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취재에 선정된 미디어오늘은 2주 동안 ‘미디어의 미래, 디지털 퍼스트’라는 주제로 미국을 방문해 가장 빠르게 산업 붕괴를 겪고 있는 미디어 업계의 현장을 취재했다. 뉴욕에서는 기존 언론을 누르고 ‘디지털 혁신’을 이끌고 있는 버즈피드와 허핑턴포스트를 만났다. 또한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저널리스트’들을 만나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언론인의 미래상을 물어봤다.

보스턴에서는 하버드 대학교의 ‘니먼 저널리즘 랩’을 방문해 미국 언론의 ‘디지털 교육’과 네이티브 광고에 대한 전망을 들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직접 뉴스를 생산하지 않지만 ‘뉴스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하는 플립보드와 써카(Circa)를 찾아 새로운 형태의 뉴스 유통 구조를 살펴봤다. <편집자>

① “‘디지털 천장’을 깨야 디지털 혁신이 가능하다”-조슈아 벤톤 니먼 저널리즘 랩 소장
② “SNS 공유 안되면 실패한 콘텐츠” - 잭 셰퍼드 버즈피드 디렉터
③-1 기술을 아는 기자, 언론을 이해하는 기술자의 등장
③-2 “무엇을 다루든지 목표는 저널리즘” - 아만다 콕스 뉴욕타임스 그래픽팀 에디터
③-3 “개발은 스토리를 잘 전달하기 위한 도구” - 앨버트 선 뉴욕타임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④ 모바일을 장악한 언론이 뉴스 역사를 새로 쓴다 - 데이비드 콘 ‘써카’ CCO 
⑤-1 “디지털 시대,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왔다” - 플립보드

 

 

   
▲ 플립보드의 조쉬 퀴트너(Josh Quittner) 에디토리얼 디렉터. 사진=조수경 기자.
 

플립보드의 에디토리얼 디렉터인 조쉬 퀴트너(Josh Quittner)는 1982년 기자가 된 이후 30년 이상 언론계에 종사했다. 10여 년 간 지역신문의 사회부 기자를 거친 그는 1992년부터 테크놀로지 기사를 쓰기 시작했고, 잡지 와이어드(Wired) 등에 기고하면서 전문 분야를 IT쪽으로 전환했다. 1995년 시사 잡지 ‘타임’으로 이직한 조쉬는 최초 온라인 매체 중 하나인 네틀리 뉴스(Netly News)를 창간했으며, ‘타임’과 ‘포춘’에 테크놀로지 기사를 썼다.

2010년 ‘타임’의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 제작을 총괄한 그는 2011년 ‘소셜 매거진’ 플립보드로 이직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달 2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 앨토에 위치한 플립보드 본사를 찾아 그에게 기술의 발전과 미디어의 미래에 대해 물어봤다.

- 모바일에서 뉴스를 애그리게이션(수집·요약), 큐레이션 해주는 경쟁업체가 많아졌다. 가장 주목하는 경쟁업체는 어디인가.
“나는 잡지, 신문 출신이다. 과거 잡지, 신문은 경쟁사를 많이 의식했다. 우리에게 없는 걸 가지고 있다는 우려와 독자를 빼앗아 갈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그런 식의 걱정은 안한다. 우리는 매일 같이 일어나서 우리 제품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 만을 고민한다. 기술 시대에는 다른 회사를 생각할 시간이 없다. 우리는 우리 게임만을 하면 된다. 그것만 하는 것도 굉장히 힘들다.

특히 실리콘 밸리에서는 경쟁사라고 불릴만한 회사들이 서로 협업을 하는 일이 많다. 광고주들이 상호 지원을 하면서 상호 통합하는 형태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서 애플 제품에서 구글이나 삼성 광고를 볼 수도 있다. 실리콘 밸리에선 다른 업계에선 일반적이지 않은 ‘오버랩핑’이 진행되고 있다. 상호 간의 경쟁은 20세기의 산물이다.”

 

 

 

 

   
▲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플립보드 사무실 내부. 사진=김병철 기자.
 

- 야후 다이제스트 뉴스, 페이스북 페이퍼 등 뉴스 플랫폼이 늘어나고 있다. 독자들은 이 중 하나만 사용하게 되는 것 아닌가.
“우리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캔디 크러시(게임)’도 플립보드 경쟁대상이며, 트위터·문자메시지 발송, 월드컵 방송을 보는 것도 경쟁대상이다. 모두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플립보드가 뉴스 미디어로서 경쟁한다고 볼 수는 없다. 뉴스는 우리가 하는 업무의 일부분이다. 사람들이 플립보드를 하는 건 뉴스를 얻기위해서만은 아니다. 플립보드에선 뉴스외에도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바라는 건 사람들이 버스, 전철을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 (다른 게 아니라)플립보드를 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 야후와 페이스북이 이런 뉴스 서비스를 출시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페이스북과 야후는 처음부터 많은 사이트를 가지고 있는 미디어 회사였다. 그런 그들이 미디어 사업에 집중하는 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인터넷이 완전히 뒤집어 놓은 산업 중 하나가 미디어 업계다. 아마도 그 다음이 여행 업계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업계가 뒤집어질 때 새로운 사업 기회도 나타난다. 모든 회사들이 그 기회를 얻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 젊은이들은 신문이나 TV방송을 보지 않고, 주로 SNS에서 뉴스를 접한다.
“당신은 몇 살인가.(31살이다.) 15살에 뉴스를 봤나.(안 봤다.) 나도 안봤다. 요즘 젊은이들이 예전 젊은이들보다 신문을 덜 읽는다고 말하는 건 사실이 아니다. 원래 사람들은 젊을 때 뉴스에 관심이 없다. 애들은 재밌는 것에 관심이 있다. 그러다 애와 집이 생기고, 책임이 늘어나고, 경력이 쌓이면 뉴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내 아이가 군인이 될 나이가 되면 전쟁뉴스도 들여다보게 되는 거다.”

 

 

 

 

   
▲ 플립보드의 조쉬 퀴트너(Josh Quittner) 에디토리얼 디렉터. 사진=조수경 기자.
 

- 미래엔 독자를 찾아가는 뉴스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보나.
“이젠 기기가 많아져서 어디를 가든 뉴스를 접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 모니터에서도 뉴스가 나온다. 뉴스가 곳곳에 떠다니고, 우리는 뉴스에 파묻혀서 산다. (이런 환경에서는) 뉴스를 쉽게 접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어떻게 패키징 하느냐가 관건이다.

20세기에는 언론사가 적었고, 독자들은 선택권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뉴스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트위터, 텀블러 같은 플랫폼이 있다. 따라서 뉴스를 어떻게 구조화해서 소비자들이 얼마나 쉽게 찾게 만드느냐가 우리의 주요 관심사다. 트위터처럼 그냥 전달만 할 것인지, 아니면 클러스터나 패키징을 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 더 자세히 이야기 해 달라.
“옛날에는 윤전기가 뉴스 유통의 기본이었다. 하지만 엄청난 비용 때문에 윤전기를 운영할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페이스북, 트위터, 텀블러, 플립보드, 링크드인을 통해서 뉴스가 유통되고 있다. 이런 회사들이 오늘날의 윤전기라고 보면 된다. 언론사들은 이런 회사를 이용해서 수백만 명의 독자들에게 콘텐츠를 즉시 전달할 수 있다.

콘텐츠 생산자들이 더 이상 유통 프로세스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게 곤란한 점이긴 하다. 하지만 유통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잘 활용하면 순식간에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뉴스를 전달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이제 윤전기나 배달 프로세스에 대한 비용이 전혀 들지 않기 때문에 훨씬 더 좋은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아마 뉴욕에서 이런 것을 이해하기 시작한 몇몇 회사들을 봤을 것이다. 결론은 하나의 솔루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되고, 전체를 다 봐야 한다. 즉 콘텐츠를 가능한 여러 플랫폼에 올려야 한다. 플립보드를 포함한 여러 곳에 올려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플립보드 사무실 내부. 사진=김병철 기자.
 

- 언론사는 이제 콘텐츠 생산자 역할만 해야 하는가. 유통 플랫폼 역할은 어려운 건가.
“미디어 회사가 콘텐츠를 유통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본다. 버즈피드는 처음엔 그냥 ‘바이럴 콘텐츠’를 공유하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버즈피드 스토리를 페이스북에서만 보는 것이 충분하지 않아서 버즈피드를 직접 방문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여러 실험을 하면서 찾아야 한다.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라면 모든 실험을 해야 한다.”

- 오프라인 매체의 위기라고 봐도 되나.
“뉴욕타임스, 뉴욕커 같이 오프라인에서 시작한 언론이 디지털에서 더 많은 돈을 벌게 되는 시기가 재밌는 ‘터닝 포인트’일 것이다. 그때가 되면 종이신문은 부가적인 게 될 것이다. 예전에는 수익모델이 구독을 통한 광고수익밖에 없었다. 구독자를 늘리는 게 유일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젠 ‘서드 파티(Third Party) 플랫폼’이 엄청나게 많다. 모든 언론이 10개가 넘는 수익원이 있는 셈이다. 환경은 이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 뉴욕타임스가 허핑턴포스트 등을 ‘디지털 소매치기’라고 표현했다.
“어려운 문제다. 뉴욕타임스 같은 언론의 기자들은 가자지구와 같이 매우 위험한 곳에서 취재하고 있다.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는 곳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런 취재에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다른 매체가 이들이 고비용, 고위험을 감수하고 쓴 아름다운 기사의 중요한 부분만 쏙 빼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허핑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가 지금 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는 있다. 뉴욕타임스는 별로 안 좋아하겠지만, 그게 꼭 나쁜 현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뉴욕타임스가 망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뉴욕타임스가 하고 있는 건 에센셜(Essential·필수·핵심) 서비스다. 사람들은 에센셜 서비스를 얻기 위해서는 기꺼이 돈을 내다. 사람들이 찾아와서 기꺼이 돈을 내게 하는 것. 미디어 업계에서 최고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사람들이 허핑턴포스트에 돈을 내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나 우리 회사가 에센셜이라고 공언할 수는 있지만, 그건 독자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뉴욕타임스 보도를 신뢰한다. 뉴욕타임스도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들은 즉시 정정하는 관행을 보여줬다. 예를 들어 누군가 나에게 '무엇이 진실이냐'라고 물어보면, 나는 뉴욕타임스를 볼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내가 이 세계를 이해하고 판단하기 위한 근거(Baseline)가 된다. 그게 내가 한 달에 15달러(약 1만5천원)씩 지불하는 이유다. 하지만 나는 다른 곳에는 돈을 낼 생각이 없다. 이런 게 바로 뛰어난 사업이다.

허핑턴포스트도 잘 하고 있다. 에센셜은 아니지만 렐러번트(Relevant·필요한·적절한)한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 플립보드의 조쉬 퀴트너(Josh Quittner) 에디토리얼 디렉터. 사진=조수경 기자.
 

- 기성 언론사에게 조언하고 싶은 게 있나.
“‘에센셀이 되도록 노력을 하고, 아니면 최소한 렐러번트한 언론사가 돼라. (뉴욕타임스와 같이)에센셜이라면 사람들은 기꺼이 돈을 낼 것이다. (허핑턴포스트처럼) 렐러번트라면 사람들이 찾아오니 광고 사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당신이 에센셀도 아니고 렐러번트도 아니라면 미디어 업계에 있어서는 안 된다.”

- 뉴욕타임스 매출의 4분의 3은 종이신문에서 나온다. 이런 수익 구조에서 ‘디지털 퍼스트’가 가능하겠는가.
“올드 미디어 기업이 디지털 기업으로 전환하는 건 아주 뚱뚱한 사람이 한 카누에서 다른 카누로 옮겨가는 것과 같다. 시간이 오래 걸리며, 조심하지 않으면 물에 빠질 수도 있다. 이쪽 카누에서 한 발을 빼고, 괜찮은지 확인한 후 저쪽 카누에 발을 올려야 한다. 아주 천천히 옮겨야 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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