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는 피감기관 견제가 목적이지만 국회의원과 보좌진 입장에서 중요한 건 ‘흥행’이다. 국회의원의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인용한 기사 수가 곧 실적이 된다. 국정감사에서 주목을 받으면 국회의원의 이름 값을 올릴 수 있다. 따라서 ‘주목 받을 만한 이슈’나 ‘정치적 쟁점’이 이슈를 빨아들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미디어 분야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흥행’ 이슈는 아니지만 주목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연합뉴스 연 300억 지급 중단 청원’이 20만 명을 넘을 정도로 주목 받은 바 있지만 국회에선 연합뉴스 구독료의 적절성 문제가 거론되지 않고 있다. 방송사들이 외면하는 방송계 ‘을’들의 목소리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하고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시청자권익 전담기구 마련과 시청자 참여·보호 제도에 대한 진단,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 공공성 확보 등 미디어 정책 정비도 국감에서 다뤄져야 할 시급한 과제다.

연 300억 지원 연합뉴스 ‘관리감독’ 미비

2021년 연합뉴스는 해외뉴스, 외국어뉴스, 지역뉴스 등 공적 역할에 따른 금액 288억 원과 정부부처 뉴스 사용료 30억 원을 받았다. 연합뉴스는 연구용역 등을 반영해 결정한 비용이며, 전체 매출에서 구독료 비중이 크지 않고 실제 공적 역할에 투입되는 비용이 더 많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두 부문의 예산 책정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 연합뉴스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 연합뉴스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연합뉴스 정부구독료 관련 내부 문건에 따르면 연합뉴스는 구독료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공적 기능 수행에 따른 정확한 순비용 산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연합뉴스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지정 이후 (중략) 민간부문 수입 역시 크게 증가하였다는 점도 부인할 수는 없다”고 했다. ‘공적 기능’에 대한 비용 분류가 불가능하고, 오히려 공적 기능을 부여 받은 데 따라 얻게 된 직간접적인 수익이 크게 늘기도 했다는 얘기다.  

연합뉴스가 정부부처에 단말기를 지급하고 구독료 명분으로 받는 30억 원 규모의 뉴스 사용료도 기준이 불분명하다. 2019년 청와대는 연합뉴스 구독료 폐지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뉴스 소비 패턴이 변화해 단말기를 거의 활용하지 않는데, 뉴스리더 사용 비용을 지급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가 정부 지원 규모에 걸맞은 공적 역할을 하고 있는지 따질 필요도 있다. 일례로 신문법 위반 소지가 다분한 연합뉴스 기사형 광고 사업은 2009년부터 이뤄지고 있었으나 연합뉴스 관리감독기구인 뉴스통신진흥회는 물론 국회에서 아무런 견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연합뉴스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지만 관련 국정감사 체계가 미비한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매년 연합뉴스 사옥에서 비공개 업무보고 형식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비공개’ 감사이기에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 연합뉴스 비공개 업무보고는 1998년 당시 3당간사 협의에 따라 시작됐는데, 법률상 근거가 분명하지 않다.

물론 언론을 직접 감사하는 건 논란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공적 소유의 MBC는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가 국정감사를 받지만, 연합뉴스의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뉴스통신진흥회는 국정감사는 물론 업무보고 대상도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지난해 언론인권센터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에게 연합뉴스 비공개 국정감사의 적절성을 문제 제기했으나 달라지지 않았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시민들이 알면 충분히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인데 국회에서는 관행 자체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방송계 ‘을’ 처우 개선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

2015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석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연출자 진모영 독립PD가 섰다. 그는 “수도 없이 많은 언어 폭력을 당했다. 방송사 PD가 침을 뱉고 욕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2019년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는 유지은 대전MBC 아나운서가 증인석에 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문제를 증언했다. 국회 국정감사와 언론 보도 등이 이어지면서 관련 문제는 미약하지만 개선과 시정이 이뤄지고 있다.

방송계 비정규직 처우개선 문제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공통 과제다.

특히 방송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에 이목이 쏠려 있다. 방통위가 지난 지상파방송 재허가 조건으로 방송사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명시했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각 방송사에 고용형태별 인력현황과 비정규직 처우개선 방안을 방통위에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관련 정보를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있고, 언론의 정보공개 신청을 수용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 1월 27일 오전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가 서울에서 1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속 이름은 사고로 목숨을 잃은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름이다. 사진=손가영 기자.
▲ 1월 27일 오전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가 서울에서 1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속 이름은 사고로 목숨을 잃은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름이다. 사진=미디어오늘 

공영방송은 작가들의 노동환경 개선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가 KBS를 상대로 방송작가 노동조건 개선을 골자로 한 교섭을 요구했지만 KBS는 묵묵부답이다. 지난해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MBC의 작가 부당해고 논란이 다뤄졌지만, 정작 MBC는 작가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언론노조는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에 사내 비정규직 운용 실태와 개선방안을 제출할 것을 재허가 조건으로 부과했다. 그러나 모두 비공개 상태다. 후속 조치에 대한 점검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작가의 노동자 지위 인정에 대한 행정소송 강행 등은 노동권의 문제일 뿐 아니라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라는 점에서 국감의 중요 의제”라고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방송분야 표준계약서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 표준계약서 도입은 이뤄졌지만 정작 점검과 처벌이 미미한 상황이다.

실종된 권익보호 전담기구 공약, 시청자 참여 제도 유명무실

언론계 최대 쟁점인 언론중재법 논란에 찬반 입장 모두 ‘언론으로 인한 피해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거나 ‘언론이 잘못을 시정하지 않는다’는 데 공감대가 있다. 새로운 법과 제도가 필요할 수 있지만 정작 기존에 마련된 다양한 제도가 제 역할을 하는지 살피는 데는 소홀하다.

특히 문재인 정부 국민기획자문위원회는 100대 과제 중 하나로 시청자권익보호 전담 기구 설치를 공약했으나 ‘용두사미’가 됐다. 시청자권익보호 전담기구는 시청자 권익보호와 통합적 시청자 불만처리 및 피해구제 지원 등을 전담하는 기구다.

▲ 2017~2019년 전국 지역방송 시청자위원 지역 분류(2017년 경남 미포함).
▲ 2017~2019년 전국 지역방송 시청자위원 지역 분류(2017년 경남 미포함).

그러나 전담기구 설립은 무산됐고 방통위는 방통위 산하기구인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업무 가운데 하나로 편입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상황이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시청자권익보호 제도 전반을 손 봐야 한다”며 “전담기구 설립에 대한 연구만 해놓고 공약 이행 자체가 좌초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방송법상 규정된 시청자위원회, 시청자 평가 프로그램에 대한 진단도 필요하다.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은 주당 60분 이상의 시청자 평가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17개 채널을 분석한 결과 13개 프로그램이 심야 및 새벽 시간대에 편성돼 시청이 힘들었고, 내용 역시 ‘긍정적인 면’이 믾았다.

▲ '시청자 평가 프로그램' 갈무리
▲ '시청자 평가 프로그램' 갈무리

시청자위원회 제도가 취지와 달리 운영되는 문제도 있다. 2019년 부산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지역민언련네트워크가 ‘시청자위원회 현황과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2019년 전국 지역방송 시청자위원(2017년 경남지역 미포함)들의 직업 분석 결과 기업인이 2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평범한 시청자의 목소리보다는 지역 방송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반영되는 면이 강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큰 그림’ 필요

국정감사를 통해 행정부 업무의 한계를 지적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특히 미디어 분야에서는 부처 간 이해관계 정리와 장기적인 미디어 공공성 정책 마련 등 두 과제가 중요하지만 ‘정쟁’에 밀리는 상황이다.

2018년 개인정보 보호 독립기구 설립이 추진될 당시 방통위가 관련 업무 포기를 주저하자 당시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여당 과방위 간사)은 “방통위의 권한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며 방통위의 양보를 재차 촉구해 기구 개편에 기여한 바 있다.

▲ 지상파 3사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 지상파 3사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최근에는 OTT발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싸움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들 부처가 각각 넷플릭스와 같은 OTT에 대응하는 부서를 마련했다. 최근 과기정통부가 공청회를 통해 OTT와 형평성 측면에서 방송사의 소유 및 겸영 제한 완화, 유료방송사업 허가 조건 간소화 등을 논의했는데 방통위측이 사전 논의가 없었다며 불쾌해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미디어 공공성 측면의 중장기 제도 개선은 해묵은 과제다. △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 방송사 인허가 체계 개선 △민영방송 사유화 방지 장치 마련 △광고결합판매 제도 개선과 군소 지역 미디어 보호 장치 마련 △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 대상 확대 및 기금 개편 등은 방송계, 언론노조 등에서 오랜 기간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회와 행정부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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