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과 미국 역사를 짚고 아프가니스탄 빈곤 문제를 보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방 개입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섣부르게 결론짓는 관점을 경계하자는 것이다.  

국제전략센터(International Strtegy Center·ISC)는 7일 오후 7시 ‘진보포럼: 아프가니스탄, 그것이 알고싶다’라는 비대면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 언론인이자 역사학자인 비자이 프라샤드(Vijay Prashad) 미국 트리니티대 국제관계학 및 남아시아 역사학 교수는 “아프가니스탄 국민 50%가 빈곤한 삶을 살고, 70%가 전기를 쓸 수 없으며 1%만이 백신 접종을 한 상태”라고 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문제 해결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대면으로 국제전략센터와 인터뷰하고 있는 비자이 교수. 
▲비대면으로 국제전략센터와 인터뷰하고 있는 비자이 교수. 

비자이 교수는 “아프가니스탄은 과거 소련과 국경을 사이에 두고 있다.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서구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의 사회주의화를 우려했다”며 “예를 들어 1970년대 아프가니스탄에선 문맹률이 너무 높아 문맹퇴치 운동이 벌어졌는데, 미국 지원을 받은 용병들이 국경을 넘어 전쟁을 시작하면서 운동들이 좌절됐다. 전기 공급과 관련해서도 아프가니스탄이 발전하려는 시기 서구 세력이 개혁을 좌초시켰다”고 주장했다.

비자이 교수는 언론이 아프가니스탄 빈곤 문제와 백신 접종 문제 등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전반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70%가 전기 접근성이 떨어지고 백신 접종은 1%에 불과하다”며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20년 동안 2조 달러가 넘는 돈을 쏟아부었는데 왜 아프가니스탄 국민 대부분이 빈곤하고 전기도 쓰지 못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8일 기준 아프가니스탄의 접종 완료 인구 비율은 1.1%이다.

비자이 교수는 “개인적으로 탈레반을 싫어하지만 20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을 이렇게 만든 것이 누구인지 봐야 한다”고 했다.

▲탈레반 사령관들이 지난 8월15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에 입성해 대통령 경호원(왼쪽)과 앉아 있는 모습. 사진=알자지라 유튜브 캡쳐
▲탈레반 사령관들이 지난 8월15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에 입성해 대통령 경호원(왼쪽)과 앉아 있는 모습. 사진=알자지라 유튜브 캡쳐

아프가니스탄 기사 가운데 여성 교육과 취업 문제를 포함한 여성 인권 보도가 많다. 이에 비자이 교수는 “물론 여성 교육 등에 대한 문제를 짚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다만 미국이 자신들의 명분을 ‘여성 인권 향상’으로 내건 만큼 여성 교육에만 중점을 두게 되면 아프가니스탄을 이렇게 만든 미국의 책임을 없애주는 맥락으로 읽힐 수 있다. 굉장히 복잡하다”며 “문명국 미국과 야만인 탈레반의 대립 문제로 읽히기 쉽다”고 지적했다. 아프가니스탄 여성 인권 문제와 함께 빈곤, 전기 공급, 나아가 미국과의 역사 등도 적극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비자이 교수는 “아프가니스탄과 관련해 가능한 한 많은 관점과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탈레반 정부를 향해 △인구 절반이 극빈곤층인데 빈곤을 탈피하기 위한 정책은 무엇인지 △아프가니스탄 광업 산업을 어떻게 육성할 수 있는지 △코로나19 백신 등 예방접종은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비자이 교수는 “한 가지 꼭 짚고 싶은 것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도 인간이라는 것이다. 저마다 의견을 갖고 있고, 저마다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존중해야 한다”며 “지난 역사에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자기들 만의 나라를 만들어왔다. 그렇기에 아프가니스탄 시민들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ISC 진보포럼 포스터. 
▲ISC 진보포럼 포스터. 

비자이 프라샤드 교수는 인도 출신 역사학자이자 언론인이다. 인도 레프트워드 북스 편집장, 트리컨티넨탈사회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한국에 번역된 저서로 ‘아스팔트를 뚫고 피어난 꽃’, ‘제3세계의 붉은 별’, ‘갈색의 세계사’ 등이 있다.

비자이 교수는 프론트라인(Frontline)지 등에 아프가니스탄 공산당이 참여한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추진한 개혁을 영미가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을 지원하면서 어떻게 막아왔는지 지적해왔다. 그는 아프가니스탄과 인접한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경험이 있는 지식인이기도 하다.

주최 측인 국제전략센터는 국제연대를 주요 사업으로 펼친다. 국제 이슈의 역사적 맥락 이해를 위한 ‘국제전략센터 진보포럼’을 매월 진행하고 있다. 이 단체는 “언론이 아프가니스탄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보도한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외국군이 자행한 20년간의 고문, 죽음, 파괴 등을 무시하고 단순화한 보도가 많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주류 언론에 비친 왜곡되고 편파적인 아프가니스탄 모습 외에 우리가 무엇을 살펴야하는지 고찰하기 위해 이번 포럼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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