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분야에서 미디어 산업이 올해 ‘전환점’을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그동안 K-콘텐츠가 세계적 성과를 얻었음에도 주식 분야에서 미디어 산업은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달 31일 신한금융투자 지인해 수석연구원은 62페이지 분량의 미디어와 광고 분야 보고서에서 올해 미디어 업종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 이유로 지인해 연구원은 K-콘텐츠 투자가 확대 지속되고 대형사들이 K-콘텐츠를 최대 편성한 점을 들었다. 또한 방송사가 넷플릭스 등에 의존해왔지만 새로운 늘어난 OTT들과 신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점도 '전환점'의 이유로 꼽았다. 

특히 지 연구원은 “이미 비용처리가 끝난 구작을 일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라며 “IP(지적 재산권)홀더만이 가진 특권”이라고 썼다. 디지털 광고로 몰렸던 광고주들이 다시 방송 광고로 돌아오고 있다고 짚기도 했다. 

▲사진출처=신한금융투자.
▲사진출처=신한금융투자.

방송사들이 신규 OTT에 과거에 인기있었던 드라마를 팔 수 있기 때문에 매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방송사 등 대형사들은 이 같은 ‘숨은 이익 찾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또한 중형사에도 이익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국내 방송사의 외주제작 모델로 멈춰있었지만 OTT의 증가로 편성이 용이해졌고 외주제작을 통한 IP확보 전략이 통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형사여도 콘텐츠 제작 능력만 있다면 기업가치가 재평가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넷플릭스 한국에 대규모 투자, ‘하청의 하청’ 구조는 한계

이 가운데 K-콘텐츠의 주요 바이어인 넷플릭스를 언급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2020년 한국에만 3000억원, 2021년 5500억원, 올해 약 8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이미 ‘오징어게임’ 등의 글로벌 성과를 맛본 바 있다. 넷플릭스뿐 아니다.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도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관련 기사: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에 올 한해만 5500억 투자한다]

지인해 연구원이 주목한 점은 OTT가 투자하는 콘텐츠 비용은 기존 방송사의 제작비에 비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핵심은 회당 제작비”라며 “예를 들어 8부작으로 구성된 애플TV+의 ‘파친코’의 경우 시즌1의 총 제작비가 최소 800~1000억원”이라며 “회당 제작비가 100억원이 넘는다”며 제작비가 압도적이라고 봤다.

콘텐츠 투자를 할 OTT들은 넘친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애플TV+와 올해 연말 한국에 런칭할 것으로 HBO MAX가 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런칭이 예상된다. 국내 플랫폼 역시 웨이브, 쿠팡플레이, 카카오TV, 티빙 등이 있다.

▲사진출처=신한금융투자. 
▲사진출처=신한금융투자. 

다만 한계도 있다. ‘오징어 게임’ 사례에서도 밝혀졌듯 해외 OTT가 주도해 제작하는 K-콘텐츠 경우는 막상 한국 제작사 입장에서 ‘하청’ 혹은 ‘하청의 하청’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인해 연구원은 “애플TV+가 미국드라마 제작사에 하청을 주고 로케 촬영이 필요한 국가에는 현지 업체에 또 하청을 주는 구조”라며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외주의 외주 구조”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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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해 연구원은 “제작비 대비 흥행력, 즉 가성비 측면에서 K콘텐츠가 독보적이고, 아직 어느 플랫폼도 장악하지 못한 동남아시아의 트래픽을 섭렵하기 위해서 K-콘텐츠의 수급이 필연적”이라며 “여전히 한국이 넷플릭스 전체 예산 중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이지만 확대 여력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3월27일 기준 넷플릭스 전세계 트래픽 TOP10 중 5위가 ‘사내 맞선’, 6위가 ‘스물다섯 스물하나’인데 말레이시아 트래픽의 경우 10개 리스트 가운데 8개가 한국 작품이고 태국에서도 10개 중 8개가 한국 작품, 필리핀에서도 10개 중 7개가 한국 작품일 정도다. 베트남, 인도네시아는 TOP 10개 작품 중 9개 작품이 한국 콘텐츠다.

▲사진출처=신한금융투자.
▲사진출처=신한금융투자.

디지털 광고 맹신했던 광고주들 다시 TV광고로

해당 보고서의 흥미로운 지점은 또 있다. 광고주들이 다시 TV로 돌아왔다고 짚은 점이다. 지인해 연구원은 “디지털에만 의존하던 그들이 이제는 TV향+디지털향 광고를 동시에 진행하는 전략으로 전환돼 침체됐던 광고수익이 반등”하고 있다고 썼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최근 5년간 디지털 광고 부문만 맹신했던 광고주들이 개인정보 강화에 따라 타겟마케팅의 효과를 극대화시키지 못하면서 TV향 광고와 디지털을 동시에 진행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무신사, 요기요, 직방, 당근마켓 등 디지털과 TV광고를 잘 어우르는 사업자들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종합해보면 방송사들은 자사 IP를 반영해 국내외 부가수익과 광고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칠 수 있고 다시 돌아오는 방송 광고 수익과 IP부가 수익, 자체 OTT 강화의 길로 가면 미디어의 대전환점이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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