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가 특정 언론사에만 차별적으로 정보를 비공개해 언론탄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은평구 측은 공식회의에서 자신들에 대해 해당 언론사의 비판기사건수나 정보공개청구 건수를 언급할 뿐 아니라 ‘원래 공개해야 할 정보’임에도 해당 언론사에는 비공개하겠다고 하는 등의 행태를 보였다. 비판언론에 대한 괘씸죄라고 볼 수 있다. 

은평지역신문인 은평시민신문은 은평구에 지난 2018년부터 지난 10월까지 약 3년간 부구청장 전용차량 운행일지를 정보공개청구했다. 은평구는 비공개처리 했고, 은평시민신문은 이의신청을 했다. 행정청은 이때 정보공개심의회를 열어 이의신청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지난 3일 은평구 정보공개심의회 회의록을 보면 은평구 관계자는 비공개결정 사유를 “허위 내용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 및 정보공개 청구 남용”이라며 해당 언론사가 보도한 부구청장 전용 운전원이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는 비판기사를 언급했다. 해당 관계자는 “허위 보도를 바로잡고자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심리를 신청했고 심리 진행 중이므로 비공개처리 했다”며 “지난 2일 보도 언론중재위에 보도정정을 이행하도록 조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은평구 관계자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미디어오늘 확인결과 해당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는 정정보도가 아닌 은평구 측의 반론을 추가하는 선에서 조정을 마무리했다. 정정은 사실관계의 오류가 있을 때 이를 바로잡는 것이고 반론은 상대의 입장을 추가하는 것이다. 

▲ 은평구.
▲ 은평구.

 

은평시민신문은 지난 7월 은평구 부구청장의 운행일지를 입수해 운전원의 출퇴근 시간을 확인한 뒤 장시간 노동임을 지적했고, 은평구 측은 법원 판례 등에서 대기시간을 노동시간으로 판단한 것을 무시한 채 실제 운전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며 허위기사임을 주장했다. 해당 기사에는 은평구 측의 ‘규정상 문제가 없었다’는 내용의 반론도 실었다. 

해당 기사에 나온 차량운행일지는 7월 한달분의 자료이기 때문에 최근 3년치 자료를 검토하기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이다. 

또한 은평구 관계자는 회의에서 “은평시민신문의 과도한 정보공개 청구와 비판보도에 대해 설명드리겠다”며 정보공개청구 건수와 비판보도 건수를 설명했다. 이어 “은평시민신문이 정보공개 청구 목적대로 사용하는지 의심스럽다”고도 했다. 지자체를 감시해야 할 지역신문이 제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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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회의에는 은평구 공무원들과 시민들이 함께 위원으로 참여했다. 

정보의 공개필요성이 아닌 ‘누가 신청하느냐’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노골적인 발언도 나왔다. 한 위원은 “공적인 업무로 부구청장님 차량 운행하는 것은 공개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지만 은평시민신문에서 정보공개 청구하는 것은 비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위원은 “구청장이나 부구청장의 운행 일지는 기본적으로 공개사항이라 언론중재위와 관련돼 있더라도 업무추진비와 비슷한 사안이기 때문에 정보공개법에 따라 비공개한 것은 적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청구인이 청구를 많이해 어려움이 있을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비공개 건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원도 “공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보공개 청구건수가 문제가 된다면 차라리 원문공개를 먼저 하는 것이 원론적인 해결방안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언론보도를 위한 정보공개 청구가 목적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고 목적을 밝히라는 것이 오히려 정보공개 청구에 위배되지 않나”, “재판까지 가면 결국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이 날 가능성이 많다” 등의 의견도 나왔다.

▲ 사진=pixabay
▲ 사진=pixabay

 

그럼에도 은평구는 해당 언론사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은평구는 “이의신청 건은 정보공개 청구 취지인 감시 등의 목적이 아닌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등의 사유로 비공개 결정한다”고 통보했다. 

은평시민신문 측은 미디어오늘에 “비판기사 건수까지 세는 등의 행위는 지나친 언론탄압”이라며 “이의신청도 비공개해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고 했다. 

은평구는 지난해 부적정한 정보공개 비공개 결정을 최소화하고 이의신청 과정에서 일어난 권한남용을 막기 위해 정보공개 이의신청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그동안 대부분 생략했던 정보공개심의회를 의무적으로 개최하고 비공개 의사결정시 검증을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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