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카불 현지를 취재하고 있는 미국 CNN 아프간 특파원 클라리사 워드(Clarissa Ward)의 리포트가 연일 화제다. 클라리사 워드 기자는 탈레반이 점령한 카불 현지 상황을 직접 전하고 있다.

그가 취재한 16일 “탈레반이 나에게 옆으로 서라고 말했다: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Taliban told me to stand to the side ‘because I’m a woman’)라는 리포트와 또 하나의 리포트는 유튜브 CNN 채널에서 두 영상 모두 160만 조회수를 웃돌고 있다.

그가 올린 리포트에서 클라리사 워드 기자 뒤에 수십명의 탈레반 조직원들이 보인다. 워드 기자는 “일부는 미국 무기를 가지고 다닌다. 내가 결코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 광경이었다”며 “탈레반은 법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여기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워드 기자는 탈레반 조직원에게 “미국에게 전할 메시지는 무엇인가”라고 물었고 탈레반 조직원은 “미국은 너무나 오래 여기에 머물렀다. 이제 그들은 떠나야 한다”고 답한다. 워드 기자는 “그들이 카메라에 찍히기 위해 가까이 다가오고, ‘미국에 죽음을’이라고 외친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우호적으로 보인다. 기이하다”고 리포트했다.

▲탈레반 조직원에게 질문하고 있는 클라리사 워드 기자.
▲탈레반 조직원에게 질문하고 있는 클라리사 워드 기자.

워드 기자는 “탈레반이 나에게 ‘여자니까 옆으로 물러나라’고 말했다”며 옆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어 워드 기자는 탈레반 조직원에게 “여성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많은 여성들이 학교에 갈 수 없고 일을 할 수 없을까봐 두려워한다”고 직접 질문한다. 이에 탈레반 조직원은 “히잡만 쓴다면 여자들은 학교에 갈 수 있고 일을 할 수 있다”고 답한다.

이 영상이 올라온 이후 워드 기자가 탈레반 점령 이전에는 히잡을 쓰지 않았다가, 점령 이후 히잡을 썼다는 것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탈레반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논란도 이어졌다. 이에 워드 기자는 “두 사진의 복장이 다른 것은 하나는 사유지 안에서 촬영된 것이고 하나는 탈레반이 점령한 거리에서는 히잡을 쓴 것이다. 나는 탈레반 점령 전에도 스카프를 항상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클라리사 워드의 트위터.
▲클라리사 워드의 트위터.

19일에도 워드 기자는 카불 현지 공항의 상황을 전달하는 리포트를 올렸다. 해당 리포트 조회수는 63만회를 웃돌고 있다. 그의 영상을 본 시청자들은 “위험해 보이는데 굉장하다”, “사명감 때문이라지만 철수하는 게 낫지 않을까”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클라리사 워드 기자의 CNN 프로필을 살펴보면, 그는 CNN의 수석 국제 특파원으로, 15년 넘게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세계 최전방 지역을 취재해온 베테랑 기자다. 

그는 미얀마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지 두달 만에 그의 팀과 함께 미얀마 입국이 허가된 최초의 외신기자로, 그곳에서 벌어지는 군사 진압에 대해 보고하고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폭력 진압에 대해 취재했다. (관련 기사: Myanmar military denies responsibility for child deaths and says elections could be pushed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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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9일 미얀마에 대한 취재를 한 클라리사 워드의 리포트. 

인도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될 때 이를 취재했고, 2020년 알렉세이 나발니 러시아 야당 지도자의 독살 사건을 취재해 러시아 보안기관의 신원을 밝혀내는 보도를 했다.

또한 지난해 워드 기자는 서아프리카 국가인 가나, 나이지리아에서 운영 중인 러시아 트롤(Troll: 인터넷상에서 분란을 조장하는 사람)을 조사하면서 가나의 작전본부를 방문해 인터뷰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Russian election meddling is back -- via Ghana and Nigeria -- and in your fee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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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11일 가나 현지 취재를 하고 있는 클라리사 워드 기자. 

2019년 터키가 시리아 북부에서 미국의 쿠르드족 동료를 겨냥한 군사작전에 나섰을 때도 민간인들을 취재했으며 이 보도는 CNN이 2020상 에미상을 수상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워드 기자는 2015년 CNN에 합류했으며, 이전에는 CBS News에서 일했다. CBS News에서 일할 당시에도 워드 기자는 2014년 시리아로 파견됐다. 내전 이후 시리아 내에서 미군 지하드 관계자를 인터뷰한 것은 워드가 유일하다고 CNN의 프로필은 전하고 있다. 그는 CBS에 입사하기 전 ABC News에서 일했고 그 전에는 폭스 뉴스채널의 중동지부를 거점으로 취재했다. 워드 기자는 예일대를 졸업하고 2002년 CNN 모스크바 지국의 인턴으로 언론인 경력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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