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연합뉴스 지원금 삭감을 논의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대한 추측이 무성하다. 예산안 확정을 코앞에 두고 100억 원대 삭감 가능성이 언급된 건 이례적이다. 정부가 삭감 ‘제스처’로 ‘연합뉴스 길들이기’를 시도할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참에 줄다리기식 연합뉴스 지원금 책정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문화체육관광부와 기획재정부는 연합뉴스의 내년예산안 확정을 앞두고 막판 협의 중이다. 문체부가 연합뉴스 지원금을 지난해와 같은 328억 원으로 1차 책정해 기재부에 제출했고, 두 부처가 안을 열어두고 논의 중이다. 연합뉴스 지원을 소관하는 문체부 미디어정책국 관계자는 당초 연합뉴스 지원금을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 책정해 기재부에 올렸다며 “이제 기재부와 논의 중인 사안”이라고 했다. 기재부와 문체부는 이번 주 내로 연합뉴스 정부구독료(안)를 확정할 예정이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 앞 조형물. 사진=미디어오늘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 앞 조형물. 사진=미디어오늘

연합뉴스는 해마다 정부로부터 300억원대의 국가기간통신사 지원금, 소위 ‘정부구독료’를 받고 있다. 문체부는 해마다 이를 ‘공적기능 순비용 보전’과 ‘정부부처뉴스정보 사용료’ 명목으로 지급해왔다. 연합뉴스와 문체부가 2년마다 계약을 맺는 형식이다. 지원금은 지난해 기준 연합뉴스 매출액의 18%가량을 차지한다(총 1822억 8233만원 중 328억원). 연합뉴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04억 1527만원이다.

2020~2021년 지원금은 연 328억 원이다. 문체부는 지난해 말 내년 지원금을 328억 원으로 책정한 상황에서 삭감 방침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와 연합뉴스 관계자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해 12월, 올해부터 2년 치 연합뉴스 지원금을 연 328억 원으로 책정해 계약을 체결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연합뉴스 지원금은 문체부와 연합뉴스 사이) 계약이니 연합뉴스와 문체부가 합의를 하면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최대 삭감 액수가 100억 원대로 전해지면서 연합뉴스는 비상이 걸린 분위기다. 문체부 측은 연합뉴스와 협의과정에서 삭감하려는 예산 규모에 대해 일관되지 않은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연합뉴스 측은 문체부를 비롯한 정부 출입 취재진을 통해 배경 파악에 나섰으나 이렇다 할 ‘신호’는 감지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연합뉴스 로고
▲연합뉴스 로고

문체부는 공식 삭감 논의 배경으로는 ‘예산 절감’을 꼽고 있다. 문체부 미디어정책국장은 최근 미디어오늘에 “(정부가) 전체적으로 예산을 어떻게든 절감하고자해 연합뉴스 쪽에도 절감 요소가 있는지 찾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기재부는 재정지출 축소 기조 아래 지난 5월 각 부처에 ‘모든 재량지출 사업을 원점 재검토하고 최소 10%를 의무 삭감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연합뉴스 공적기능 순비용을 삭감한 근거가 기존 연합뉴스의 ‘공적기능 평가’ 결과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연합뉴스 관리감독기구인 뉴스통신진흥회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연합뉴스 공적기능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연합뉴스는 지난해보다 소폭 (1.8점) 상승한 성적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예산을 활용해 언론을 길들이려 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한 연합뉴스 구성원은 “정부에서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한 적이 없어 혼란스럽다. 어떻게 보면 언론 압박으로 비치기도 한다. 과거 보수 정부에서도 전례가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했다.

앞서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연합뉴스에 국고에서 지불하는 돈이 작년 기준으로 300억 원이 넘는다”며 “공적 기능이 제대로 되는지 검토하고, 그에 걸맞은 세금 집행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집권여당에서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의 ‘KBS·MBC는 언론노조가 좌지우지’ 발언 △여당의 KBS 수신료 폐지 주장 △홍준표 대구시장의 연합뉴스 구독료 납부취소 선언 등이 이어지는 상황에 언론 길들이기의 일환이라는 의혹을 샀다.

▲연합뉴스 소유구조. 그래픽=미디어오늘
▲연합뉴스 소유구조. 그래픽=미디어오늘

공적기능 비용 책정·검증부터 투명하게 해야

정부여당이 연합뉴스 지원 원칙으로 ‘공적 기능에 걸맞은 세금집행’과 ‘재정지출 축소’를 밝힌 가운데 연합뉴스 지원금 책정의 근거부터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은 “연합뉴스 지원금은 정부부처 구독료보다도 공적 역할에 대한 실비(공적기능 순비용 보전금)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외국어뉴스 송출이나 북한뉴스 등 이른바 돈이 안 되지만 꼭 필요한 기능을 보조한다는 취지”라며 “그만큼 명확한 별도 회계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연합뉴스나 정부는 이를 밝히지 않고 검증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진정 공적기능 순비용 보전액 문제를 바로잡으려 한다면 당장 시험 삼아서라도 공적기능 보전액을 별도로 회계처리해 책정·증빙하도록 해야 한다. 종전처럼 지원금을 협상 대상으로 보고 줄다리기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닐뿐더러 그 의도과 진정성에 의심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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