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단독중계하고 있는 SBS가 오락프로그램은 물론 뉴스의 대부분을 월드컵 이슈로 도배하다시피 하면서 언론으로서의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SBS 내부에서도 월드컵 시작 이전부터 같은 우려가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이윤민)는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지난달 노사 편성위원회 자리에서 “월드컵 단독중계를 하더라도 메인뉴스에서 주요 발생뉴스가 빠지지 않게 해달라”는 뜻을 사측에 전달했다. 편성위원회는 사장과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노사 양측 관계자들이 참석해 프로그램 편성 문제를 논의하는 공식기구다.

노조 산하 공정보도위원회 관계자도 이와는 별개로 보도국장을 개별적으로 만나 같은 뜻을 여러 차례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가 편성위원회와 보도국장에게 뉴스에서 주요 발생뉴스가 배제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동계올림픽 단독중계 때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던 전례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월드컵은 동계올림픽보다 더 큰 행사이기 때문에 사측이 월드컵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월드컵 이슈로 뉴스를 도배하지 않을까라는 우려에서 선제적으로 공식기구를 통해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배경설명을 했다.

한편, 사측은 월드컵과 관련한 방송준칙 등을 제시했다가 노조의 반발로 철회하기도 했다. ‘대표팀을 격려하는 분위기를 유지하자’는 조항에 대해 노조가 “방송을 월드컵을 홍보하는 기구쯤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문제제기를 하자 사측은 문안 자체를 자진 철회했다.

SBS 노조는 또, 지난 동계올림픽 뉴스에서 실질적 오너인 윤세영 이사회 의장의 동정을 중계한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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