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 CP 박희연)이 윤석열 당선인 출연과 관련해 논란을 겪은 후, 제작진의 고충을 암시하는 듯한 문구를 방송해 그 의도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27일 오후 방송된 ‘유퀴즈’는 ‘너의 일기장’이라는 주제로 배우 박보영 등 여러 출연자들이 나와 자신의 일기와 관련한 토크를 진행했다. 제작진은 방송 말미에 ‘나의 제작 일지’라는 글을 공개했다.

특히 이날 방송은 논란이 됐던 윤석열 당선자 방송 직후였기에 이 ‘제작 일지’의 의도에 궁금증이 더해졌다.

▲tvN '유퀴즈' 27일 방영분 마지막 부분.
▲tvN '유퀴즈' 27일 방영분 마지막 부분.

이 영상에서 공개된 제작진의 제작일지는 다음과 같다.

“2018년 어느 뜨거웠던 여름날에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길바닥의 보석 같은 인생을 찾아다니며 한껏 자유롭게 방랑하던 프로였다.

저 멀리 높은 곳의 별을 좇는 일보다 길모퉁이에서 반짝이는 진주 같은 삶을 보는 일이 참으로 행복했었다.

유퀴즈는 우리네 삶 그 자체였고 그대들의 희로애락은 곧 우리들의 블루스였다.

이 프로그램을 일궈 온 수많은 스태프, 작가, 피디들은 살면서 또 언제 이토록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보통 사람들이 써 내려가는 위대한 역사를 담을 수 있어서

어느 소박한 집 마당에 가꿔놓은 작은 꽃밭과도 같은 프로그램이라서

날씨가 짓궂더라도 계절이 바뀌더라도 영혼을 다해 꽃피워왔다.

자신의 시련 앞에서는 의연하지만 타인의 굴곡은 세심하게 연연하며 공감하고 헤아리는 사람.

매 순간이 진심이었던 유재석과 유재석을 더욱 유재석답게 만들어준 조세호.

두 사람과 함께한 사람 여행은 비록 시국의 풍파에 깎이기도 하면서 변화를 거듭해왔지만 사람을 대하는 우리들의 시선만큼은 목숨처럼 지키고 싶었다.

뜻하지 않은 결과를 마주했을 땐 고뇌하고 성찰하고 아파했다.

다들 그러하겠지만 한 주 한 주 관성이 아닌 정성으로 일했다.

그렇기에 떳떳하게 외칠 수 있다.

우리의 꽃밭을 짓밟거나 꺾지 말아달라고.

우리의 꽃밭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것이라고.

시간 지나면 알게 되겠지. 훗날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제작진의 마음을 담아 쓴 일기장.”

▲tvN '유퀴즈' 27일 방영분.
▲tvN '유퀴즈' 27일 방영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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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유퀴즈' 27일 방영분.
▲tvN '유퀴즈' 27일 방영분.
▲tvN '유퀴즈' 27일 방영분.

 

이러한 일기장은 마치 최근 윤 당선자의 출연 이후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에 제작진 입장을 낸 것으로 읽힌다.

특히 ‘길모퉁이의 삶’을 주목하는 유퀴즈에 윤 당선자가 나오는 것을 두고 많은 시청자들이 “프로그램 취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판했었는데 제작진 역시 “저 멀리 높은 곳의 별을 좇는 일보다 길모퉁이에서 반짝이는 진주 같은 삶을 보는 일이 참으로 행복했었다”는 문구를 통해 같은 생각을 했었다는 것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미디어오늘은 tvN 관계자에게 유퀴즈 제작진의 ‘제작 일지’는 어떤 의도에서 방영된 것인지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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