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가 과잉의전을 비롯한 구청 문제 관행을 보도해온 지역언론에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광고를 끊고 앞서 결정했던 지원사업도 자의로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 풀뿌리 언론을 상대로 한 전방위 보복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바른지역언론연대와 언론노조 풀뿌리지부는 은평구 앞 시위에 들어갔다.

은평구는 최근 은평시민신문에 대한 광고 집행을 중단했다. 일례로 지난 4월 코로나19 백신 접종 광고안을 의결하면서 은평시민신문을 뺀 7곳의 은평 지역 언론에만 집행했다. 은평구 관계자는 “현재 은평시민신문에 (은평구청의) 소송이 제기되고 통장을 압류한 상태라 당분간 광고 일체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박은미 은평시민신문 편집국장은 “이 이후로 구 차원의 광고는 끊기고 일부 부서가 집행하는 광고만 들어온 적이 있다”고 했다.

은평구는 은평시민신문이 올 초 따냈던 서울시와 정부 지원사업 추진도 중단했다. 은평시민신문은 지난 2월 시와 행정안전부가 공동체성이 있는 기업에 대해 일자리 창출 등을 지원하는 ‘마을기업’에 선정됐다. 행안부와 시가 예산 75%를, 구가 25%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규정상 선정 이후 2개월 내에 약정을 맺고 예산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은평구는 “은평시민신문과 소송 중이라 법률 검토 중”이라며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은평구가 지난 4월 의결한 코로나19 접종 광고계획안
▲은평구가 지난 4월 의결한 코로나19 접종 광고계획안

은평시민신문은 지난해 7월 은평구 부구청장 차량일지를 토대로 과잉의전과 운전직 공무원 장시간 노동 실태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운전직 공무원은 서울 강남에 사는 부구청장 출근을 위해 새벽 5시30분에 출근해 밤 9~10시에 퇴근했다. 은평시민신문은 지난해 12월엔 은평구가 서울시 관내에서 관용차량으로 운전한 데 대해 운전직 공무원에 출장비를 지급하는 관행을 지적하기도 했다. 해당 관행이 법제처의 지방공무원법 유권해석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은평구는 은평시민신문을 상대로 소송전에 나섰다. 은평구 측은 ‘운전원 장시간 노동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에 제소했고, 양측이 반론보도문을 내기로 조정했다. 그러나 은평구 측은 은평시민신문이 지면보도 말미에 ‘언론중재위에 따른 보도’란 대목을 빠뜨린 것이 조정합의 파기라며 법원 신청을 거쳐 은평시민신문 측 통장을 가압류했다. 신문 측이 직후 발행한 지면에 재차 반론보도했지만 압류는 취소되지 않았다. 은평구는 ‘출장비 보도’에 대해선 언론중재위원회의 반론 보도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고 지난달 서울서부지법에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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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측 대응은 구청 문제 관행을 지적하는 언론사에 대한 전방위 보복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은평시민신문은 공정보도를 위해 ‘계도지(주민홍보지 또는 주민구독용 신문)’ 예산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줄곧 계도지 관행을 비판해온 언론사이기도 하다. 은평구는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은 계도지 예산(6억)을 집행하고 있다. 황민호 언론노조 풀뿌리지부장(옥천신문 제작실장)은 “언론이 사실 확인된 보도를 하며 반론까지 담았는데도 가압류와 소송, 각종 지원 중단에 나선 것은 풀뿌리 언론에 대한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바른지역언론연대와 언론노조 풀뿌리지부 등은 18일부터 서울 은평구청 앞에서 은평시민신문에 대한 보복행정을 규탄하는 1인시위에 들어갔다. 사진=언론노조 풀뿌리지부
▲바른지역언론연대와 언론노조 풀뿌리지부 등은 18일부터 서울 은평구청 앞에서 은평시민신문에 대한 보복행정을 규탄하는 1인시위에 들어갔다. 사진=언론노조 풀뿌리지부

박은미 편집국장은 “기본에 해당하는 비판이나 지역 행정에 대한 질문조차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반민주주의”라며 “우리가 하려던 것은 대단한 게 아니다. 언론은 원래 이런 취재와 보도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인데, 기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무례하게 대응해오던 것이 누적돼 이제는 지역신문을 문 닫게 만들려는 행태에 이르렀다”고 우려했다.

은평구 관계자는 보복성 대응이란 지적에 “언론 탄압이 아니라 합의를 어긴 것에 대한 대응이다. ‘언론중재위 조정에 따른 것’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구청의 취지는 기사를 내지 말라는 게 아니라 구청 입장도 듣고 내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은평시민신문은 당초 두 기사에서 은평구 측의 반론을 담았다.

풀뿌리 지역언론사들의 연대체인 바른지역언론연대와 은평시민신문, 전국언론노동조합 풀뿌리지부 등은 지난 18일부터 서울 은평구청 앞 1인 시위에 들어갔다. 황민호 지부장은 “은평시민신문 사태를 풀뿌리언론 자유를 위해 대항하는 중요 거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은평녹색당 운영위원회는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은평구청이 은평시민신문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법원에 민사소송 제기, 행정안전부 마을기업 지원금 집행 보류 등 그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지역신문이 제 역할을 하도록 압박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정의당 서울시당과 바른지역언론연대도 앞서 은평구의 제소를 비판하는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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