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측과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 측이 후보단일화 과정에 있었다는 돈 거래 의혹에 대해 당시 곽 교육감측 협상을 담당했던 인사들은 “돈 문제로 협상이 깨진 뒤 곽 교육감의 회계담당자 이아무개씨와 박 교수의 선대본부장이었던 양아무개씨가 만나 오고간 얘기의 사적 대화의 수준일 뿐 공식협상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씨와 양씨는 서로 동서지간이다. 그러나 이들 관계자들은 왜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2억원을 건넸는지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는 못했다. 

2010년 서울시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 선대본부의 곽 후보 공동선대본부장이었던 박석운 민언련 대표와 조승현 상임집행위원장, 김성오 곽 후보 캠프 협상대리인은 1일 서울 흥사단 강당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곽 교육감과 박 교수측은 지난해 5월 18일 사당동 커피숍에서 협상을 진행했으나 박명기 후보가 10억 원(7억원은 예비후보 등록이후 쓴 비용, 3억원은 유세차량 계약금과 인쇄비 등)을 요구하거나, 각서나 차용증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곽 후보측은 ‘어림도 없다’며 모두 거절, 당일 밤 11시30분 협상결렬을 선언했다. 당시 끝까지 박 후보측과 협상을 했던 김성호 협상 캠프 대리인은 이 사실을 곽 후보와 최갑수·박석운 선대본부장에 전화로 보고했다.

   
1일 서울 흥사단 강당에서 지난해 교육감 후보단일화 곽노현 후보 선대본부 관계자들이 단일화 과정에 대해 기자회견을 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러다가 이튿날인 지난해 5월 19일 점심시간이 지난후 박 후보가 조건없이 후보사퇴를 한다는 소식이 상황실에 접수됐고, 그날 오후 4시경 후보단일화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협상 결렬을 선언한 18일 밤 11시30분부터 단일화합의가 이뤄지기 직전인 19일 오전까지 무슨일이 있었느냐에 있다. 박석운 본부장은 “협상이 결렬된 이후 곽 후보측 이아무개씨와 박 후보측 양아무개씨가 다른 장소에서 밤새 술마시며, 이런 저런 논의와 말을 주고 받은 것 같다. 두사람은 동서 관계이다”며 “그러나 두 사람의 사적인 대화(나 약속)는 협상과 무관하다. 또한 두 사람 (대화)사이에도 어떤 협상이 진행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곽노현후보 선대본부 상임집행위원장을 맡았던 조승현 교수.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런 상황에 대해 곽 교육감은 당연히 몰랐으며, 곽 교육감이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은 알게 된 시점은 박명기 교수가 찾아와 자꾸 이치에 닿지 않는 요구를 하길래 곽 교육감이 지난해 10월 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비서실장 및 다른 이들을 통해 확인해본 것이 처음이었다고 박 본부장은 전했다. 후보단일화에 합의했던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곽 교육감은 이씨와 양씨의 사적 대화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박 본부장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조승현 곽노현 선대본부 상임집행위원장은 “협상이 종료됐고, 두 사람이 동서지간이기 때문에 이들의 사적관계까지 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이들이 무슨 대화와 약속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수사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두 사람이 나눈 대화 또는 정리된 내용과 관련해 곽노현의 캠프 협상대리인을 맡았던 김성오씨는 “당시 했던 얘기를 양씨가 박명기 후보에 보고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뭘 보고했는지는 캐봐야 한다”며 “하지만 곽 교육감에는 그 사실이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씨와 양씨가 나서지 않으면 그 사실을 알 수 없다”며 “현재 두 사람은 연락이 되질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지난해 5월 18일 밤~19일 오전 상황도 후보단일화나 선거에 대한 내용은 아닐 것이라는

   
지난해 곽노현 교육감 후보 캠프 협상대리인을 맡았던 김성오씨.
이치열 기자 truth710@
 
얘기도 나왔다. 조승현 선대본부장은 박명기 교수의 구속 이후 상황 파악을 위해 지난달 28일 변호사 사무실에 간 날 마침 이씨가 있었다며 이씨가 그 때 “(단일화협상 결렬 직후) 양씨와 만나 나눈 얘기 가운데 합의해준 것은 없었고, 집안 문제 (얘기를 서로) 나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 본부장은 “그날 양씨와 이씨가 만나서 나눈 내용도 선거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다른 내용일 것”이라며 “검찰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명기 교수가 곽 교육감과 약속한 내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문서와 관련해서도 곽노현 선대본부 관계자들은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김성오씨는 “지난해 가을(9~10월)쯤 박명기 후보측 참모였던 김아무개씨가 날 찾아와 박후보가 작성한 문건이라며 들이밀었다. 김씨는 ‘박명기 교수가 받을 돈이 있다고 한다’, ‘약속했다’ 등의 말을 하면서 7쪽짜리 문건을 보여줬다”며 “나는 너무 황당했다. ‘전혀 모르는 내용이었고, 돈 요구사항은 이미 협상에서 결렬되지 않았느냐, 이런 약속이 있었다면, 이씨와 양씨 둘이 해결하라고 해야지, 당신이 나설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녹취록을 갖고 있다는 검찰 및 박명기 후보측의 주장에 대해 박석운 위원장은 “아예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라, 각서도 있으면 까라. 그래서 확실히 진실을 말하라”며 “이번 사건이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 잘 해석되지 않기는 하지만 검찰이 흘리는 것을 받아쓰고 있는 언론보도는 금도를 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사적 약속 또는 대화'를 뒤늦게 알게 된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끝내 돈을 준 이유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박석운 위원장은 "조만간 곽 교육감이 국민들에게 소상한 보고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달 29일 정상출근하는 모습.
@CBS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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