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가장 추운 지역을 꼽으라면 단연 헤이룽장성(黑龍江省)이다.

헤이룽장성은 중국 영토중에서 동북쪽으로 가장 북부에 치우쳐 있다. 그래서 온대와 한대성 기후 분포를 보인다.

중국의 북부지역을 보면 서북쪽으로 신장 자치구(新疆自治區), 가운데 네이멍구 자치구(內蒙古自治區), 그리고 동북쪽으로 헤이룽장성이 러시아와 경계를 맞대고 있다.

이 세 지역중 가장 북쪽에 도시를 두고 있는 지역은 어딜까? 그 해답을 알게 된 뒤 필자도 은근히 놀란 바 있다. 바로 헤이룽장성이다. 중국에서 가장 북쪽의 도시명은 이름 그대로 ‘북극촌’으로 중국 발음으로는 베이지춘(北極村)이라고 한다.

하얼빈은 북위 45도로 서울과 위도상 8도 차이…겨울철 체감 온도는 큰 차이

헤이룽장성은 지도에서 동경 121.11~135.05도로 한반도(동경 124.11~131.55)의 바로 위에 위치한다. 위도상으로는 북위 43.25~53.33도에 자리를 잡고 한반도(북위 33.6~43.39도)와 근접해 있지만 육지가 서로 맞닿지는 않는다. 한반도와의 사이에는 동북3성의 나머지 지역인 지린성(吉林省)과 랴오닝성(遼寧省)이 끼어있는 형세다.

헤이룽장성의 성도인 하얼빈은 북위 45도에 위치한다. 서울의 위도는 북위 37도로 약 8도의 차이가 난다. 하얼빈과 서울(인천)간 거리는 약 928㎞로 직항으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서울과 부산간의 직선거리가 345㎞인 것과 견주면 거리상 2.5배 정도에 달한다.

그 만큼 북쪽에 위치한 하얼빈에도 4계절이 존재한다. 그러나 하얼빈과 서울의 4계절은 여러면에서 차이가 나서 흥미롭다.

한국은 1년을 봄(3~5월), 여름(6~8월), 가을(9~11월), 겨울(12~2월) 로 3개월씩 계절단위를 끊어도 무방하다. 그러나 하얼빈의 4계는 봄(5~6월), 여름(6~8월), 가을(9~10월), 겨울(11~4월)로 나눠진다. 그것도 봄은 특히 짧아서 보름에서 길어도 한달이 채 안된다.

하얼빈은 겨울이 일찍 오고 반년 정도로 길어…한 겨울에는 영하 30도 ‘꽁꽁’

하얼빈은 한국보다 겨울이 빨리 온다. 필자는 하얼빈에서 혹독한 추위의 겨울을 두 차례 넘겼다. 지금 한국에도 차가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추위에 관한한 하얼빈은 서울보다 ‘한수위’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추위의 강도는 말할 것도 없지만 겨울도 길다. 하얼빈의 겨울은 11월말부터 해를 넘겨 5월 초까지 계속된다. 실제 1년의 절반은 겨울인 셈이다. 24절기중 입춘(立春)이 와도 바깥은 여전히 영하의 날씨다.

올해의 경우 하얼빈은 지난 11월 초 큰 눈과 함께 영하 7도까지 내려갔다. 요즘에도 추운 새벽에는 영하 20도까지 내려간다. 북위 50도에 위치한 유명한 초원여행지인 네이멍구(內蒙古) 후룬베이얼(呼倫貝爾)은 11월 초 영하 30도까지 내려간다. 헤이룽장성의 1월 평균기온은 영하 15~31도로 연중 가장 낮다. 한국에서 가장 추울 때가 영하 15~20도라고 한다면 하얼빈은 겨울에 한국의 강추위가 매일 반복되는 셈이다. 중국의 최북단 도시 모허(漠河)는 1969년 2월 13일에 영하 52.3도를 기록한 적이 있다.

영하 30도의 날씨는 장갑을 끼지 않을 경우 2~3분이 지나면 통증과 함께 손이 꽁꽁 얼어 제대로 물건을 집을 수 없게 된다. 털모자를 쓰지 않고 머리부위가 오랫동안 추위에 노출될 경우 동상을 입어 혈관이 막힐 수 있으며 장시간 지속될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또 추위에 무릎 등 관절부분이 장시간 노출되면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악화된다.

속내의는 평균 2~3겹…무릎 보호대에 귀마개 마스크로 완전무장해야 안전

따라서 바깥에 외출할 때는 내의를 입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보통 방풍처리된 섬유를 사용한 내복을 포함해 2~3겹을 껴입지 않으면 추위에 견디기 힘들다. 아주 날씨가 추울 때는 세겹의 내복위에다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기도 한다. 이것은 ‘후시’(護膝)라고 불리는 것으로 스키용 무릎보호대 모양이지만 옷감 안쪽에 토끼털이나 양털을 덧댄 형태라고 보면 된다.

문제는 발이다. 발은 꽁꽁 언 지면과 직접 닫기 때문에 추위에 가장 취약하다. 발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꺼운 양말 두겹은 신어야하며 속에 털이 달리고 발목을 덮는 부츠는 기본이다. 하얼빈에서 부츠는 패션이라기 보다는 ‘생존의 방식’이라고 하는 편이 맞다. 발목을 덮지 않으면 발목이 차고 관절염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출할 때는 털모자를 쓰는데 반드시 귀까지 덮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귀마개를 별도로 장만해야 동상에 취약한 귀를 보호할 수 있다. 여기에다 얼굴 안면부를 추위로부터 보호하려면 헝겊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마스크가 없을 경우 손수건이라도 꺼내 안면부를 감싸지 않으면 코와 뺨이 추위에 떨어져나갈 듯이 아프고 이내 감각이 없어진다.

물론 실내로 들어오면 따뜻한 난방이 기다리고 있다. 하얼빈에서 난방을 위해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 할때 10㎝ 두께의 사각 스티로폴로 건물 외벽에 벽돌을 붙이듯 한겹으로 포장한 뒤 그 위에 천을 발라 고정시키고 외벽칠을 하는 독특한 공법을 목격하기도 했다.

꽁꽁언 몸을 녹이는 데는 ‘독한 술’이 제격…술자리는 속전속결로 마쳐

살을 에는 추위는 인간을 위축되게 하지만 ‘왜 살아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되묻는 철학적인 생각을 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찬바람을 맞다보면 일제치하 만주 벌판에서 조국 독립을 염원하며 항일 운동에 몸을 던진 애국 지사들이 겪었을 고통에 옷깃이 절로 여며진다.

늦은 밤 쑹화강(松花江)의 차가운 강바람을 맞으며 강북에 도착했을 때는 독한 중국술인 바이주(白酒) 생각이 절로 난다. 추위에 꽁꽁 언 몸을 녹이는 데는 도수 높은 술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헤이룽장성 사람들이 40도 이상 되는 바이주를 작은 맥주잔에 따른 뒤 물들이키듯 하는 것도 추위의 영향 때문이다.

하얼빈에서는 겨울에 얼어죽는 사람들의 뉴스가 종종 나온다. 술을 마시고 만취해 눈길 위에서 깜빡 잠이라도 들게 된다면 위험하다. 그래서 하얼빈은 겨울에 저녁 5시(한국시각 6시) 혹은 5시30분에 술자리를 시작해서 8시 30분 정도가 되면 첫 술판이 끝난다. 2차를 가지 않으면 술판이 속전속결로 일찍 마무리되는 셈이다. 술이 독해 이미 얼큰하게 취한 상태에서 2차를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래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보통 1차를 한 그 자리에서 맥주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혹독한 추위 속에서 나고 자란 헤이룽장 사람들은 체력과 정신력이 강하다. 중국 여성들도 헤이룽장성 여성들의 생활력이 가장 강하다. 그러나 대륙성 기후로 겨울철에는 공기가 건조해 피부가 까칠해진다. 하얼빈 여성들에게 한국 화장품이 인기가 높은데 특히 ‘비비 크림’을 선호한다. 하얼빈 여성들은 백색 피부에 키가 큰 편으로 미녀로 인정될만한 우수한 신체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추위와 건조한 기후 때문에 피부가 빨리 노화되는 듯해서 안타깝기만 하다.

한국은 겨울에 아무리 춥더라도 영하 15도를 전후할 정도로 기온이 내려간다. 옷 맵시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라면 얇은 내복 정도를 입는 습관도 좋을 듯하다. 내복을 입는다면 체온을 보호하고 에너지 절약에도 기여할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하얼빈의 눈은 싸라기 눈…한국의 눈은 물기 가득 머금은 ‘함박눈’

헤이룽장성은 겨울에 거의 날마다 눈이 내린다. 하얼빈의 겨울은 온통 백색이다. 눈이 내리지 않으면 기분이 이상할 정도다. 이곳의 눈은 한국의 눈과 다르다. 한국의 눈은 공기중의 습기를 가득 머금고 있어 눈이 솜뭉치 같은 함박눈이다. 그래서 눈이 내리면서 녹고, 기온이 높을 경우 땅에 닿으면서 녹는다. 많이 내릴 경우에서야 쌓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하얼빈의 눈은 낮은 습도에 찬 공기를 타고 내리는 눈이어서 대부분 싸라기 눈이 내린다. 눈이 얼굴에 와 닿는 감촉도 간지럽거나 까칠한 느낌이 든다. 하얼빈은 겨울에 구름이 끼면 어김없이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리지 않은 날은 맑고 푸른 하늘을 하고 있다.

또 겨우 내내 눈이 녹지 않는다. 쌓인 눈위에 또 눈이 쌓이고 강추위에 눈이 얼어서 얼음이 된다. 그 위에 눈이 내리면 또 쌓인다. 겨울 내내 눈 구경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오가는 보도블록위의 눈도 녹을 틈이 없다.
밤새 눈이 내리면 하얼빈 시내의 도로는 버스와 택시가 다니면서 다져놓은 눈을 치우기 위해 ‘삽부대’들이 동원된다. 시정부는 인부들을 고용해 밤새 아스팔트에 껌처럼 얼어붙은 눈을 깎아 낸다. 이 때는 눈이라기 보다는 ‘얼음딱지’가 적당한 표현일 것이다.

대학생들도 겨울에는 체육시간에 남녀 구분없이 교내의 길바닥 위에 얼어붙은 얼음을 삽과 곡괭이, 끌로 깎아 내는 ‘스포츠 활동’에 투입된다.

헤이룽장성은 바다가 없다…겨울이면 철새처럼 최남단 ‘하이난다오’(海南島)로

인간은 바다에서 걸어 나왔다고 했던가. 모든 인간들에게 바다는 생명의 근원이자 몸속 DNA의 고향이다.
육지속 헤이룽장성에는 사방을 둘러봐도 그 바다가 없다. 바다를 구경하려면 쑤이펀허(綏芬河)를 거쳐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가야 하는데 러시아땅이라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정년 퇴직한 뒤 여유있는 하얼빈 사람들은 추운 겨울동안 중국의 최남단에 있는 큰 섬으로 한국의 제주도에 해당하는 하이난다오(海南島)의 해변도시인 싼야(三亞), 하이커우(海口) 등에 별장을 사서 ‘철새’처럼 그곳에서 월동(越冬)을 하고 온다. 보통 겨울이 시작되는 11월에 그곳에 도착해서 겨울을 난 뒤 봄이 오는 5월달에 돌아오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 있다. 

하얼빈에서는 겨울 내내 라디오에서 하이난다오 여행과 함께 부동산 투자 물건을 동시에 살펴보는 재테크 여행객들을 모집하는 광고가 끊임없이 방송될 정도로 열기가 높다. 추위를 피해 해수욕과 바다 풍경을 즐기고 마음에 드는 부동산도 구매하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얼빈의 시화(市花)는 라일락꽃…봄꽃은 압축파일이 풀리듯 순식간에 피고 져

필자가 경험한 하얼빈의 봄은 환희, 그 자체였다. 오래고 추운 겨울이 지난 뒤의 봄은 ‘기다리던 님’처럼 반갑다. 봄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나무에 돋는 새싹과 함께 시작된다. 여기저기에서 개나리, 벚꽃, 목련 등 화사한 꽃이 핀다. 그러나 하얼빈의 꽃은 마치 컴퓨터 화면에서 압축파일이 풀리듯 순식간에 개화한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꽃이 피는 화면을 빠르게 돌리는 것과 같이 오전에 맺혔던 꽃봉오리가 반나절이 지나면 꽃송이가 모두 벌어져 있다. 혹독하게 추운 겨울, 꽃들도 얼마나 기다렸던 봄인가. 5월 말에 시작되는 하얼빈의 봄은 꽃을 피고 열매를 맺어야하는 식물에게도 짧은 시간이다. 한국에 있는 개나리, 벚꽃, 제비꽃, 작약꽃, 라일락꽃에 들풀 꽃까지 일제히 고개를 내민다. 라일락꽃은 하얼빈의 시화(市花)이다. 라일락꽃은 피어있는 기간이 긴 편이어서 하얼빈은 봄이면 라일락 향기가 전 도시를 감싼다. 라일락은 중국어로 딩샹화(丁香花)라고 한다.

하얼빈에서 자라는 나무들을 보면 끈질긴 생명력에 저절로 경탄이 나온다. 영하 30도이상의 기나긴 추위가 끝나고 꽁꽁 언 땅이 풀리면 나무들은 나뭇가지에 물을 올리고 순식간에 파란 새싹을 틔워낸다.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다. 봄이 오면 하얼빈의 식물들은 순식간에 천지를 바꿔놓는다. 하얼빈에서는 그간 잊고 지낸 자연의 오묘한 진리가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곳이다.
하얼빈에는 4월말쯤 되면 겨우내 쌓인 눈과 얼음이 녹기 시작한다. 한낮이면 눈과 얼음이 녹아 여름에 먹는 ‘주스 슬러시’(juice slush)처럼 퍼슥거리는 넓고 거대한 ‘진짜 슬러시’를 한동안 철벅거리며 밟고 지나가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여름은 새벽 3시에 환하게 날이 새…하얼빈의 가을 하늘은 한국보다 높아

하얼빈은 두가지 별명을 갖고 있다. 겨울의 추위로 ‘얼음 도시’(冰城)로 불린다. 그러나 여름에는 ‘얼음 여름도시’(冰城夏都)로 불릴 만큼 시원하다. 실제 여름에는 에어컨이 필요 없을 정도다. 헤이룽장 사람들은 겨울을 나는 것이 그만큼 힘들었기 때문에 시원한 여름을 서비스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은 그래서 인간에게 공평한가 보다.

하얼빈의 여름은 6월에 갑자기 시작된다. 숨가쁘게 봄을 넘긴뒤 갑자기 기온이 올라간다. 봄이 오는가 싶더니 옷차림은 어느새 반팔의 여름옷으로 바뀌어 있다.

하얼빈은 여름에 35도 이상 올라갈 때도 있지만 습도가 낮은 대륙성 기후로 건물안이나 나무 그늘속으로 들어가면 시원한 편이다. 여름 평균 기온은 18도 정도로 아주 쾌적한 날씨가 된다. 최고 기온은 41.6도가 역대기록이다. 7월의 평균기온은 18.4~23.4도로 농작물 생육에 충분한 기온분포다.

한국이 7~8월 찜통 더위에 시달릴 때 하얼빈은 시원한 피서지가 된다. 2010년에는 한여름에 실내로 부는 자연풍이 서늘함을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처럼 비가 많을 때는 하얼빈도 무더위를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다. 

하얼빈은 여름에 새벽 3시면 바깥이 환해서 잠을 일찍 깨게 된다. 한국보다 북극에 근접해서 인지 여름밤도 완전한 칠흑이 아니다. 저 멀리 하늘을 보면 희뿌연 빛이 감도는 어둠이다.

놀랍게도 하얼빈의 하늘은 한국보다 높게 보인다. 하늘의 높이를 자로 잴 수는 없지만 육안으로 보면 한국의 하늘보다 더 멀게 느껴진다. 아마 위도가 높은데다 파란 하늘색의 색도가 짙기 때문인 듯하다. 하얼빈의 하늘은 다른 중국 지역에서는 보기 드물게 비나 눈이 오지 않으면 한국 하늘처럼 언제나 맑고 푸른 모습을 하고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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