘참 못된 심보’라고 비난했는데, 도대체 누가 ‘참 못된 심보’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일 정의당 대구광역시당 논평.
▲20일 정의당 대구광역시당 논평.
▲20일 홍준표 시장이 두번째로 올린 페이스북 내용. 
▲20일 홍준표 시장이 두번째로 올린 페이스북 내용. 

홍 시장 역시 이를 의식한 듯 또 한 번 페북에 관련 의견을 올렸다. 홍 시장은 “물론 찌라시성 페이크 뉴스가 시발점이 되긴 했지만 잘못된 관행은 타파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큰 언론 대응책”이라며 “이미 뉴시스와 뉴스1 등 통신사들이 많이 등장한 마당에 어느 특정 통신사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시대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썼다.

연합뉴스의 보도가 연합뉴스 구독료를 끊겠다고 발언한 ‘시발점’임은 인정한 것이다. 홍 시장이 연합뉴스 기사에 대한 반응으로 연합뉴스 단말기 구독을 취소하겠다는 행위는 부적절하나, 이와 별개로 연합뉴스의 단말기 사용을 위한 정부부처의 뉴스 사용료 지급은 시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은 계속돼왔다. 

▲ 한 정부부처의 연합뉴스 단말기. 사진=금준경 기자.  
▲ 한 정부부처의 연합뉴스 단말기. 사진=금준경 기자.  

지난 2019년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연합뉴스 재정보조금을 폐지해달라는 문제제기가 있었고, 당시 정혜승 디지털소통센터장은 "뉴스 소비 패턴이 변화해 단말기를 거의 활용하지 않는데, 이런 단말기나 뉴스리더 사용 비용을 지급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고 답변했다. 연합뉴스는 공적 역할에 따른 금액 288억 원과 정부부처 뉴스 사용료 30억 원을 받고 있는데, 이중 정부부처 뉴스 사용료 30억 원에 대해서는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2020~2021년 연합뉴스 공적기능 이행 및 뉴스정보 구독 계약서에 따르면 ‘정부부처 뉴스정보 사용료’로 연 30억8400만 원을 지급했다. 이 비용은 모바일뉴스리더, PC 단말기 등 서비스를 이용하는 조건으로 51개 정부 부처가 일괄 계약하는 방식이다. 

다만 대구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계약은 ‘뉴스 사용료’로 지급하지 않는다. 지자체는 정부 지원과 별도로 지자체 단위로 계약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산 자료 등에 따르면 연합뉴스는 정부·지자체 등 200여곳과 계약을 맺고 있다.

연합뉴스의 단말기 구독, 즉 정부 구독료와 관련해서는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왔다. 실제로 정부는 단말기가 아닌 인터넷에 올라오는 연합뉴스 보도로 정보를 제공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같은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음에도 정부나 국회에서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2019년 청와대 측의 답변을 살펴보면 사실상 시대착오적인 예산 낭비라는 문제를 인식했지만 이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홍 시장이 지적한 대로 ‘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연합뉴스 연300억 지급 중단 청원’이 20만명을 넘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지만 국감 등에서 연합뉴스 구독료의 적절성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 또한 연합뉴스의 국정감사는 비공개로, 연합뉴스에 대한 문제가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국민이 제대로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은 홍 시장의 문제제기를 그저 ‘언론 탄압’이라는 측면에서만 비판하고 넘기기 어렵게 만든다. 만약 홍 시장의 문제제기로 인해 다른 곳까지 ‘단말기 구독 취소’를 하게 된다면 이는 연합뉴스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연합뉴스 정부부처에 뉴스단말기 주고 구독료 30억 혈세낭비?]

연합뉴스 관계자는 “지자체에 연합뉴스가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은 단말기가 전부가 아니라 일부이고 풀패키지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며 “단말기 서비스와 프리미엄 뉴스, 모바일 뉴스 등 콘텐츠 뉴스를 지급 하며 이러한 콘텐츠에는 포털에 공급하지않는 기사 서비스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재난 재해 시 긴급 기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지자체 서비스에 단말기만 포함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20일 15시 55분 연합뉴스 단말기 지급 예산과 관련한 정보, 그리고 해설과 분석 내용을 보강했습니다. ]

[ 20일 17시 25분 연합뉴스 측이 뉴스 단말기 서비스와 관련한 입장을 전달해와 반영했습니다. ]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