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세금으로 신문을 구독해 통반장에게 나눠주는 계도지 비판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계도지는 ‘관언유착’의 대표 사례로 비판받지만 서울 등 일부 지자체에서 유지되고 있다. 

TBS는 지난 9일 “서울 25개 구청, 1년 신문 대금만 100억 넘어…왜?”란 리포트에서 “서울지역 25개 자치구가 적게는 2억여원부터 많게는 6억원의 예산으로 신문을 사주고 (통반장에게) 배포하는데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TBS는 “박정희 군부독재 시절 정권의 치적홍보용으로 마을 통반장에게 배부하던 신문을 일컫는 말, 이른바 계도지가 있었다”며 “서울시 자치구에는 이와 유사한 성격의 주민홍보용 신문 배부사업에 한해 100억원 넘는 돈이 투입되고 있다”고 했다. TBS는 일부 지자체 통장을 취재했는데 그들은 실제 “(계도지) 신문을 보지 않는다”거나 “다 싫어하고 (신문을) 집어다가 파니까 어르신들은 좋아한다”고 답했다. 

▲ 9일자 TBS 뉴스 화면 갈무리
▲ 9일자 TBS 뉴스 화면 갈무리

 

기자는 리포트에서 한 지역 통장에게 받은 신문을 보여주며 “상태를 보면 한 번도 열어보지 않은 것처럼 모두 새 것과 마찬가지”라며 “구청들이 신문사에 돈을 대신 내 주고 통반장들에게 보낸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영숙 도봉구의원은 TBS와 인터뷰에서 “군사정권 시대 때 관치를 위해서 통장이나 지역 분들에게 나눠주던 게 남아있는 거에요. 관행적으로 예산이 편성돼서 지속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TBS는 “90년대 들어 해당 사업의 문제점을 일부 인식한 경상남도 등 다른 지자체들은 사업을 축소 또는 폐지했지만 서울 지역은 전체예산이 2000년대 초반 55억원에서 지난해 109억원까지 오히려 두배나 늘었다”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018년 10월부터 수차례 서울지역 계도지 예산 현황과 이에 대한 구청의 입장 등을 보도했다. 일부 구청에선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도 계도지 폐지를 언급한 지자체는 없었다. 

[관련기사 : 2019년 서울 25개구 계도지 예산 109억원 넘어]
[관련기사 : 서울시 예산 100억 원 잡아먹는 ‘계도지’를 아십니까]

▲ 은평시민신문의 계도지 기획기사 제목 리스트
▲ 은평시민신문의 계도지 기획기사 제목 리스트

 

계도지 폐지를 주장해 온 서울 은평지역신문인 은평시민신문은 지난달부터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계도지 예산을 개혁한 지역을 찾는 기획기사를 쓰고 있다. 은평구청은 계도지로 올해 6억원 넘는 예산을 편성해 서울 지역 중 가장 많은 계도지 예산을 편성한 곳이다.  

은평시민신문은 지난달 15일 2001년 전국 최초로 계도지 예산을 없앤 경남을 방문해 계도지 폐지에 앞장섰던 강창덕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와 계도지 취재를 진행한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기자, 경남도청 관계자 등을 인터뷰했다. 이후 전라북도, 충청지역, 강원도, 서울 등을 취재해 10편 정도로 기사를 준비하고 있다. 

박은미 은평시민신문 편집장은 14일 미디어오늘에 “계도지 없앤 곳을 찾아 다시 서울 계도지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취재 이유를 설명했다. 박 편집장은 “제대로 된 지역언론을 하려는 곳은 모두 계도지 문제가 지역언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걸 명확히 알고 실천에 옮겼다. 그것도 20년 전에”라며 “서울에서도 잘못된 계도지 예산을 하루 빨리 없애고 풀뿌리 지역신문·시민미디어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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