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폄훼하는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를 방송 전에 동료들과 공유했다가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은 MBC 기자가 항소심에서도 정직 무효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등법원 제15민사부는 30일 신지영 MBC 기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정직처분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사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신 기자의 손을 들어줬다.  

신 기자는 지난 2014년 5월7일 MBC 뉴스데스크의 ‘데스크 리포트’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던 박상후(현 문화레저부장) 당시 MBC 전국부장의 논평 뉴스 “[함께 생각해봅시다] 분노와 슬픔을 넘어서” 초고를 보도국 내부 전산망에서 복사해 회사 입사 동기들이 모인 카카오톡 대화방에 게시했다. 

이를 확인한 MBC 사측은 6월2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신 기자가 방송 전 출고되지 않은 기사 원고를 타국·실로 유포해 업무상 비밀준수 의무를 위반했다”며 정직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 2014년 5월7일 ‘뉴스데스크’ 데스크 리포트 “분노와 슬픔을 넘어”에 출연한 박상후 문화레저부장.
지난 1월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신 기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정직처분취소소송에서 “신 기자가 방송 전에 기사 초고를 공개함으로써 취업규칙에서 정한 업무상 비밀준수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면서도 “그러나 정직 처분은 해고 다음으로 중한 징계에 해당해 신 기자에 대한 정직 처분은 징계 사유에 비춰 현저히 타당성을 잃어 과중하고, 징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해당 기사의 방송 후 보도 내용과 관련해 회사 안팎으로 논란이 있었고, 신 기자 역시 기사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서 기사 초고를 공개했다”며 “공개 시점을 제외하면 이에 대한 비판 자체는 금지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신 기자가 동료들에게 미리 알렸던 박 부장의 리포트는 실제 방송 후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폄훼했다며 MBC 내·외부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박 부장은 해당 리포트에서 민간잠수사 이광욱씨의 죽음과 다이빙벨 투입 실패 등을 언급하며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해양수산부 장관과 해양경찰청장 등을 불러 작업이 더디다며 압박했다”며 “조급증에 걸린 우리 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MBC 보도국 30기 이하 기자 121명은 박 부장의 리포트가 나간 후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MBC가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모욕하고 비난한 것에 대해 회사를 대신해 사과했다. (관련기사 : MBC 기자 121명 대국민 사죄 “참담하고 부끄럽다”)

박 부장은 지난 5월12일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 보도를 조사하기 위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동행명령장 집행도 불응했다. MBC 사측은 박 부장이 이날 정상적으로 출근했음에도 특조위 조사관들에게 해외 출장을 갔다고 거짓말한 것이 탄로 나 비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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