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취재에 선정된 미디어오늘은 2주 동안 ‘미디어의 미래, 디지털 퍼스트’라는 주제로 미국을 방문해 가장 빠르게 산업 붕괴를 겪고 있는 미디어 업계의 현장을 취재했다. 뉴욕에서는 기존 언론을 누르고 ‘디지털 혁신’을 이끌고 있는 버즈피드와 허핑턴포스트를 만났다. 또한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저널리스트’들을 만나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언론인의 미래상을 물어봤다.

보스턴에서는 하버드 대학교의 ‘니먼 저널리즘 랩’을 방문해 미국 언론의 ‘디지털 교육’과 네이티브 광고에 대한 전망을 들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직접 뉴스를 생산하지 않지만 ‘뉴스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하는 플립보드와 써카(Circa)를 찾아 새로운 형태의 뉴스 유통 구조를 살펴봤다. <편집자>

①“‘디지털 천장’을 깨야 디지털 혁신이 가능하다”-조슈아 벤톤 니먼 저널리즘 랩 소장
②“SNS 공유 안되면 실패한 콘텐츠” - 잭 셰퍼드 버즈피드 디렉터
③-1 기술을 아는 기자, 언론을 이해하는 기술자의 등장
③-2 “무엇을 다루든지 목표는 저널리즘” - 아만다 콕스 뉴욕타임스 그래픽팀 에디터

중국계 미국인인 앨버트 선(Albert Sun)은 뉴욕타임스 인터랙티브 뉴스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2011년 12월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뉴욕타임스로 이직한 그는 헬스, 사이언스 섹션에서 텍스트 기사도 쓰는 ‘멀티 플레이어’다. 2013년 12월 기준 직원(전 세계)이 3529명인 뉴욕타임스는 뉴스룸의 업무도 매우 세분화되어 있다. 인포그래픽과 그래픽은 그래픽팀이 제작하며, 인터랙티브 뉴스팀은 ‘스토리 폼(Story Forms)’과 소셜미디어 등을 다룬다.

 

 

   
▲ 앨버트 선 뉴욕타임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사진=조수경 기자.
 

- 어떻게 언론사에서 일하게 됐나.
대학 신문사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웹 에디터도 하면서 영상과 멀티미디어를 다뤘다. 졸업 후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랙티브 그래픽팀’에 취업했다. 아만다 콕스처럼 그래픽도 만들고,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도 많이 했다.

- 대학에 수학과 경제를 전공했는데 어떻게 개발자가 됐나.
중, 고등학생 때부터 취미로 웹 사이트를 만들었고, 대학 신문사에서 좀 더 진지하게 하게 됐다. 대부분 구글에서 검색하면서 혼자 배웠다.

- 모든 회사에서 개발자를 뽑는데 왜 굳이 언론사로 왔나.
당시 나는 스스로를 개발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대학 졸업 후 여러 언론사 기자직에 지원했고, WSJ에서 ‘뉴스 어시스턴트’로 인턴십을 시작했다. 그리고 뉴스룸에서 일하는 개발자 대부분은 뉴스를 다루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언론사에 온다.

- WSJ와 뉴욕타임스는 어떻게 다른가.
뉴욕타임스에 비해 WSJ는 디지털화가 덜 되어 있었고, 경영진도 종이신문에 더 집중했다. 루퍼드 머독은 종이 섹션(뉴욕투데이)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온오프라인 통합이 잘 되어 있지만, WSJ는 웹 사이트와 종이신문이 구조적으로도 분리되어있었다. 우리(인터랙티브 그래픽팀)는 웹용 지도를 만들었고, 지면 그래픽팀은 종이신문용 지도를 별도로 만들었다. 간부들도 모두 종이신문 출신이었다. 뉴욕타임스가 완벽하진 않고, 여전히 종이신문 출신 간부가 더 많지만 디지털 쪽에서도 높은 사람이 있다.

- WSJ는 아직도 그런가.
여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으로 들었다. WSJ에 비해 뉴욕타임스는 팀도 훨씬 크다. 내가 일할 때 WSJ 인터랙티브 그래픽팀 10명이 그래픽과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모두 담당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 인터랙티브 뉴스팀은 거의 40명이다. 인터랙티브 담당(개발자)만 약 20명이며 그래픽팀은 또 별도로 있다. 뉴욕타임스는 온라인용 지도 같은 걸 별도로 다시 만들지도 않는다.

 

 

 

 

   
▲ 앨버트 선이 제작한 온라인 기사. 룸메이트와 임대료를 계산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공식이 들어있다.(클릭하면 해당 페이지가 열립니다.) 이미지=뉴욕타임스 사이트 갈무리.
 

- 자신을 개발자라고 생각하나. 기자라고 생가하나.
우리 팀처럼 스스로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애매한 이들이 있다. ‘디벨로퍼(Developer) 저널리스트’라고도 하고, ‘하이브리드 데이터 저널리스트’라고 부를 수도 있다. 정해진 용어는 없다. 일단 나는 스스로를 언론인(저널리스트)이라고 생각하고, 그 다음에 개발자라고 생각한다. 결국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해서 개발을 하기 때문이다.

- 인터랙티브 뉴스팀 구성원과 업무를 설명해 달라.
공학 전공자들이 많지만 영화, 사진, 철학 전공자들도 있다. 우리 팀은 대선, 올림픽, 오스카 같은 큰 행사를 온라인에서 생중계하거나 인터랙티브하게 보여준다. 브라질 월드컵도 ‘라이브 대쉬보드’를 만들어서 경기 결과를 계속 업데이트 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가, 소셜 미디어팀과 공동 프로젝트를 하기도 한다.

- 조직 구성을 좀 더 상세히 알려 달라.
최근 우리 팀 책임자였던 애론 필호퍼(Aron Pilhofer)가 가디언으로 이직해서 팀 구성이 불분명하다. 소셜미디어팀이 분리됐는지도 모르겠다. 애런이 있을 때는 개발자 20여명, 소셜미디어 운영자 6~7명, 커뮤니티 담당자 4~5명 정도로 구성됐었다. 여기에 자택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12명 정도가 있다. 우리 팀은 뉴스룸의 뉴스 에디터은 물론 뉴스룸 밖의 엔지니어링 부사장에게도 보고한다.

- 디지털 디자인팀, 그래픽팀과 어떻게 다른가.
인터랙티브 뉴스팀, 디지털 디자인팀, 그래픽팀이 모두 별도 팀이다. 그래픽팀은 그래픽(인포그래픽, 인터랙티브 그래픽)을 제작하며, 디지털 디자인팀은 웹 사이트, 뉴스 페이지 등을 담당한다. 세 팀 모두, 개발자나 개발이 가능한 디자이너가 있다.

 

 

 

 

   
▲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뉴욕타임스. 사진=김병철 기자.
 

- 업무 체계가 어떻게 되나. 뉴스룸의 지시를 받나.
대개 뉴스룸의 각 데스크가 직접 연락하는데, 누구와 협업할 것인지는 우리가 정한다. 나는 헬스, 사이언스 데스크와 일을 많이 하고, 어떤 사람은 사진, 패션, 데이터 데스크와 주로 일한다.

- 헬스, 사이언스를 자원한 것인가.
사이언스 데스크가 인터랙티브 뉴스팀에서 2명이 필요하다고 해서 같이 일하게 됐다. 협업 절차에 대해서 정해진 건 없고, 프로젝트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꼭 나와 같은 방식으로 하는 건 아니다.

- 각 데스크와 인터랙티브 뉴스팀의 협업을 조율하는 사람이 있나.
딱히 그런 사람은 없다. 인터랙티브 뉴스팀은 시간이 많아서 스스로 프로젝트를 만들기도 한다. 에디터나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 다음에 조금씩 발전시켜서 보도한다. ‘스팟 더 볼(Spot the Ball)’이 그런 경우다. 우리 팀에 있는 영국출신 동료는 영국에서 하는 ‘축구공 위치 맞추기’ 콘텐츠를 만들어서 에디터와 스포츠, 사진 데스크에게 보여줬고, 재밌다고 판단해서 4~5명 정도가 붙어서 함께 만들었다.

 

 

 

 

   
▲ 뉴욕타임스 인터랙티브 뉴스팀이 브라질 월드컵에 제작한 '스팟 더 볼(Spot the Ball).(클릭하면 해당 페이지가 열립니다.) 이미지=뉴욕타임스 사이트 갈무리.
 

- 기자들과 함께 일하는 데 문제는 없나.
여전히 많은 기자들이 우리 팀이 뭘 하는 곳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온라인으로 뭔가를 한다는 것을 아는 정도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종이신문 발행을 끝(마감)으로 생각한다. 디지털에선 뉴스를 계속 업데이트하는 게 관건인데 그걸 이해시키는 것도 과제다. 아마 CMS(콘텐츠 관리 시스템) 개발자들의 고충은 더 할 것이다.

- 개발자, 디자이너도 온전한 언론인으로 대접 받는가.
일부는 그렇지만 상황마다 다르다. 우리 팀은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려고 하지만 안 그런 경우도 있다. 그리고 뉴스룸(2~4층)에 있지 않는 개발자, 디자이너들이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 미국에선 언론사에 취직하려는 개발자가 많은가.
예전보다는 많아졌다. 인턴과 신규 채용에 어려움은 없지만, 진짜 최고 수준의 개발자가 언론사로 오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이들은 스타트업이나 ‘테크 컴퍼니’로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 뉴욕타임스에 개발자는 몇 명인가. 개발자가 편집회의(페이지 원 미팅)에도 들어가나.
인원은 잘 모르겠고, 편집회의는 안 들어가는 것 같다. 그 회의 들어가는 사람은 12명 정도가 전부다. ‘톱 에디터’들이 참석하며, 이들 ‘레벨’에서는 온오프라인을 나누지 않고 모두 담당한다. 인터랙티브팀 에디터도 첫 페이지에서 뭔가를 하고 싶을 때 발표를 하기 위해 참석한다. 오리엔테이션 중인 신입사원이나 게스트들도 들어가지만 참석 인원이 많지는 않다.

 

 

 

 

   
▲ 앨버트 선이 작성한 텍스트 기사(The Monitored Man).(클릭하면 해당 페이지가 열립니다.) 이미지=뉴욕타임스 사이트 갈무리.
 

- 개발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배우나. 별도 사내 교육이 있나.
공식적인 사내 교육은 없다. 하지만 시간이 많아서 스스로 배울 수 있다. 또한 개발자들에겐 1~2일 정도 일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주는 ‘100% 데이(Day)’가 1년에 4번 정도 제공된다.

- 혁신보고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세부적인 내용도 있고, 전체적인 방향도 제시했다. 하지만 지적한 것 중에 이미 우리가 하고 있던 것들이 있다. 많은 이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다. 개발자들은 기자-비기자군 간 갈등이 지적됐으니 앞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 템플릿(Template)을 만들었나.
템플릿의 정의가 뭔가. 똑같은 템플릿을 다른 내용의 스토리에 쓸 수는 없다. 스노우폴에서 사용한 코드를 다시 사용할 수는 있지만 똑같은 템플릿을 사용할 수는 없다.

- 복스의 ‘카드 스택(Card Stack)’ 같은 걸 물어본 거다.
‘카드 스택’ 같은 해설형 템플릿이 있긴 하지만 똑같지는 않다. 각 프로젝트마다 형식으로 수정하고, 코딩을 넣어야 한다. 그래서 뉴욕타임스에는 ‘디벨로퍼 저널리스트’가 많다. 물론 뉴욕타임스 스타일의 타임라인, 퀴즈, 슬라이드쇼 같은 템플릿도 있다.

 

 

 

 

   
▲ 복스의 '카드 스택(Card Stack)'.(클릭하면 해당 페이지가 열립니다.) 이미지=복스 사이트 갈무리.
 

- 뉴욕타임스와 WSJ의 CMS는 어떻게 다른가.
WSJ는 유럽 회사가 만든 ‘메쏘드(Methode)’를 사용하고 있다. 반면 뉴욕타임스 ‘스쿱(Scoop)’은 완전히 자체 개발한 CMS라 매우 쉽고 빠르게 새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만드는데도 아주 편리하다.

- Vox의 CMS 코로스(Chorus)는 어떻게 평가하나.
직접 본 적은 없지만 Vox에서 일하는 친구들에게 들어봤다. 스쿱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특별한 게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복스는 작은 언론사라 CMS를 굉장히 빨리 개발하고, 수정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인 것 같다. 스쿱은 지면 ‘워크 플로우’도 고려해야 하는 등 어려운 점이 있다.

- 종이신문과 디지털 기사를 만들기 편리하게 되어 있나.
현재 개선 중이다. 예전엔 기자가 종이신문용 CMS인 CCI에서 기사를 쓴 후 스쿱으로 보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스쿱에 먼저 써서 웹과 모바일에 발행한 후, CCI로 보내는 ‘디지털 퍼스트’를 추구하고 있다. 종이신문-디지털의 발행 순서가 바뀌었다.(뉴욕타임스는 2015년까지 스쿱에서 종이신문 기사까지 발행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 버즈피드, 복스에서 배울 점은 무엇인가.
그들이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고, 변화해 나가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복스는 창간 10주 만에 완전히 자리 잡았고, 버즈피드도 2년 만에 전혀 다른 언론사가 됐다. 그게 우리 모두가 주시하고, 부러워하는 부분이다.

- 종이신문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나.
단시간에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더 오래 생존할 것이라고 본다. 여전히 일요일엔 종이신문을 읽는 사람이 많다. TV가 라디오를 죽이지도 않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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