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보도국 간부가 KBS 보도본부 간부들에게 항의하는 세월호 유족들을 향해 심각한 수준의 비하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를 전하는 MBC 보도를 총괄하는 박상후 전국부장은 지난 8일 안산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KBS 임창건 보도본부장 등 일부 간부들이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발언으로 유족들로부터 격한 항의를 받고 팽목항에서 KBS 중계 천막이 철거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뭐하러 거길 조문을 가. 차라리 잘됐어. 그런 X들 (조문)해 줄 필요 없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계차 차라리 철수하게 돼서 잘 된 거야. 우리도 다 빼고.. 관심을 가져주지 말아야 돼 그런 X들은…’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성주)는 12일 성명을 통해 박 부장의 발언을 공개하면서 “이는 개인의 돌출행동을 넘어선, 보도국 수뇌부 전체의 양식과 판단기준에 심각한 오류와 결함을 보여주는 한 단면일 뿐이라 판단한다”고 비판했다.

박 부장은 이미 <뉴스데스크>를 통해 유가족을 폄하하는 보도를 해 내부 기자들로부터 거세게 비판받고 있다. 박 부장은 지난 7일 <뉴스데스크> 데스크 리포트 <“분노와 슬픔을 넘어”>에서 민간잠수사 이광욱씨의 죽음과 다이빙벨 실패를 다루면서 “잠수가 불가능하다는 맹골수도에서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것”이라며 “조급증에 걸린 우리 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전했다. 

   
▲ MBC <뉴스데스크> 7일자 보도
 
박 부장은 이어 “실제로 지난달 24일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해양수산부장관과 해양결찰청장 등을 불러 작업이 더디다며 압박했다”고 했다. 이광욱씨 죽음이 ‘정부의 구조작업에 불만을 품은 실종자 가족들의 조급증과 압박으로 인한 사고’인 것으로 분석한 셈이다. 박 부장은 이어 중국 쓰촨 대지진과 동일본 대지진 사태를 언급하며 “놀라운 정도의 평상심을 유지했다”면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조급증’과 비교했다. 

MBC본부 민실위가 지난 8일 보고서를 통해 박 부장의 리포트를 비판하자, 박 부장은 10일~11일 주말사이 회사 게시판에 4건의 게시물을 올리면서 ‘실종자 가족들이 잠수사를 조문했다는 보도는 아쉽게도 접하지 못했다.’ ‘교감이 목숨을 끊기 전날 단원고 교사들이 학부모 앞에서 무슨 낯으로 살아있느냐는 질타를 받은 것도 생각해 보자’고 말했다.

박 부장은 MBC 기자 121명이 자신의 리포트를 비판하며 12일 오전 발표한 대국민 사과 성명에 대해서도 후배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적극 가담이든 단순 가담이든 나중에 확인되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

   
▲ MBC 사옥
 
MBC본부는 “도대체 깊은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의 절규까지 외면하고, 모욕하고 폄훼하는 의도는 무엇인가”라면서 “우리는 과연 이런 보도 행태가 보도국 수뇌부들도 합의하고 동의하고 공유한 보도 방침인지 분명히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MBC본부는 이어 “아울러 이에 대해 경영진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자성의 기회마저 외면한다면 국민과 시청자의 외면과 분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요구했다.

박상후 부장은 MBC본부가 공개한 세월호 유족 관련 발언에 대해 12일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박 부장은 ‘노조가 허위 사실을 주장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다음은 논란이 된 박상후 부장의 지난 9일 <뉴스데스크> 리포트 전문이다.

[함께생각해봅시다] 분노와 슬픔을 넘어서

◀ 앵커 ▶ 세월호 참사가 사회 전반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가족을 잃은 이들의 슬픔과 분노에 더해, 한국 사회의 각종 문제들이 이번 사고에 녹아있을 텐데요. 박상후 전국부장이 세월호 참사 이후를 돌아봤습니다. 

◀ 리포트 ▶ 침몰 현장에 오니 마음이 아프다면서 "간만에 애국하러 왔다"는 글을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이광욱 잠수부는 차디찬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잠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맹골수도에서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겁니다. 조급증에 걸인 우리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입니다. 

◀ 언딘 관계자 ▶ "들어오면 무조건 다친다, 그러니 안된다"라고 하는데도 언론에선 다 그렇게 나가고...우리한테 '인원확충을 더해라, 60명을 맞춰라..." 

실제로 지난달 24일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해양수산부장관과 해양경찰청장등을 불러 작업이 더디다며 압박했습니다. 논란이 된 다이빙 벨 투입도 이때 결정됐습니다. 

천안함 폭침사건때 논란을 일으켰던 잠수업체 대표를 구조 전문가라며 한 종편이 스튜디오까지 불러 다이빙벨의 효과를 사실상 홍보해줬는데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가족들은 크게 실망했습니다. 

이웃 일본에서도 다이빙 벨 투입 실패 직후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본의 한 인터넷 사이트입니다. 

"19세기에 개발된 장비로 20세기에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을 21세기에 사용한다는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한국인이 무섭다", "깊은 수심에 다이빙 벨이라니 야쿠자도 놀랄 상술이다"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다이빙벨도 결국은 분노와 증오 그리고 조급증이 빚어낸 해프닝이었습니다. 사고초기 일부 실종자가족들은 현장에 간 총리에게 물을 끼얹고 구조작업이 느리다며 청와대로 행진하자고 외쳤습니다.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요? 쓰촨 대지진 당시 중국에서는 원자바오 총리의 시찰에 크게 고무됐고 대륙전역이 '힘내라 중국", "중국을 사랑한다"는 애국적 구호로 넘쳐났습니다. 동일본 사태를 겪은 일본인들은 가눌수 없는 슬픔을 '혼네' 즉 속마음에 깊이 감추고 다테마에 즉 외면은 놀라울 정도의 평상심을 유지했습니다. 

국내를 보더라도 경주 마우나 리조트 참사 이후 한 유가족은 오히려 조문객들을 위로했습니다. 
◀ 박규생/고 박주현씨 아버지 ▶ "부산외국어학교 교직원 그리고 학생 여러분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당신들 책임이 아닙니다." 

이번 참사에서도 고 정차웅군의 유족들은 장례비용 전액이 국가에서 지원됐지만 나랏돈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며 가장 싼 수의와 관으로 장례를 치뤄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정부도 이번 사고에서 초동대처 미흡은 물론이고 대책본부가 여러 개로 분산돼 일사불란한 구조작업의 사령탑이 없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어린 넋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은 크나큰 슬픔은 누구라도 이해 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분노와 슬픔을 넘어, 처음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따져보고 참사를 불러온 우리 사회 시스템 전반을 어떻게 개조해야 될 지 고민할 때입니다. MBC뉴스 박상후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