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측이 직원들과 소송에서 또 패소했다. 이번엔 지난 2012년 MBC 노동조합 파업 중 사측이 사내 보안 프로그램을 이용해 노조 간부 등의 사적 정보를 불법 열람했던 사건이다. 

지난 2월 1심 법원도 MBC 사측 불법행위를 일부 인정하긴 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않았던 안광한 MBC 사장과 김재철 전 사장 등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책임을 폭넓게 물었고 배상액도 크게 늘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김익현 부장판사)는 10일 MBC 노조 측이 사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재판 항소심에서 “MBC는 안광한 MBC 사장과 김재철 전 사장, 조규승 신사업개발센터장, 이진숙 대전MBC 사장, 임진택 MBC 감사, 차재실 전 정보콘텐츠실장과 함께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노조 MBC본부(MBC 노조)에 1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MBC 등 피고들은 강지웅 전 MBC 노조 사무처장과 이용마 전 홍보국장에겐 각 150만 원을, 나머지 조합원 등 원고 4명에겐 50만 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 지난 2012년 이용마 전 언론노조 MBC본부 홍보국장이 사측의 보안 프로그램 ‘트로이컷’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민중의소리 양지웅 기자
 

이번 사건은 일명 ‘트로이컷 사태’가 발단이 됐는데, 트로이컷은 MBC 사측이 지난 2012년 노조 파업 중 사내 전체에 배포한 보안 프로그램이다. 당시 사측은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노조 간부의 이메일 등 사적 정보를 불법 열람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사용을 중단했다. 

이에 강지웅 전 처장 등 노조 조합원과 피해자들은 파업이 끝난 이듬해 “사측이 직원 동의 없이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 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남부지법(1심)은 지난 2월 MBC와 차아무개 전 정보콘텐츠실장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를 인정해 강지웅 전 처장과 이용마 전 국장이 입은 피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측의 위법 행위와 관련해 “차 전 실장이 열람한 파일은 MBC 노조의 홍보사항 또는 보도자료이거나 사적인 이메일, 미디어렙 관련 논의자료 등이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며 “당시 노조 파업 등 노사 대립 관계를 고려했을 때 차 전 실장의 열람행위로 강 전 처장 등에게 위자료로 배상할 만한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관련기사 : 직원들 메일 뒤져 벌금 받은 MBC 판결문 살펴보니…

1심 재판부는 김재철 전 사장 등 경영 책임자들에겐 배상 책임을 묻지 않고, MBC와 차 전 실장에게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사측에 불법 행위의 책임을 더욱 엄중히 물으며 김 전 사장 등 5인에게도 차 전 실장과 연대해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이날 판결 결과에 대해 조능희 MBC 노조 위원장은 “트로이컷 사태는 도덕적 문제뿐만 아니라 형법을 위반한 범죄행위를 한 것임도 이런 불법행위와 연관된 책임자들이 아직도 어떤 제재도 없이 주요 직책에 있는 것이 문제”라며 “어제 권성민 PD가 또 해고무효 판결을 받았는데, 계속 부당징계·전보·해고 무효와 사원 사찰 위법 판결이 나도 회사는 전혀 개선하거나 반성할 기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9일 서울서부지법은 개인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웹툰을 올려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권성민 MBC 예능PD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1심 판결에 대한 MBC의 항소를 기각했다. (관련기사 : ‘웹툰 해고’ MBC 권성민 PD, 2심서도 해고 무효)

그럼에도 사측은 판결에 불복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권성민은 소속된 조직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와 꾸준하고 연속적인 모욕적 발언과 원색적 비난으로 MBC의 가치와 원칙을 부정하고 위해를 가했다”며 “최근까지도 계속해서 정치적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권성민과 근로계약을 유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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