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구청장 김미경)가 운전직 공무원 출장비(여비)지급 관행을 지적한 지역언론에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부구청장의 차량을 운전하는 운전원 노동시간 관련 보도 이후 이어진 지역언론의 문제제기가 결국 법정으로 간 것이다. 전국 45개 지역언론사들은 은평구를 상대로 “언론탄압과 부당압박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며 “비판 목소리를 경청하라”고 주장했다. 

은평시민신문은 지난해 12월 “운전원에 출장여비 지급 가능할까?”란 기사에서 은평구가 운전이 통상업무인 운전원에게 출장비를 지급하는 관행을 문제 삼았다. 출장비는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다 발생하는 비용을 변상하는 차원인데 운전원이 관내에서 운전한 것까지 ‘출장비’를 지급하는 게 적절하냐는 문제 제기다. 

은평시민신문은 “자동차를 이용해 출장할 때 실비가 소요되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해당 업무의 보수 또는 수당으로 변형되는 것으로 출장비를 지급해선 안 된다”는 법제처 유권해석을 인용했다. 해당 보도에는 은평구 입장도 포함했다. 

은평구 측은 ‘법제처 해석은 2005년 해석이며 이후 관련 규정이 바뀌었다’며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등의 규정을 근거로 출장비를 지급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공무원보수 등의 업무지침을 보면 인사혁신처 예규에는 “근무지내 국내출장의 경우 별도의 여비 구분 없이, 출장 여행시간이 4시간 미만인 경우 1만원, 4시간 이상인 경우 2만원을 지급한다”고 규정했다. 

▲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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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시민신문 후속보도를 보면 법제처는 “법령과 규정이 완전히 개정되어 관련 내용이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유권해석은 현재도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즉 해당 보도는 은평구 사례를 통해 운전원의 통상업무에도 출장비를 지급하는 현행규정이 사실상 보수 내지 수당으로 변질된 관행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차원의 문제 제기라고 할 수 있다. 

보도 이후 국민권익위원회는 “종합적으로 판단하건대 ‘공직자 행동강령 위반 신고사무 운영지침’에 따라 조사기관의 조사(검토)가 필요하다고 보여 ‘서울시 감사위원회’로 송부”했고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은평구는 해당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했지만 지난 2월 언론중재위는 ‘조정불성립’을 결정했다. 구청과 신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은평구는 지난달 24일 서울서부지법에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은평구는 소장에서 “해당 기사로 운전원에게 출장여비를 지급하는 것이 위법한 것처럼 여겨지고 원고(은평구)는 행정업무 진행에 대한 구민의 신뢰를 잃게 됐으며 은평구 소속 운전원들의 명예가 훼손됐을 뿐 아니라 은평구민 및 독자들에게 잘못된 정보 기사(허위정보)를 제공해 주민의 정보공개청구와 문의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어 행정력이 낭비되는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풀뿌리 지역신문의 모임인 바른지역언론연대(회장 이영아, 바지연)는 12일 “은평구청은 은평시민신문을 상대로 한 무분별한 소송을 중단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경청하라”는 성명에서 “은평구는 언론중재위에서조차 ‘행정의 생각과 다르다고 정정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따끔한 일침을 받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행정의 예산낭비는 없는지 살피는 상식적 문제제기마저 막아서며 무분별하게 압력을 행사하는 일은 옳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바지연 해당 성명에는 거제신문 등 전국 45개 지역신문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전국의 지역언론이 은평구청이 지속적 언론탄압을 함께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10월 운전원 보도부터 이어진 공방

은평구는 지난해 10월 은평시민신문이 부구청장의 차량운행일지(지난해 7월분)를 입수해 운전원 노동시간이 길다고 비판했는데 은평구 등은 해당 보도에 대해 1500만원의 손배청구와 정정보도를 언론중재위에 청구했다. 해당 사안은 양측 조정결과 반론보도(은평구의 반론을 기사에 추가하는 것)로 결론내렸는데 반론보도 소식을 전하는 은평시민신문 보도의 한 표현을 문제 삼아 또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은평시민신문은 차량운행일지를 더 확인하기 위해 최근 3년치를 정보공개청구했다. 이에 은평구는 차량운행일지가 기본 공개사항임에도 비공개처리했다. 관련 회의록을 보면 은평구는 은평시민신문의 공개청구 목적을 의심하며 이 신문사에는 비공개하겠다고 했다. 은평시민신문 측은 비공개결정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은평시민신문은 최근 김미경 은평구청장을 비롯해 은평구 공무원들의 개인 휴대전화 요금을 세금으로 지원한 사실을 보도했다. 기사를 보면 지난 2018년 5월 김 구청장 임기시작부터 구청장에게 매달 약 20만원의 휴대전화 요금을 세금으로 지원했고, 비서실장·정책기획관 등에게도 매월 8만원 이상의 휴대전화 요금을 지원했다. 은평시민신문은 개인 휴대전화 요금지급 관련 기준이 없고 지급금액도 통상 통신료보다 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 사진=istock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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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요금 지원 문제는 한 시민단체의 신고로 국민권익위원회 부패심사과가 조사에 나섰다. 

바지연은 “견제받지 않는 행정은 결국 고인물과 같이 혼탁해질 수밖에 없다”며 “은평구청은 이제라도 지역언론의 역할을 인정하고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가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에 은평구 측은 신문사와 소통으로 사실관계를 바로 잡으려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소송을 제기했다는 입장이다.

은평구 관계자는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법제처 해석은 2005년인데 지침이 바뀌었고 (구청) 담당부서에서 은평시민신문에 바뀐 지침을 보내줘서 신문사에서도 내용을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정정보도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잘못된 보도가 나가 주민들이 오해할 수 있어 바로 잡기 위해 청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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