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취재에 선정된 미디어오늘은 지난 2주 동안 ‘미디어의 미래, 디지털 퍼스트’라는 주제로 미국을 방문해 가장 빠르게 산업 붕괴를 겪고 있는 미디어 업계의 현장을 취재했다.

뉴욕에서는 기존 언론을 누르고 ‘디지털 혁신’을 이끌고 있는 버즈피드와 허핑턴포스트를 만났다. 리스트형 기사와 고양이 사진 등으로 폭발적인 트래픽을 얻고 있는 버즈피드는 새로 시작한 ‘영상 광고’로 수입원을 확장하고, 뉴스팀을 신설해 기존 언론사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었다.

또한 미디어오늘은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저널리스트’들을 만나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언론인의 미래상을 물어봤다. 보스턴에서는 하버드 대학교의 ‘니먼 저널리즘 랩’을 방문해 미국 언론의 ‘디지털 교육’과 네이티브 광고에 대한 전망을 들었다.

직접 뉴스를 생산하지 않지만 ‘뉴스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하는 매체들도 미디어 업계의 새로운 ‘플레이어’다. 미디어오늘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플립보드와 써카(Circa)를 찾아 새로운 형태의 뉴스 유통 구조를 살펴봤다. 이런 신문업계의 위기와 대응은 서서히 플랫폼 지위를 잃고 있는 방송사에도 큰 교훈이 될 것이다.<편집자>

미디어오늘은 지난 3일 미국 보스턴을 방문해 하버드 대학교 부속 ‘니먼 저널리즘 랩(아래 니먼 랩)’의 ‘조슈아 벤톤(Joshua Benton)’ 연구소장을 만났다. 예일대에서 미국 역사를 전공한 벤톤 소장은 11년 동안 ‘댈러스 모닝 뉴스’ 등 미국 지역 신문사에서 활동한 신문기자 출신이다.

텍사스 지역 공립학교 부정에 대한 보도로 2008년 탐사보도 부문 ‘필립 메이어 저널리즘상’을 받은 그는 같은 해 하버드 대학교의‘니먼 펠로우’ 과정을 마친 후 재단의 제안을 받아들여 니먼 랩을 만들었다. 코딩을 하는 벤톤 소장은 니먼 랩 웹 사이트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 조슈아 벤톤 '니먼 저널리즘 랩' 소장. 사진=조수경 기자.
 

- 디지털 시대에 미국 대학의 언론인 육성은 어떻게 변하고 있나.
“10년 전만해도 저널리즘 스쿨이 가르치는 건 거의 비슷했지만, 약 5년 전부터 서로 차별화하려는 노력이 나타났다. 그러나 비판적으로 보면 많은 교수들이 인터넷 이전 시대의 방송, 신문, 잡지 출신이다.

(교수들 중에도)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첫째,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 둘째, 변화를 인식하기는 하지만, 기존 방식이 옳고 새로운 변화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그들에게 교육을 받다보니 ‘디지털 세대’인 20대도 전통적 의식에 길들여져 있다.

게다가 학교는 주로 기술 중심적인 교육을 한다. 학생이 저널리즘 스쿨을 졸업 할 때쯤이면 영상, 사진촬영도 잘 하고 팟캐스트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전통적인 교육방식에 기술을 조금 추가하는 것이다. ‘디지털 환경’이라는 틀 안에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기존 저널리즘에 기술 교육만 시키는 게 문제다.”

- 코딩 등 디지털 교육을 강화하고 있나.
“콜롬비아대학, 노스웨스턴대학 등이 홍보를 많이 해서 그렇게 알려졌지만 실상은 많지 않다. 그리고 큰 호응을 얻지도 못하고 있다. 막 저널리즘 스쿨을 졸업한 이들에게 물어봐도 코딩을 할 수 있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 기자를 하기 전에 IT쪽 일을 했나. 당신은 어떻게 코딩을 하나.
“나는 고등학교, 대학교 신문의 편집자를 거쳐 바로 기자가 됐다. 코딩은 어릴 때부터 취미로 했다. (기자가 코딩을 하는 게)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뉴욕타임스에서 ‘인터랙티브 그래픽’을 하는 사람들도 대부분이 인문학 출신이고 공학 전공자는 거의 없다. 현재 뉴스룸의 코딩 관련 업무에서 성공한 사람들도 인문학 출신에 취미로 코딩을 한 사람들이 많다.”

- 미국에서 언론인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미국 언론사는 사내 교육을 거의 하지 않는다. 회사 차원의 투자가 없기 때문에 개인이 직접 해야 한다. 설사 교육이 있더라도 강의 정도지, 별도 교육 프로그램은 없다. 예를 들어 전문가를 데려와서 제목을 어떻게 뽑아야 검색이 잘 되는지(검색최적화)를 알려준다. 그러나 코딩이나 영상 촬영 같은 건 스스로 배워야 한다.”

- 미국 언론 중 사내 디지털 교육을 하는 언론사가 있나.
“물어보면 ‘한다’고 말은 한다. 그러나 투자하는 시간은 적고 영향도 미미하다. 나도 11년 간 뉴스룸에서 일했지만 뭔가 배우고 싶다면 다 혼자 알아서 해야 했다. 누가 가르쳐주고 그런 문화는 아니다. 아마 기성 언론 중에는 없고, 복스 미디어정도나 그런 환경이 될 것이다.”

- 복스 미디어에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나.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건 아니지만 정기적인 ‘핵 데이(Hack day)’를 연다. 디자이너, 개발자, 기자와 경영부서 직원들이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다. 일반 언론사에서는 경영 쪽 직원들이 뉴스룸과 교류할 일이 없는데 복스는 다른 곳에 비해서 장벽이 없어서 서로가 배울 수 있다.”

 

 

 

 

   
▲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 표지.
 

- 뉴욕타임스 그래픽팀의 아만다 콕스는 통계학을 전공했는데, 현재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고 코딩도 할 줄 안다.
“그렇지만 아만다가 뉴욕타임스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아니다.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를 보면 ‘디지털 천장’에 대해서 알 수 있다. 조직 내 여성에게 존재하는 ‘유리 천장’와 비슷한 거다. 디지털 출신이 언론사에서 승진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전략을 담당했던 애론 필호퍼(Aron Pilhofer)가 최근 가디언으로 이직했다. 여러 기술을 가진 정말 뛰어난 언론인이지만 뉴욕타임스에서 한계를 느낀 것이다. 장기적으로 디지털 출신 인재가 언론사 안에서 ‘리더십 포지션’을 얻어야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다.”

- 미국에서는 아만다 콕스처럼 저널리즘 시각과 기술을 갖춘 ‘디지털 저널리스트’가 언제부터 등장했나.
“몇몇 언론사에 '유니콘' 같은 융합형 인재들이 꽤 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에서 보듯이 이들을 기술자로 바라보는 인식이 강하다. 아직도 뉴스룸에선 기술자들을 ‘아랫사람’으로 바라보는 문화가 있다. 전통적인 언론사가 그런 사고를 하니깐 인재들을 뉴스 스타트업에 빼앗기는 거다.”

- 언론사에 개발자, 분석가가 있기 때문에 기자가 코딩을 별도로 배울 필요는 없다고 보나.
“그렇다. 코딩을 직접 배워야 디지털 혁신의 가치를 이해하고, 디지털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런 기술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 기자들이 직접 코딩을 할 필요는 없지만, 기술을 이해하고 개발자들과 소통할 수만 있으면 된다는 말인가.
“저널리즘 스쿨은 언론인이 사진, 영상, 소셜미디어 등 모든 것을 다 잘해야 한다고 압박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같은 기술을 갖고 있을 필요는 없다. 기자들이 기술자들과 소통하고 어떤 콘텐츠가 잘 읽히는 지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반복되는 형태의 기사가 나왔을 때 어떤 도구를 만들면 더 쉽게 기사를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식견을 가지는 게 중요하고, CMS(콘텐츠관리시스템)를 이해하면 되지, 그걸 기자가 다 할 필요는 없다.”

 

 

 

 

   
▲ 조슈아 벤톤 '니먼 저널리즘 랩' 소장. 사진=김병철 기자.
 

- '디지털 퍼스트'가 이슈다. 종이신문이 언제까지 발행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현재 모든 미국 신문사들의 월요일자 신문은 적자다. 아마 5년 내에 많은 신문이 월요일을 빼고 발행하게 될 것이다. 이미 뉴올리언스, 포틀랜드, 클리브랜드 등이 주 3, 4번만 발행한다.

예전에 신문사들은 젊은 독자층을 확보하기 위해 별도 섹션을 만들었지만 결국 중단했다. 젊은 신문 독자를 확보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신 지난 5년 동안 미국 신문들은 ‘애독층’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변경했다. 10년 이상 신문을 구독하고, 소득이 평균 이상인 이들에게 최대한 돈을 뽑아내는 전략이다.

미국과 유럽의 신문 시장은 다르다. 신문이 비싼 유럽 신문사의 수익 구조는 구독료 50%, 광고수입 50% 정도다. 반면 미국은 80%가 광고수입으로 최대한 많은 독자를 확보하는 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더 이상 독자를 늘리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고, 결국 구독료 인상을 선택했다.

20년 전에 25센트였던 신문이 이제는 1달러다. 배달료도 비싸졌다. ‘보스톤 글로브’의 1년 구독료는 700달러(약 71만원) 수준이다. 가격을 올리면 당연히 구독자를 잃겠지만 그래도 남은 이들에게 더 많은 돈을 받아낼 수 있다. 이 전략이 나름 성공해서, 많은 미국 신문사의 수익이 이전과 거의 비슷해졌다.

그러나 미국 신문사의 광고수입은 1년에 8~9%씩 계속 줄고 있다. 2005년쯤만 하더라도 50조 달러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15조 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엄청난 감소다.”

- 20%(구독료)대 80%(광고수입)의 비율이 지금은 바뀌었나.
“이제는 각각 50%정도로 바뀌었다. 지면 광고수입 감소가 주원인이다. 하지만 독자는 줄었지만 구독료를 인상하면서 어느 정도 매출은 유지하고 있다.

지금 미국 신문사의 전략은 ‘시간 끌기’다. 언젠가 신문 구독자들은 나이가 들고 사망한다. 그러나 아직 40~50대 구독자도 있기 때문에 신문사들의 전략은 수입을 안정화시켜서 디지털 쪽에 투자하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앞으로도 결코 신문을 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신문사들이 주 7일 발행하지 않을 것이고, 나중에는 주 1회만 발행하는 신문이 나와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가격은 5, 6달러까지 인상할 것이다. 이미 뉴욕타임스 일요일자 신문은 6달러(약 6천원)다.”

- 신문이 꽤 오랫동안 생존할 것이라는 뜻인가.
“오랫동안은 아니고, 상당한 기간정도라고 생각한다. 광고가 계속 줄다가 신문 발행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때 사라질 것이다. 10년 후에도 신문은 살아남겠지만, 더 ‘틈새 독자’를 대상으로 발행되는 형태일 것이다. 그런데 10년 후에 스마트폰이 그리고 시계가 어떻게 변할지 누가 알겠는가?”

 

 

 

 

   
▲ 이미지=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
 

- 많은 ‘디지털 언론사’들이 배너 광고가 아닌 네이티브 광고로 수익을 내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나는 온라인 광고의 ‘사업성’에 대해서 회의적인 사람이다. 인터넷 이전 시대에는 광고가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통로가 별로 없었다. 그 통로를 점유하는 사람들이 마음대로 가격을 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 보급이 이런 현상을 바꿨고 광고 가격을 떨어뜨렸다.

이제는 언론사 소유가 더 이상 광고수입을 얻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대다수 인터넷 이용자가 사용하는 검색엔진을 만들거나, 많은 사람들이 가입하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을 만드는 것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미국 온라인 광고수입의 대부분을 가져간다. 그래서 뉴스 같은 콘텐츠 회사들이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게 됐고, 최근 두 가지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바로 영상 광고와 네이티브 광고다.

만약 내가 언론사를 경영한다면 당연히 네이티브 광고를 할 것이다. 광고주들이 네이티브 광고에 지불하겠다는 금액을 보면 엄청나다. 하지만 나는 네이티브 광고에 대해서 조금 비관적이다. 거품일 수 있다. 많은 광고주들이 네이티브 광고가 비용 대비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시기가 올 것 같다.

광고 전문가가 아니라 내가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십 년 후에도 네이티브 광고가 존재할지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이미 광고주가 직접 콘텐츠를 올려서 엄청난 공유를 얻는 경우도 허다하다. 왜 이런 ‘중간 다리(매체)’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광고주들이 언론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바로 홍보하는 여러 방법을 습득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네이티브 광고가 지금은 돈이 되지만 다른 광고 포맷이 인기를 얻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유행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 '네이티브 광고'가 저널리즘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많은 언론인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신문과 TV방송 모두 보도와 광고를 적당히 혼합한다. 애드버토리얼(기사형 광고)을 불편해 하는 독자들도 있지만 이미 수용하고 있다. 언론인들은 네이티브 광고를 싫어하지만 언론사의 취약한 수익구조를 생각했을 때에는 결국은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본다. 뉴욕타임스 네이티브 광고 하나면 기자 한 명의 연봉을 지급할 수 있다.”

- 기사 형태의 네이티브 광고가 독자들을 헷갈리게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독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건 사실이다. 뉴욕타임스는 넷플릭스의 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에 대한 네이티브 광고를 실었는데, 광고라는 적절한 표시를 해서 기사라는 오해를 받지 않았다.

반면 버즈피드의 네이티브 광고들은 기사로 오해하기 쉬운 형태다. 광고라는 표시도 부족하다. 만약 내가 경영자라면 네이티브 광고를 할 것이다. 다만 광고라는 점을 분명히 명시해서 혼란을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 뉴욕타임스 광고팀이 제작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넷플릭스 드라마) 네이티브 광고. 이미지=뉴욕타임스 갈무리.
 

- 한국에선 아직 네이티브 광고가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서 당신처럼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가.
“언론인들에게 설문 조사를 하면 아마 90%는 싫다고 할 거다. 원래 언론인들은 광고를 안 좋아한다. 하지만 경영을 위해서 광고는 필요하다.”

- 종이광고는 감소하는데 네이티브 광고도 거품이라고 생각한다면, 앞으로 언론사들은 어디서 수익을 얻어야 하나.
“네이티브 광고가 당장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온라인 광고 자체에 회의적이라는 얘기다. 많은 사람들이 볼 만한 곳에 광고를 하는 방식이 현재 환경과는 맞지 않다.

그래도 언론사들이 광고로 돈을 벌 수 있다. 많은 언론사들이 투자했지만 아직까지 큰 이익이 없는 온라인 영상 광고도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돈은 모바일로 흘러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모바일 광고에서 수익을 늘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미 웹 사이트 트래픽 중 40% 이상이 모바일에서 나오고 앞으로는 더 증가 할 것이다.”

- 버즈피드를 제외하고 디지털 영역에서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구축한 미국 언론사 사례가 있나.
“기존 언론사의 수익구조가 인터넷 시대에서는 맞지 않다. 미국 신문사는 예산의 약 12%를 뉴스룸에 사용하고, 50% 정도를 인쇄와 배달 비용으로 쓴다. 앞으로 이런 수익구조를 지탱하기는 매우 어렵다. 해결 방법은 조직을 확 축소한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버즈피드, 허핑턴포스트, 고커(Gawker) 등은 모두 소규모로 시작해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 반면 큰 언론사들은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면 광고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내가 있던 ‘댈러스 모닝 뉴스’는 지난 15년 동안 뉴스룸 인원이 680명에서 250명으로 줄었다.

어떤 언론사는 광고에 의존하고, 기사 유료화에 어느 정도 성공을 한 곳도 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회사를 작게 가져가야 한다는 점이다. 변혁기에는 공룡보다 몸집이 작은 포유류가 더 생존 가능성이 더 높다.”

- 뉴욕타임스가 ‘디지털 퍼스트’를 주창했지만 매출의 4분의 3은 종이신문에서 나온다. 이런 환경에서 ‘디지털 퍼스트’가 가능하겠는가.
“어려울 것이다. 뉴스의 미래에 대한 논쟁은 곧잘 뉴욕타임스의 미래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곤 한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많은 경우에서 예외다. 미국 혹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신문이며 성장 가능성도 많다. 국제적으로 성장할 수도 있고, 독자들의 수준도 매우 높다.

뉴욕타임스는 괜찮을 것이다. 물론 해결해야 되는 문제는 있지만 애독자 층이 분명하고 가격 경쟁력도 있기 때문이다. 혁신보고서의 요지는 디지털 시대에 인쇄를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신문사 내의 문화가 아직도 인쇄시대에 머무르는 것에 대한 경계다. 애론 필호퍼 같은 인재가 떠나는 문제만 해결한다면 괜찮을 것이다.”

 

 

 

 

   
▲ 복스, SB네이션 등 여러 온라인 미디어를 복스 미디어. 이미지=복스 미디어 갈무리
 

- 최근 벤처캐피탈(VC)이 언론사에 투자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성장 잠재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언론사들이 그렇다. 예를 들어 미국 오하이오 지역 언론사는 성장 잠재성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허핑턴포스트나 버즈피드 같은 온라인 언론은 영국, 호주 등 국제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독자가 늘어나도 서버 비용을 제외하고는 발행 비용이 늘지 않고, 그대로 수익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앞으로도 더 성장할 수 있다.”

- 버즈피드는 미디어인가, 뉴스 미디어인가.
“기자가 있으니 뉴스 미디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특정 분야에 대한 취재력이 어느 언론보다 뛰어나며, 뉴미디어 분야에서 니먼 랩은 버즈피드를 경쟁자로 생각한다. 뉴스는 그들의 여러 업무 중에 하나다. 신문도 뉴스만 전달하지는 않는다. 엄청 큰 백화점 광고, 야구경기 결과, 만화 같은 게 함께 들어있다. 버즈피드도 마찬가지다. 뉴스는 버즈피드가 제공하는 것 중에 일부다.”

- 언론사의 수익구조가 붕괴하면서 미래엔 탐사보도가 약해지는 것 아닌가.
“지금도 언론은 사회 부패 등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 물론 언론사가 줄어들면서 잃는 게 있다. 하지만 얻는 것도 있다. 블로그 등 인터넷 매체가 많아지면서 그런 것을 보완할 수 있다. 이제는 여러 매체가 달려드니깐 정치인이 잘못된 행동을 더 숨기기 어려워졌다.”

- ‘에즈라 클라인(Ezra Klein)’같은 언론인들이 전통 언론사를 이탈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나.
“언론사가 당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이직하는 게 맞다. 새로운 언론사들이 성장할 확률이 기존의 거대 언론이 새로운 시대에 맞춰 성공적으로 변화할 확률보다 높다. 기존 언론들은 변하기 위해서 해야 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이런 기술적 붕괴가 있을 때 기성 회사들은 망하거나 축소되거나 아예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린다.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환경으로 가서 변화에 도움을 주는 것이 맞고, 그렇다면 옛 직장을 떠나 새 직장으로 이직하는 것이 맞다. 나도 ‘댈러스 모닝 뉴스’에서 기자로서 인정은 받았지만, 그들은 나의 코딩 능력이나 사이트에 대한 의견 등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나도 니먼 랩으로 온 것이다.”

- 앞으로 방송사는 어떻게 변할 것이라고 보나.
“방송은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 동안 수익을 낼 것이다. 시청 습관이나 수익 구조가 신문과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이런 붕괴 현상은 좀 더 후에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몇 가지 고민할 지점은 있다. ‘십 년 후 생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있을까’ ‘과연 뉴스가 중요한가’ 등이다. 많은 시청자들이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방송 콘텐츠를 보지 뉴스를 보지는 않는다.”

 

 

 

 

 
   
▲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니먼 언론재단'. 사진=김병철 기자.
 
디지털 시대의 나침반, ‘니먼 저널리즘 랩’

미국엔 대학 내 저널리즘 스쿨 외에도 현직 언론인의 교육을 위한 여러 기관과 재단이 존재한다. 하버드 대학교 부속 ‘니먼 언론재단(Nieman Foundation for Journalism)’은 많은 한국 중견 기자들이 펠로우십 과정을 거쳐 국내에서도 유명하다. 현재까지 니먼 펠로우 출신 기자들이 101개의 퓰리처상을 수상할 정도로 미국 내 위상도 높다.

니먼 언론재단은 매년 미국과 그 외 국가에서 각각 언론인 12명을 선정해 총 24명에게 1년 간 하버드 대학교의 모든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938년에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언론인 교육 프로그램이며, 현재까지 92개국에서 1400명이 넘는 언론인들이 수료했다.

펠로우십 외에도 정기적으로 저널리즘에 대한 보고서를 발행하고, 컨퍼런스를 주최하는 니먼 재단은 2008년 ‘니먼 저널리즘 랩’을 설립했다. 니먼 랩은 변혁기에 놓인 언론산업에 대한 진단과 대안을 모색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4명의 니먼 랩 연구원들과 미국의 여러 저널리즘 스쿨 교수, 학생들이 온라인 저널리즘과 디지털 혁신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다.
 

이 기획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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