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MBC 전국부장으로 ‘유가족의 조급증이 화를 키웠다’는 식의 보도로 물의를 빚었던 박상후 문화레저부장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동행명령장을 전달하러 가자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확인됐다. MBC 측은 박 부장이 해외 출장을 떠났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거짓말이었음이 들통났다.
세월호 특조위 조사관들은 앞서 지난 11일에도 이진숙 대전MBC 사장에게 출근길에 동행명령서 전달을 시도했지만, 이 사장은 회사 경비원 등을 동원해 조사관의 접근을 막은 후 MBC 건물을 빠져나가 특조위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바 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특조위 조사관들은 12일 오전 마포경찰서 강력계 형사들의 업무협조를 받아 서울 상암동에 있는 MBC 본사를 방문해 박상후 부장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집행하려 했지만, MBC 측은 박 부장이 이날 해외 출장 관계로 부재중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복수의 MBC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부장은 이날 8시 반께 편집회의 참석이 예정돼 있었고 정상적으로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부장은 당초 해외 출장이 잡혀 있었지만 이날 박 부장 대신 다른 기자가 출국했으며 박 부장은 11일 오후 부장단 회의까지 참석한 후 휴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오늘은 박 부장이 국내에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수차례 연락을 취하고 메시지를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날 특조위 조사관들은 보도국에 들어가 직접 박 부장에게 동행명령서를 전달하려고 했으나 보도국까지 진입하지 못하고 경영센터 1층 로비에서 보도국 관계자에게 박 부장의 해외출장 소식을 전달받고 공문으로 공식적인 답변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MBC 측은 취재 기자와 카메라 기자까지 동원해 특조위 조사관들을 쫓아다녀 특조위 활동을 압박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박 부장은 세월호 참사 발생 후 2014년 5월7일 ‘뉴스데스크’ 데스크 리포트 “분노와 슬픔을 넘어”에서 민간잠수사 이광욱씨의 죽음과 다이빙벨 투입 실패를 다루면서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해양수산부 장관과 해양결찰청장 등을 불러 작업이 더디다며 압박했다”며 “조급증에 걸린 우리 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박 부장은 KBS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교통사고’ 발언으로 유족들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고 팽목항에서 중계 천막이 철거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뭐하러 거길 조문을 가. 차라리 잘됐어. 그런 X들 (조문)해 줄 필요 없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관련기사 : MBC 간부, 세월호 유족에게 ‘그런 X들, 관심 안가져야’)
만약 박상후 부장 등이 16일까지 동행명령장을 받지 않으면 특조위는 동행명령장을 재발부해 다시 집행할 수 있고, 동행명령장 전달 후에도 이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면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이에 안광한·이진숙 사장은 기간 내에 특조위의 동행명령장 집행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동행명령장 집행을 방해하고 행적을 감췄던 이 사장도 이날 비서실을 통해 동행명령장 수령의 뜻을 밝히긴 했지만 12일에도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이진숙 사장을 만나기 위해 대전MBC를 방문했던 특조위 조사관들은 이 사장의 공무집행 방해에 경찰을 부르는 동안 잠긴 사장실 문을 지키고 있었는데, 그 사이 이 사장은 사장실 내 비상구를 통해 회사 뒤편 주차장으로 내려간 후 건물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지자 여론의 비난이 쏟아졌다. (관련기사 : 이진숙 사장, 세월호특조위 동행명령에 ‘줄행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