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취재에 선정된 미디어오늘은 2주 동안 ‘미디어의 미래, 디지털 퍼스트’라는 주제로 미국을 방문해 가장 빠르게 산업 붕괴를 겪고 있는 미디어 업계의 현장을 취재했다. 뉴욕에서는 기존 언론을 누르고 ‘디지털 혁신’을 이끌고 있는 버즈피드와 허핑턴포스트를 만났다. 또한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저널리스트’들을 만나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언론인의 미래상을 물어봤다.

보스턴에서는 하버드 대학교의 ‘니먼 저널리즘 랩’을 방문해 미국 언론의 ‘디지털 교육’과 네이티브 광고에 대한 전망을 들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직접 뉴스를 생산하지 않지만 ‘뉴스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하는 플립보드와 써카(Circa)를 찾아 새로운 형태의 뉴스 유통 구조를 살펴봤다. <편집자>

뉴욕타임스 그래픽팀 에디터인 아만다 콕스(Amanda Cox)는 ‘데이터 시각화’ 분야에서 독보적인 인물 중 한 명이다. 미국 워싱턴 대학교에서 통계학 석사를 마친 그는 데이터 분석은 물론 디자인, 코딩까지 할 수 있는 ‘디지털 저널리스트’다. 그는 2012년 미국통계협회가 수여하는 ‘통계보도상’을 받는 등 업계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①“‘디지털 천장’을 깨야 디지털 혁신이 가능하다”-조슈아 벤톤 니먼 저널리즘 랩 소장
②“SNS 공유 안되면 실패한 콘텐츠” - 잭 셰퍼드 버즈피드 디렉터
③-1 기술을 아는 기자, 언론을 이해하는 기술자의 등장
③-3 “개발은 스토리를 잘 전달하기 위한 도구” - 앨버트 선 뉴욕타임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 아만다 콕스 뉴욕타임스 그래픽팀 에디터. 사진=김병철 기자.
 

- 통계학을 전공했는데 어떻게 언론사에서 일하게 됐나.
“대학 졸업 후 첫 직업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서 2년 간 ‘리서치 어시스턴트’로 일한 것이다. 이후 통계학 석사과정 중 많은 경험을 하려고 다양한 곳에 지원했고, 뉴욕타임스 그래픽팀에서 ‘여름 인턴’을 하게 됐다. 그리고 대학원을 마친 후 2005년 뉴욕타임스에 정식 입사했다.”

- 그래픽팀 인적 구성이 궁금하다.
“약 30명으로 구성된 큰 팀이다. 언론학을 포함해 출신배경은 정말 다양하다. 포토그래퍼는 3~4명이고, 웹 개발자들도 있다. 전문적으로 다이어그램(2D, 3D)을 만드는 인원도 2~3명 있다. 또한 국제, 과학, 문화, 비즈니스 등 주요 부서와 함께 일하는 코니데이터들도 있다.

기자 출신도 있다. 포드 페센덴(Ford Fessenden)은 아주 오랫동안 기자로 일했지만, 지금은 ‘메트로’ 담당 그래픽 에디터다.(1986년 기자가 된 포드 페센덴은 뉴욕타임스에서도 7년 동안 탐사보도 기자로 활약했고, 2006년부터 그래픽팀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 그래픽팀이 보도의 기획단계부터 참가하나.
“그래픽팀 업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며, 비중은 비슷하다. 첫째, 기자들의 요청에 따라 ‘데이터’ 관련 마무리 작업을 도와준다. 둘째, 기자와 같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함께 데이터를 찾는 등 동등하게 일한다. 셋째, 그래픽팀 자체 아이디어를 가지고 독립적으로 작업한다. 이 경우엔 우리가 처음부터 기획에 참여한다.”

 

 

 

 

   
▲ 아만다 콕스가 제작한 그래픽.(클릭하면 해당 페이지가 열립니다.) 이미지=뉴욕타임스 사이트 갈무리.
 

- ‘인터랙티브 뉴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
“어떻게 더 인터랙티브하게 만들지 고민해야 하며, 중요한 건 여러 기능(사진, 영상 등)이 방해하지 않으면서 독자를 어떻게 몰입하게 하느냐다. 어떤 종류의 차트를 넣을 것인지, 어떤 크기로 할 것인지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 입사 이후 그래픽팀에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업무가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지고, 전문화됐다. 처음 입사했을 때 그래픽팀원들이 거의 비슷한 일을 했다. 그날 필요한 그래픽만 만들었고, 대개 아침에 시작해서 그날 밤 끝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다른 전문화된 일을 한다.”

- 뉴욕타임스에 디자이너는 모두 몇 명인가.
“뉴스룸 전체 인원은 약 1천명이다. 이 중 아트 부서(Art Department)는 ‘지면 레이아웃 디자이너’까지 포함해서 약 100명이며, 그 안에 그래픽팀(30여명)이 있다. 그래픽팀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디자이너라고 부르지 않는다.

최근 신설된 ‘디지털 디자인팀’에 진짜 디자이너들이 있다. 이들은 ‘롱 폼(Long Form) 스토리’와 같은 특별 프로젝트의 레이아웃을 담당한다. 또한 뉴욕타임스 사이트와 모바일 페이지 등의 디자인도 그들의 몫이다.”

 

 

 

 

   
▲ 뉴욕타임스 '디지털 디자인팀'은 사이트와 모바일 페이지 등의 디자인을 담당한다. 이미지=뉴욕타임스 사이트 갈무리.
 

- 버즈피드, 복스 등과 비교해서 디자이너, 개발자가 비율적으로 많은 편인가.
“복스는 종이신문이 없기 때문에 우리보다 비율적으로는 더 낮을 것 같다. 복스엔 디자인과 개발을 동시에 하는 ‘하이브리드’ 인재들도 많아서 스스로를 디자이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몇 명인지는 모르겠다.”

- 종이신문과 디지털 업무가 어떻게 나눠져 있나.
“그래픽팀은 종이신문과 디지털 콘텐츠가 같기 때문에 둘 다 한다. 그런데 모바일까지 있으니, 거의 일을 세 번 하는 셈이다.”

- 혁신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일부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어떻게 하면 잘 유통(소셜미디어 등)할 것인가라는 내용 위주다. 콘텐츠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내부에서)기존에 생각하지 않았던 점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

 

 

 

 

   
▲ 아만다 콕스가 제작한 그래픽.(클릭하면 해당 페이지가 열립니다.) 이미지=뉴욕타임스 사이트 갈무리.
 

- 혁신보고서 지적대로 특별한 기사를 위한 템플릿(Template)이 구축됐는가.
“그전부터 템플릿이라고 불릴만한 것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나는 이 부분은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보고서가 나오기 전부터 여러 실험을 하고 있었다. 스노폴이 첫 번째 큰 통합 프로젝트였는데, 그 전에는 이미지와 사진을 스토리 안에 그런 식으로 넣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스노우폴 이후에는 필요에 따라 형식을 바꿀 수 있게 됐다. 지난 3월 ‘업 샵(Upshot)’이라는 서브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여기선 기자들이 툴(Tool)을 이용해서 쉽게 그래픽과 차트를 붙일 수 있다.

근데 템플릿을 너무 많이 만드는 것도 문제다. 스토리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여러 고민을 해야 하는데, 템플릿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창의적인 콘텐츠가 안 나온다.”

- 뉴욕타임스 CMS인 스쿱(Scoop)에 개선할 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당연히 개선할 점이 있다. 만약 처음부터 다시 만든다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일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MS 워드’에서 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었을 것 같다.

(뉴욕타임스 차트메이커를 보여주며) 그래픽팀은 여기서 차트를 만든 후 스쿱 안에 집어넣는 방식으로 일한다. 그래픽 DB도 별도로 있다. 이 외에는 슬라이드쇼, 다큐먼트 뷰어 등의 툴이 있다.”

 

 

 

 

   
▲ 뉴욕타임스 '차트메이커(Chartmaker)'.(클릭하면 더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사진=김병철 기자.
 

 

 

 

   
▲ 뉴욕타임스 '차트메이커(Chartmaker)'.(클릭하면 더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사진=김병철 기자.
 

 

 

   
▲ 뉴욕타임스 '차트메이커(Chartmaker)'.(클릭하면 더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사진=김병철 기자.
 

 

 

   
▲ 뉴욕타임스 '차트메이커(Chartmaker)'.(클릭하면 더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사진=김병철 기자.
 

- 어떤 이들은 뉴미디어로 이직하는데 당신은 그럴 생각이 없나.
“그래픽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여전히 뉴욕타임스만한 곳은 없다. 특히 이정도 규모(30명)와 예산의 그래픽팀을 운영하는 언론사는 (미국에서)여기뿐이다.”

- 한국에선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언론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 문제는 뉴욕타임스에서도 이슈다. 하지만 텍스트 기사만으로는 독자를 사로잡을 수 없다. 차트, 이미지는 독자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언론사가 디자이너들을 믿고 시간과 권한을 더 줘야 한다. 너무 압박하지 말고, 무시하지 말고,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

- ‘데이터 저널리즘’은 저널리즘의 한 분야인가, 아니면 무너지는 저널리즘을 다시 세울 수 있는 희망인가.
“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꼭 데이터가 많이 들어간다고 해서 더 좋은 기사가 되는 건 아니다. 스토리가 재미있으면 되지, 데이터가 많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데이터가 있어야 더 설득력 있는 기사가 되지만 데이터는 데이터일 뿐이다.”

 

 

 

   
▲ 아만다 콕스가 미디어오늘 취재진에게 자신이 제작한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김병철 기자.
 

- 데이터 저널리즘이 뉴욕타임스와 같이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언론사만 가능한가.
“전혀 그렇지 않다. WNYC(미국 라디오 방송사)의 존 키프(John Keefe)는 혼자서도 수준 높은 데이터 저널리즘을 한다. 예전에는 전문성이 있어야만 데이터 모을 수 있었지만, 이젠 1인 미디어도 여러 툴을 이용해서 데이터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별도 교육이 없이 혼자서도 데이터를 활용한 지도를 만들 수 있다.”

- 한국 언론들도 최근 스노우폴과 같은 기사를 만들기 시작했다. 조언을 해 달라.
“첫째, 많은 이들이 커다란 ‘톱 이미지’를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그렇게 강력한 효과는 없다. 중요한 건 스토리다. 이 스토리의 특별한 점이 무엇이고, 어떤 기능을 추가해야 강조점을 더 살릴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읽어보면 사진과 핵심 내용이 관련 없는 경우도 있다. 둘째, 기능을 너무 많이 추가하면 오히려 독자의 집중을 흐트러트린다.”

- 스스로를 언론인이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그래픽팀은 스스로 전화취재를 하고 정보를 모으기도 한다. 스스로를 언론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것이 가능하다.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더 잘 전달하려는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다. 무엇을 다루든지 목표는 저널리즘이기 때문에 개발자들도 마찬가지다.”

- 종이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그러겠지만, 아직은 괜찮다. 꽤 오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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